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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Jan 14. 2024

230. 삐에로스 마을(8/07)

현대 소나타를 타는 사람

까까벨로스(Cacabelos) 마을에서 언덕길을 올라가면 주변의 언덕과 구릉지대는 온통 포도밭이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포도송이들이 알알이 영글어가고 있다. 불그스레한 황토 흙에서 자라는 포도나무들이 아주 싱그럽다. 언덕을 넘어 도달한 작은 마을이 삐에로스(Pieros)이다. 마을은 정말 작아서 집도 몇 채 되지 않는 것 같고, 순례 숙소 알베르게도 겨우 하나가 있었다. 마을의 중앙으로 나 있는 길을 걷고 있는데, 낯익은 자동차가 다가온다. 자세히 보니 현대자동차의 소나타다. 이제까지 거의 일본 자동차만 많이 보았는데, 갑자기 소나타를 보니 마치 고향 사람을 만난 기분이다. 지나가는 차를 세워서 말을 걸어 본다. 자동차 성능이 어떻고, 사용상의 문제는 없느냐고 물어보았다. 운전자의 반응은 아주 좋단다. 자기는 한국을 아주 좋아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마을에는 폐허가 된 쓸어질 듯한 집들이 많이 방치되어 있었다. 한 때 이곳에도 사람들이 많이 살았지만 지금은 저렇게 폐허가 된 것이다. 폐허가 된 빈집을 보자니 인생의 허무감이 갑자기 든다. 감상에 젖어 있을 처지가 못 되는 금삿갓으로서는 계속해서 발길을 재촉하지 않을 수 없다. 언덕을 하나 더 넘어야 오늘의 종착지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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