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렌떼(Villarente) 마을에서 단잠을 자고 아침 6시 반 정도에 숙소를 나섰다. 길은 거의 평지에 가까운 약간의 오르막 길로 어려움이 없다. 순례길 옆에 있는 오리 농장에는 새벽부터 잠이 깬 오리 떼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철망에 가두어서 방목 사육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오리나 닭의 축사처럼 분뇨의 냄새가 그리 심하지는 않았다. 사육장이 축사형태로 닫힌 건물이 아니라 넓은 방목형태라서 그런가 보다. 4Km를 걸으면 아르까우에하(Arcahueja) 마을에 당도한다. 마을에 도달하기 전에 순례길 옆에 잘 만들어진 쉼터가 있었다. 누군가 벗어 놓고 간 등산화 한 켤레가 무심하게 지나가는 순례객을 반긴다. 쉼터에는 여러 개의 벤치와 음수대가 잘 설치되어 있다. 자동차 엔진 모양의 분수대와 물확을 조성해 놓았는데, 산티아고까지 307Km가 남았다고 표기되어 있었다. 드디어 500Km가량을 걸은 것이다. 오토바이를 탄 순례객과 한 무리의 도보 순례객들이 들이닥쳐서 왁자지껄하게 떠들다가 사라졌다. 이곳에서 간단하게 아침 요기를 하고 다시 출발한다. 순례자를 위한 샘과 알베르게가 있는 언덕 위의 이 마을은 순례자에게 특별한 볼거리는 없었다. 마을 끝에 있는 공동묘지를 지나쳐 순례자는 부드러운 흙으로 만들어진 까미노 길을 걷게 된다.
이 마을에 하나 있는 알베르게 또르레(Torre)이다. 마을이 작고 별로 특별한 유적도 없으며, 심지어 모든 마을에 있는 성당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마 바로 근처에 있는 마을로 예배를 다니는가 보다. 이 마을에서 다음 마을로 가는 길옆으로 다 허물어진 오래된 벽돌 건물이 있고, 군데군데 공장형 건물이 보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