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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Jan 20. 2024

236. 수레를 끌고 가는 순례자(8/08)

인력거 여성 순례객

헝가리에서 온 정말 씩씩한 여성 순례객(이 글을 쓰려니까 이름을 깜빡해서 생각이 안 남)이다. 친구와 친구의 중학생 아들과 셋이서 순례길을 걷고 있다. 이 여성 순례객이 대단한 것은 순례길을 걷기 위해 특별한 손수레를 제작하여 이를 끌고 순례길에 나선 것이다. 자전거나 오토바이, 말을 타고 순례하는 순례하는 사람들은 모든 짐을 자전거나 오토바이, 말에 싣고 그들을 타고 순례를 한다. 그 외 도보 순례객은 모두 배낭을 메고 걷는다. 그런데 이 여성은 배낭이나 모든 짐을 손수레이 싣고 이를 끈으로 연결하여 허리에 묶어서 도보로 이동한다. 좀 특이해서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녀는 척추 디스크가 심하게 걸려서 허리에 통증이 심하여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거를 수가 없어서 이렇게 손수레로 이동을 한단다. 보기에 따라서 짐의 무게를 수레에 의존하니까 손쉬워 보일 수도 있으나, 결코 그렇지가 못하다. 순례길이라는 게 포장도로가 아니고 자갈길, 바위길, 산길 등 다양한 악조건의 길인데 수레를 끌고 갈 수 없는 길들도 많다. 그런 경우에는 자동차 포장도로를 이용해야 되는데 먼 거리를 우회하여야 할 경우가 많다. 이 여성과 폰세바돈(Foncebadon)의 해발 1,500m 고지를 오를 때도 만나서 원거리로 우회하는데 동행을 한 적이 있었다. 더구나 오르막을 오를 때는 배낭을 지고 오르는 게 수레를 끌고 오르는 것보다 수월하다. 반대로 내리막은 수레가 훨씬 편하다, 원거리 우회하지 않고 길만 좋다면 수레가 훨씬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길이 험하니 수레를 끌고 순례하는 것이 무척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이 여성은 씩씩하고 명랑하게 지친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잘 걷는다. 오늘 만난 이 구간도 앞으로 계속 오르막 구간뿐이니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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