182. 비야렌떼 마을에서 숙박(8/02)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다리가 멋진 마을

by 금삿갓

비야모로스 데 만시야(Villamoros de Mansilla) 마을에서 한 3Km를 걸으면 당도하는 마을이 뿌엔테 데 비야렌떼(Puente de Viallarente) 마을인데 그냥 비야렌떼 마을이라고 흔히 부른다. 다리가 멋지게 건설되어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나 보다. 이 마을로 들어가기에 앞서 뽀르마 강(Rio Porma)이 있는데 이 강 위에 비야렌떼 다리(Puente de Villarente)가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나는 다리 중에서 가장 훌륭한 모습을 보여 주는 다리 중의 하나이다. 독특하게 휘어진 모양과 다리길이가 특이하다. 무려 20개의 아치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러 번의 보수와 개축으로 각각의 모양이 다르게 보인다. 다행히 순례길이 다리 위로 되어 있지 않고, 다리 밑으로 데크를 깔아서 하천을 건너가도록 우회한다. 그러니까 차라리 다리의 아름다운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강에는 견지낚시를 하는 현지인도 있었다. 다리 위로는 자동차만 다닌다. 다리 위로 건너게 되면 교각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마을에 들어오니, 오늘 아침에 엘 부르고 라네로(El Burgo Ranero) 마을에서 총 26Km를 걸은 것이다. 몸도 피곤하고 날씨도 더워서 오늘은 이 마을에서 하루 쉬었다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숙소를 찾아보니 알베르게는 마을 뒤편의 한적한 곳에 하나가 있었다. 산 뻬라요(San Pelayo) 알베르게다. 보통 순례자를 위한 알베르게는 마을의 입구나 중앙에 위치해 있는데, 이 마을은 예외이다. 보통 성당이 마을의 중앙에 위치하기 때문에 알베르게도 그 근처에 있는 것이다. 힘겹게 알베르게를 찾아가니 문은 열려 있는데 주인장이 없었다. 먼저 온 독일 순례객이 기다리면 주인이 올 거라면서 자기는 마을을 둘러보러 나가버린다. 오늘은 많이 걷지 않아서 도착 시간이 12시 정도였다. 주인을 기다리면서 준비해서 들고 다니던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다 먹고 나니까 주인아주머니가 들어왔다. 숙소의 체크인 수속을 마치고 침대를 배정받은 후에, 짐을 풀고 샤워와 빨래를 한다. 늘 하던 일상이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빨리 시작했으니 오후 시간을 길게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겠다. 빨래를 끝내서 빨랫줄에 다 널고 났더니 스페인 출신 부녀(父女)가 숙소로 들어와서 우리 방에 같이 침대를 배정받았다. 스페인 남부인 세비야(Sevillia) 쪽에서 순례길을 걸으러 왔단다. 딸은 대학생이라서 영어를 하는데, 아버지는 완전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고 스페인어로 줄창 말을 걸어온다. 난감하기 그지없다. 내가 스페인어를 못한다고 번역기로 알려줘도 막무가내이다. 정말 대책 없는 친구이다. 딸이 대학생인 걸로 보아 나이가 나보다 젊을 것 같은데, 얼굴은 완전 70대 후반으로 보였다. 늦둥이를 두었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란다. 정상이란다. 나보다 10년 정도 젊었다. 저녁을 같이 먹자고 얘기하고 마을을 둘러보러 나왔다.

드디어 주인장이 납시었다. 시원시원하게 생긴 정열적인 스페인 여성이다.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해서 잠시 한 컷을 찍었다. 아주 명랑하고 친절한 여인이다. 자기네 집은 마을 저편에 별도로 있어서 이곳으로 낮에만 출근한단다. 저녁 식사만 만들어 주고는 자기는 집으로 돌아가니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잘 기억하란다. 잊어버리면 노숙자 신세가 된다니 적어 둘 수밖에 없다. 이젠 기억력도 옛날 같지 않아서 주차해 놓은 곳도 잘 기억 못 하는 수준이니 조심해야 한다. 저녁 식사 시간에는 단출하게 3 커플만이 정원의 식탁에서 만찬을 즐겼다. 스페인의 저녁이라는 게 해가 아직 서편 하늘에 떠 있어서 한국으로 따지면 점심과 저녁 사이의 농부들이 참을 먹는 격이다. 역시 알코올이 들어가면 이야기가 많아지고 스스럼없어진다. 동서양이 따로 없다. 술을 즐기는 조선 과객 금삿갓이야 술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정도이니 서비스 포도주를 맘껏 즐기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아까 빨래를 하려고 양말을 벗었더니 두 켤레를 겹으러 신었는데도 모두 다 구멍이 나서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할 처지다. 모두 4켤레를 가져왔는데 이제 양말도 구입을 해야 한다. 이곳의 카르프나 할인 매장은 큰 도시에나 있고 시골 마을에는 없어서 양말 구입도 힘든다. 레온에 도착하면 양말부터 사야 할 것 같다.

마을을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면서 구경했다. 마을이 정말 작았다. 레스토랑 하나와 약국, 기념품점, 슈퍼마켓 등이 하나씩 있는 정도이다. 내일 아침과 점심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시장을 본 후에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런데 동네 규모에 비해 각종 석조 조형물을 파는 공예품 가게는 매우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Artesanias Luyma라는 공예품점이다. 인구도 별로 없는 이런 마을에서 이런 것들이 팔릴까 의아스러웠다. 각종 불상, 묘지의 비석 종류, 병마용, 석조 조형물, 동물모형, 도기 등등 엄청 많은 종류와 수량을 진열해 놓고 있는 것이 특이했다. 이런 상점 규모에 비해 성당의 규모는 너무 초라하고 작았다. 산 뻬라요 성당(Iglesia de San Pelayo)이다. 다른 마을의 웅대한 성당과는 구조부터 다르게 아담하고 단순하게 건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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