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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라바날 델 카미노 마을(8/05)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전설이 많이 서린 마을

by 금삿갓

오늘 아침 아스토르가(Astorga)에서 출발하여 20Km를 걸어서 도달한 이라고(Irago) 산기슭에 있는 라바날 델 카미노(Rabanal del Camino) 마을이다. 오늘의 모든 순례길은 점진적으로 고도를 높이면서 올라가는 길이다. 오스토르가 마을이 해발 868m였는데, 이곳이 해발 1150m이다. 고도가 높아지면 시야가 멀리까지 넓어져서 바라보는 경치가 무척 좋다. 이 마을은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펠리페(Felipe) 2세가 430여 년 전에 지나가다가 하루 밤을 묵었다는 방이 오늘날까지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전설을 소유한 마을이란다. 마을에 성당이 3개가 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산 호세 소성당(Ermita de San Jose)은 정직한 마부의 전설이 얽혀 있다. 옛날 이름을 알 수 없는 시장 상인이 이 지역의 마부 호세 가스뜨로(Jose Castro)에게 커다란 상자 하나를 맡겼다. 그리고는 훗날 자신이 그의 집으로 직접 찾으러 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한 날이 한참을 지나도 아무도 상자를 찾으러 오지 않자 마부는 상자를 열어 그 상자의 주인을 알아 보려고 했다. 그러나 상자 안에는 값나가는 보물들이 가득했으나 누구의 것인지에 대한 단서는 하나도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죽을 날이 다가온 마부는 그때까지 고이 보관하고 있던 상자를 그대로 산 호세 소성당을 짓는데 봉헌했다고 한다. 18세기에 지어진 이 성당에는 사도 야고보의 순례자 상이 잘 전시되어 있다.



이 마을에는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모승천 성당(Iglesia Parroquial de la Asuncion)이 있는데, 기적을 일으킨다고 한다. 폭풍우가 마을로 다가올 때 성당에 신도들이 모여 성 바르바라에게 도움을 청하며 성당의 종을 치면 폭풍우가 마을을 비켜가 해를 입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마을로 들어오기 전에 18세기에 지어진 벤디또 끄리스또 데 라 베라 끄루스 성당(Ermita del Bendito Cristo de la Vera Cruz)도 있다. 한국의 경북 왜관에 있는 성 베네딕도 수도원의 계열인 산 살바도르 델 몬테 이라고 수도원(Monasterio de San Salvador del Monta Irago)이 있는데, 이곳에 한국인 신부가 상주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온 신자 순례자들은 여기에 장기간 머물기도 하면서 미사를 올리고 피로를 푸는데, 조선 과객 금삿갓은 정식 신도가 아니라서 그냥 지나쳐갈 수밖에 없었다.

하비에르 소토(Javier Soto)의 작품이 블라디미로 카레라(Bladimiro Carrera)의 흉상을 지나서 마을을 나가면 이라고(Irago) 산을 오르게 된다. 고도가 점차 높아지고, 순례길도 이젠 그야말로 한국의 등산로와 비슷하게 험하다. 자갈밭이 따로 없다. 발이 편하지 않은 금삿갓의 동반자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조금 돌더라도 산길이 아닌 아스팔트 포장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포장도로로 걷다 보니 저 앞에 여자 순례객이 중학생 도래의 아이를 대동하고 손수레 같이 생긴 것에 배낭을 싣고 허리로 끌고 산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손수레야 내리막길은 공짜이지만 오르막길은 정말 고역일 터이다. 같이 걸으면서 말동부도 해주고 격려해 줬다.

<금삿갓 산티아고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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