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Bucket List)는 2007년에 제작된 로브 라이너(Rob Reiner) 감독의 미국 영화이다. 제목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에서 따온 것이다. 예로부터 교수형(絞首刑)을 집행하거나 자살할 때 목에 줄을 걸고 발밑의 양동이를 걷어차서 죽게 하였다(Kick the Bucket)고 한다. 버킷 리스트는 이 개념에서 따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는 상식이 풍부한 늙은 자동차 정비공 카터 챔버스 역(役)의 모건 프리먼(Morgan Freeman)이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으로 입원하고 있다. 그는 병상에서 대학생 시절 교수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버킷 리스트’를 만들라고 했던 일을 떠올리며 ①장엄한 광경 보기, ②모르는 사람들 도와주기, ③눈물 날 때까지 웃기, ④머스탱 쉘비로 카레이싱 하기, ⑤정신병자 되지 말기 등을 적는다. 하지만 이미 몸 상태도 재력도 그 소망들을 이루기에는 늦었음을 알고 실망한다.
카터와 같은 방에 입원한 병원의 소유자이자 독선적인 사업가 에드워드 콜 역(役)의 잭 니콜슨(Jack Nicholson)도 또한 시한부 인생이다. 그는 카터가 적어놓은 버킷 리스트를 보고 여기에 ⑥스카이 다이빙하기, ⑦가장 아름다운 미녀와 키스하기, ⑧영구 문신 새기기, ⑨중국 홍콩 여행, 이탈리아 로마 여행, 인도 타지마할 보기, 이집트 피라미드 보기, ⑩오토바이로 중국 만리장성 질주하기, ⑪세렝게티(Serengeti)에서 사자 사냥하기를 추가한다. 그리고 카터에게 이 리스트를 해 보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카터는 자신이 병상을 떠나 여행을 할 경우 아내가 염려할까 봐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에드워드의 설득으로 결국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둘은 버킷 리스트를 이루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고 모든 리스트를 다 해보고 인생의 종말을 편안하게 맞이한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2022.1.15.부터 6박 8일 일정으로 임기 마지막 해외 순방지인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를 다녀왔다. 역대 대통령 중 해외 순방에 대한 각종 화제나 구설(口舌)이 제일 많이 발생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외교 의전상의 결례, 외교 참사, 외교적 홀대(忽待)와 냉대, 북핵 제재 완화에 대한 국제 왕따, 중국에서의 혼밥, 단체 기념 촬영 누락, 동선(動線) 무시한 급유 목적 체코 방문, 라오스 방문 환송 행사에서 김정숙 여사의 대통령 앞지르기 등 다양한 뒷말이 무성했다. 그중 유독 청와대가 아파하는 것이 김정숙 여사의 임기 중 버킷 리스트 논란이다. 방문 국가나 방문지를 자세히 보면 국민들이 김정숙 여사의 버킷 리스트를 의심하는 것이 당연하다. 영화 버킷 리스트의 9번째에 “이탈리아 로마 여행, 인도 타지마할 보기, 이집트 피라미드 보기”가 들어 있듯이 김정숙 여사의 해외 방문에도 이들이 똑 같이 들어가 있다.
심지어 로마와 바티칸을 임기 중에 두 번씩이나 방문했다. 가톨릭 신자라 할지라도 바티칸을 두 번씩 방문하고 교황을 두 번씩 만나는 것은 과하다.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 뻔한 교황의 북한 방문을 요청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김정숙 여사의 방문지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도의 타지마할, 체코의 프라하 구시가(舊市街), 베트남의 호이안,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 노르웨이 제2도시 베르겐, 이집트의 피라미드 등은 모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외교적으로 아무런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관광지일 뿐이다. 아르헨티나 방문의 통상적인 급유(給油) 경유지까지 바꾸어 대통령도 부재중(不在中)인 체코를 방문하여 원전 수출 목적이라고 강변한 것도 이상했다. 체코의 문화유산인 프라하성에서 성 비투스 대성당을 둘러본 후 뒤늦게 나온 김정숙 여사가 “우리 남편 어디 있나요?”를 외치며 대통령을 찾는 어이없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사막체험을 한다면서 매사냥과 사냥개 사냥을 하기도 했다. 인도의 타지마할 방문은 대통령의 공식 방문도 아닌 김정숙 여사가 단독으로 방문한 것이다. 2018.7월에 인도 공식 방문 때에 세계 최대 규모의 힌두교 사원인 악샤르담 사원을 관광하고, 타지마할을 못 본 것을 탄식했다고 한다. 그 후 넉 달 만에 인도 아요디아의 허왕후 기념공원 착공식에 참석한다며 방문하여 버킷 리스트인 타지마할 관광을 성공했다.
임기를 4개월 남기고, 국내외적으로 코비드 19의 변종인 오미크론이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도 마지막 버킷 리스트 성공을 위한 외유는 멈춰지지 않았다. 국민들은 중동 순방과 중국 올림픽 참석 중 어느 것이 마지막일까 궁금했으나 서방과 국내의 반중 정서 등을 감안하여 베이징 방문이 포기되어서 이집트 방문이 마지막으로 장식되었다. 카이로에서 김정숙 여사의 단독 비공개 피라미드 관광이 버킷 리스트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었다. 청와대 관계자의 발표를 보면 “이집트 관광산업 촉진을 위해 그들의 요청으로 추진되었고, 양측의 협의 아래 비공개 일정으로 진행했다”라는 것이다. 아마 그간의 김정숙 여사 외유에 대한 국내 여론을 의식하여 비공개로 추진한 것인데, 이것이 공개되어 여론을 더욱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관광산업을 촉진하려면 기자들을 대거 참여시켜 사진도 찍으면서 공개 행사로 하는 것이 효과가 클 텐데, 이집트 측의 고심(苦心)이 안쓰러워 보이는 대목이다.
데일리안의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31회에 북한을 포함하여 56개국(중복 포함)을 방문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총 27회, 이명박 전 대통령은 50회, 박근혜 전 대통령은 26회 순방을 다녀왔다. 임기 2년간 코로나 19의 창궐로 화상회의 참여, 여행 자제 등의 사유를 감안하면 해외 방문이 많은 편이다. 국가 원수의 외교 활동은 활발할수록 국익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외교에 내실과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은 버킷 리스트 채우기 용의 해외 방문은 국민들의 지탄(指彈)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김정숙 여사의 의상·액세서리·구두 등 품위 유지를 위한 의전 비용을 공개하라고 판결하였다. 외교나 정치 활동에서 여성 지도자의 의상이나 액세서리(Accessory) 즉 패션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국제관례로 드레스 코드(Dress Code) 즉 표준 옷차림이 있는 것이다. 여성 지도자들은 목걸이나 브로치 등의 장신구로 정치적 시그널(Signal)을 표하고, 남성 지도자들은 주로 넥타이로 이를 대신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위는 영국의 여성 정치 참여운동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할로웨이(Holloway) 교도소는 여성전용 교도소인데, 1900년대 초에 여성 참정 운동으로 투옥된 사람들이 많아지자 감옥에서도 시위를 하기에 이르렀고, 이 운동을 위해 브로치가 만들어졌다. 이 브로치는 여성 참정권 운동가인 에멀라인 팽크허스트(Emmeline Pankhurst)의 딸인 실비아 팽크허스트(Sylvia Pankhurst)가 디자인하였고, 할로웨이 브로치(Holloway Brooch) 또는 포트쿨리스 배지(Portcullis Badge)라고 불린다.
매들린 올브라이트(Madeleine Albright) 전 미국 국무장관은 협상 테이블에 임할 때 외교적 메시지를 담은 브로치를 달고 나오기로 유명했다. 이라크를 대할 때는 뱀 모양의 브로치, 시간의 유연성을 나타낼 때는 시계를 눈으로 장식한 자유의 여신상, 긍정적일 때는 나비와 꽃, 부정적일 때는 짐승, 북한과 협상 때는 성조기와 독수리 모양의 브로치를 착용하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의 브로치가 200점가량 된다며, <Read My Pins ; Stories from a Diplomat's Jewel Box>라는 브로치와 외교 비사(祕史)에 관한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미셸 오바마(Michelle Obama)는 2020.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조 바이든(Joe Biden)의 찬조 영상에 출연할 때 <Vote(투표)>라는 모양의 목걸이를 착용하여 지지를 호소했다.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미국 연방 하원의장도 트럼프(D. Trump) 대통령의 탄핵소추 표결 때에 금속 지팡이 위에 앉은 날개 편 독수리 모양의 브로치를 착용했다. 대처(M. Thatcher) 전 영국 총리는 지혜의 상징이라는 진주 목걸이를 주로 착용했다. 반면 남성 정치인의 넥타이는 케네디(J. F. Kennedy) 대통령이 1960년대에 줄무늬 넥타이를 매고 토론이나 연설에 나와서 공화당의 닉슨(R. Nixon)을 이겼다고 승리의 넥타이로 인식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의상은 늘 어떤 디자이너 옷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잘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비선(秘線)인 최순실이 운영하는 전용 의상실의 맞춤복이었다. 특검의 조사에서 월급 450만 원을 받는 의상실 직원이 매월 7벌 정도 만들고, 순방이 있을 경우에는 10벌 정도 만들었다고 한다. 연간 100벌 이상의 옷이 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숙 여사의 패션은 주로 유명 디자이너의 제작으로 알려졌다. 취임식 패션은 파리 컬렉션에 수차례 섰던 양해일 디자이너의 옷이다. 그는 미국 방문 때 김정숙 여사가 입었던 ‘푸른 숲’이 그려진 재킷과 공경할 제(悌) 자가 담긴 블라우스, 나전칠기 손가방, 독일 방문 때 든 토트백도 디자인했다고 한다. ‘푸른 숲’ 그림은 정영환 화가의 그림이다. 나전칠기 손가방은 김용겸 나전칠기 장인이 제작했다. 한편 방미 당시 토머스 허버드(Thomas Hubard) 전 주한 미국대사 부인이 예쁘다고 칭찬하자 입고 있던 것을 벗어 줘서 화제가 된 붉은색 누빔 코트는 무형문화재 김해자 장인의 작품이다. 독특한 버선코 디자인의 구두는 전태수 수제화 장인이 제작했다.
아무리 영부인의 패션 외교가 화제라지만 유명 디자이너나 무형문화재 장인들의 작품으로 치장을 하는 것이 일각에서는 너무 화려하고 사치한 게 아니냐는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에 대한 경비의 집행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상에 대한 비판이 극렬했던 것을 생각하면 국가 원수도 아닌 배우자의 사치한 패션 행각은 극히 자제함이 마땅하다. 전 세계인은 필리핀 독재자의 부인 이멜다(M. Imelda)의 황당무계(荒唐無稽)한 사치의 극치를 익히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자 청와대는 보도 자료를 내고 영부인 패션이 홈쇼핑, 기성복, 맞춤복 등 다양하게 구매해서 돌려 입고, 바꿔 입고, 수선해 입는다고 했다. 하지만 김정숙 여사의 의상이나 장신구 등 패션에 대한 국민들의 눈총과 의심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급기야 시민단체에서 예산 집행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하였고, 청와대가 거부하자 행정법원이 판결로 공개를 명령한 것이다.
<가디언지의 보도 사진>
<시장보는 메르켈 총리 : The Sun지 보도>
핀란드의 최초 여성 대통령으로서 12년간 집권한 타르야 할로넨(Tarja Halonen) 대통령, 독일의 최초 여성 총리로서 16년간 집권한 앙겔라 메르켈(Anqela Merkel) 총리의 패션을 보면 우리의 여성 지도자들의 행태가 어처구니없다. 할로넨 전 대통령은 비닐이나 보자기 쇼핑백을 손수 들고 다니고, 메르켈 전 총리는 같은 옷을 18년간 잘 보관하며 입고, 공식 행사에 참석하곤 했다. 그녀는 같은 디자인의 옷을 색상만 다르게 해서 계속 입는 걸로 유명한데, 심지어 가디언(The Guardian)은 2012.10.9. 일자에서 메르켈의 의상을 채도별(彩度別)로 나열한 사진을 실으면서 ‘비극의 광경(The Spectacle of Tragedy)’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벨기에의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Politico)의 보도에 의하면, 메르켈은 국회의사당(Bundestag)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는 슈퍼마켓 체인점 울리히(Ullrich)의 모헨슈트라세(Mohrenstraße) 지점에서 정기적으로 손수 시장을 봤다. 울리히(Ullrich)의 사장의 인터뷰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특별 대우를 받지 않고 늘 쇼핑 가방을 직접 들고 다닌다고 했다. 총리가 해외 출장가면 남편이 시장을 대신 봤다고 한다. 영부인으로는 미셸 오바마(Michelle Obama)가 미국의 중저가 패션을 많이 이용했고, 질 바이든(Jill Biden)은 새 옷이 아닌 기존 옷을 재활용하여 입는 것으로 화제를 만들고 있다. 우리의 여성 지도자나 정치인의 배우자가 반드시 본받을 자세라고 본다.(2022.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