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운사 Jan 18. 2024

234.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의 숙박 경쟁(8/07)

유서 깊고 멋진 마을

삐에로스(Pieros)에서 언덕을 넘어오면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Villafranca del Bierzo) 마을이 보인다. 양쪽 언덕 사이의 계곡의 약간 개활지에 자리한 마을로 전체적으로 매우 큰 마을로 보인다. 오래되고 유서 깊은 성곽이나 웅장한 건축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언덕길은 내려오다 처음으로 마주친 건물이 시립 알베르게이다. 3층의 현대식 건축물이라서 숙소가 깨끗해 보였다. 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얼른 들어가서 숙박할 수 있는 침대가 있는지 물어보니 2층 침대 1인분만 남았단다. 이런 공립 알베르게는 가격이 싸거나 무료인 경우도 있어서 예약을 하지 않으면 침대를 배정받기가 점차 어려워진다. 산티아고에 가가워지는 지역일수록 여러 갈래의 순례길로부터 몰려온 순례객으로 인해 경쟁률이 치열해지는 것이다. 귀차니즘의 최고봉인 조선 과객 금삿갓은 예약을 하지 않는 것이 습관이라서 어쩔 수 없이 잠자리를 거부당하고 무거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옛날 김삿갓 선배가 시골 마을을 떠돌다가 양반집 문을 두드리며 하룻박 유숙하기를 청했는데 퇴짜 맞고 돌아서는 기분이랄까. 다시 터덜터덜 내리막을 내려와서 이 숙소, 저 숙소 세 곳을 다녔지만 모두 풀 부킹(Full Booking)이란다. 동반자로부터 짜증섞인 잔소리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오늘 총 걸은 거리는 23Km이니 그리 피곤하지는 않다. 산티아고로 갈수록 예약이 필수라는 선재 순례객들의 충고를 무시하고 발품을 팔더라도 금삿갓 고집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숙소를 찾아 동네를 휘젓고 다니다가 폰세바돈(Foncebadon) 마을에서 같이 동침한 중학생 아들을 동반한 여성 순례객을 다시 만났다. 이들은 헝가리에서 왔는데, 그들도 숙소를 구하지 못해서 비싼 호텔에서 자야 하나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지쳐서 호텔의 로비에 퍼질고 앉아서 대략 난감해 보였다. 오지랖 넓은 조선 과객 금삿갓이 나설 수밖에 없다. 우리가 먼저 숙소를 찾아서 알려 줄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마을을 샅샅이 뒤지서 정말 차도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골목길 막다른 곳에 작은 나무 간판이 붙은 알베르게를 발견했다. 이름하여 라 예드라(La Yedra) 스페인어로 돌멩이다. 그런데, 주인도 없고 문도 잠겼다.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서 전화를 하니까 주인 여사장이 14시가 넘어야 이곳으로 올 테니 기다리란다. 일단 숙소를 정해야 하니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기다린다. 한국에서 온 젊은 친구들이 4명도 도착했다. 그리고 그 헝가리 모자들도 도착하였다. 모두들 길에서 한 두 번씩 조우하거나 같이 잔 경험이 있어서 마치 이산가족 상봉하듯이 반가워한다. 겉보기엔 허름하고 별거 아닌 것 같았는데, 들어가니 이외로 실내는 수리를 했는지 깨끗하고 현대식이다. 화장실과 샤워실도 좋았다. 특히 주인 여사장의 넉넉한 친절이 마음에 와닿는다.

이 마을에는 유서 깊은 성당이 많다. 산 프란시스코 성당(Iglesia de San Francisco)이 웅장하게 서 있다. 이 성당은 13세기에 설립된 프란체스코 수도원의 유일한 유적이다. 성당 입구문은 13세기말의 로마네스크 양식이고, 외관은 17세기에 건축되었다. 원래 도냐 우라까 여왕의 저택을 개조하여 1450년 경 성 프란시스코와 함께 엔리케 4세의 통치하에 고딕 양식으로 개조되었다. 또 큰 성당은 클뤼니아꼬의 산따 마리아 성당(Colegiata de Santa Maria de Cluniaco)이다. 이 성당은 16세기 전반에 비야프랑카의 2대 후작인 뻬드로 데 톨레도(Pedro de Toledo)와 나폴리의 비메이(Vimey of Napes)에 의해 건설되었는데, 원래 11세기에 지어진 프랑스의 쿠니 수도원(Cunny Order of Cunny)의 옛 수도원 옆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 들였더니 마침 결혼식이 진행되고 난 후였다. 하객들과 행사 진행 요원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또 커다란 건축물인 산 니꼴라스 엘 레알 수도원(Convento San Nicolas el Real)은 17~18세기에 만들어진 수도원이다. 내부에는 수도원의 설립자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져왔다고 하는 ‘희망의 그리스도’(Cristo de la Esperanza)가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현재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외에도 아눈시아다 수도원(Convento de la Anunciada)과 산띠아고 성당(Iglesia de Santiago)도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233.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 야외 수영장(8/0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