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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내로남불의 세계화

금동수의 세상 읽기(210515)

by 금삿갓

영국의 옥스퍼드(Oxford)사전과 미국의 미리엄 웹스터(Merriam-Webster)사전에 실린 우리말 단어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온돌(Ondol)·김치(Kimchi)·불고기(Bulgogi)고추장(Gochujang)·소주(Soju)·태권도(Taekwondo)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경우 고유한 명칭의 외래어를 중국어의 발음과 뜻을 조합하여 새로운 중국어 단어를 만들어 사용한다. 코카콜라(可口可樂)·코카인(可卡因)·이마트(易買得) 등이다. 우리나라는 한글로 대체할 수 없는 경우에는 발음 그대로 한글로 적어서 표기하는 게 기본이다. 순수 우리말을 대체할 영어 단어가 없는 우리 고유의 문물을 가리키는 말들이 알파벳으로 표기되어 영어권의 국제 통용어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문물이 국제화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기업집단인 재벌(財閥)도 양대 사전에 재벌(Chaebol)로 등재돼 있다. 근래에 들어와 드라마와 음악의 한류가 확산하면서 특히 BTS의 노래 덕분에 우리말이 해외 각국에서 그대로 쓰이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오빠(Oppa)·언니(Unnie)·막내(Maknae)·애교(Aegyo)·대박(Daebak) 등 명사뿐만 아니라 K팝 가사의 내용 중 일부 동사나 형용사의 단어들도 곧 익숙한 공용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단어들을 가리켜 ‘돌민정음’이라고 하는데 아이돌과 훈민정음을 합친 신조어(新造語)이다.


우리 문화의 좋은 면만이 아니라 우리의 민낯을 드러내는 부정적이고 부끄러운 뉘앙스의 한국어도 본의 아니게 해외에 전파된다.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2018년 3월 18일 대한항공 소유주 자매의 일탈행위(逸脫行爲)를 우리말 표현 그대로인 ‘갑질’(Gapjil)로 보도하여 이를 세계만방에 알렸다. 갑질을 “봉건시대 귀족처럼 부하 직원이나 하도급업자를 학대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일본의 교도통신도 이 사건 관련 ‘갑질’(Gapjil)을 “파워하라” 소동이라고 소개했다. ‘파워하라’는 상사의 힘(Power)과 괴롭힘(Harassment)을 조합한 단어로 우리말 갑질을 일본식 영어 조어로 소개한 것이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2019년 9월 23일에 ‘오늘의 단어’로 <꼰대(Kkondae)>를 선정했다. BBC는 BBC2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런 사람을 알고 있나요?(Do you know someone like this?)”라는 내용과 함께 ‘꼰대’를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BBC2는 ‘꼰대’를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 (다른 사람은 늘 잘못 됐다고 여김)”이라고 설명했다. 그것 보다 먼저, 영국의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같은 해 5월 50일에 꼰대(kkondae)를 “한국어로 거들먹거리며 잘난 체하는 노인이라는(The word for condescending old person in Korean)”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꼰대는 남을 빨리 비판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A kkondae is quick to criticise but will never admit his own mistakes.)

<조선일보 만물상>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급기야 ‘내로남불’(Naeronambul)까지 국제 통용어로 등판할 정도이다. 뉴욕타임스가 2021년 4월 8일에 4·7 서울 부산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의 참패 원인으로 이 말을 기사화했다. 내로남불을 “그들이 하면 로맨스, 다른 사람들이 하면 불륜”으로 설명했다.(If they do it, it’s a romance; if others do it, they call it an extramarital affair.) 영국의 로이터(Reuters)통신도 4월 9일자에 내로남불을 “나의 로맨스, 너의 간통”(My romance, your adultery)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중앙선관위가 선거구호로 ‘내로남불’·‘위선’ 등의 용어가 특정정당(더블어민주당)을 지칭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사용을 금지시켰다고 보도하면서 국가기관이 내로남불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보았다. 국제사회에 대놓고 말하기 부끄럽지만 요즘의 한국 사회를 상징하는 표현이 되어버렸다. 이 말이 후세대들에게 전래된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인식될까 우려된다. 이 말과 비슷한 한자성어(漢字成語)는 2020년 교수신문이 발표한 아시타비(我是他非)이다. 나는 옳고 다른 사람은 그르다는 뜻이다.


내외신(內外信)의 분석대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내로남불로 인하여 서울·부산 시장 보선(補選)에서 참패를 했으면 마땅히 내로남불을 불식(拂拭)하여야 함에도 전혀 그렇지 못하다. 보궐선거의 민심을 수습하고자 하는 장관급 인사에서 문정권 스스로 정한 인사원칙을 제 손으로 뭉개버리는 인사들을 내정했다. 장관 후보자 3명의 인사청문회에서 밀수, 탈세, 이중국적, 논문표절, 관사 재테크, 가족동반 출장,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등등 도덕성 문제가 엄청나게 불거졌다. 이런 결함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계속적,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과 검증 담당자들은 도대체 무얼 했단 말인가? 검증팀이 같은 편이라 수박 겉핥기식 검증을 했거나, 후보자들이 거짓 보고를 했단 말인가? 고위공직자 물망(物望)에 오르면 60여 쪽에 가까운 인사 검증 질문서를 스스로 작성해서 제출하게 되어있고, 질문 중에는 위에 열거된 각종 비위사실에 대한 소명(疏明)을 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어떻게 사전에 걸러지지 않고 청문회 절차에서 밝혀진단 말인가? 미국은 인사청문회 사전 조사시 본인과 가족(61), 학력 및 직업(61), 세금(32), 범법사항(34), 전과와 소송(35), 등 총문항이 233개나 되는데, “옷장에 숨겨둔 해골이 있느냐?”고도 묻는다. 당나라 문인 한유(韓愈)는 <진학해(進學解)>에서 인재의 등용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파라척결 괄구마광(爬羅剔抉 刮垢磨光) 즉 덮인 걸 긁어내듯 그물을 쳐서 건져 올리듯 숨은 인재를 찾아내고, 살을 도려내고 뼈를 발라내듯이 나쁜 인재를 축출하며, 때를 벗겨내고 갈아서 빛나도록 인재를 다듬어 쓰라고 했다.


그럼에도 문대통령은 2021년 5월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에 “야당이 반대한다고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뻔뻔하게 말했다. 그런데 그 발언 3일 만에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검증 실패가 아니라면 후보자 스스로 거짓 해명으로 인사 검증의 칼날을 피해갔기 때문에 그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인가? 민심이 두려워 한 명 정도는 낙마(落馬)시켜 상황을 모면(謀免)해 보고자 하는 청와대의 전략인가? 본인이 야당 대표 시절에는 청문회 후에 여론조사를 해서라도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여 주장했다. 지금 와서는 청문회를 ‘무안주기식’이라면 은근히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문정권 출범 이후 청문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은 장관후보자를 임명 강행한 인원이 총 31명이나 되어 청문회 무용론의 내로남불이다. 2020년 7월 2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기회는 문재인처럼, 과정은 조국처럼, 결과는 윤미향처럼, 대출은 이상직처럼, 지시는 추미애처럼, 대답은 김현미처럼, 뻔뻔함은 최강욱처럼”이라고 일갈한 것이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연일 인터넷을 장식했다. <더블어부동산 어벤저스> 부동산 정책 1타 강사를 소개한 패러디가 넷티즌의 눈길을 끌었다. 삼주(三住) 최정호, 송골매 김진애, 반포 노영민, 집택(擇) 김조원, 흑석 김의겸, 떡상(上) 김현미, 과천 김수현, 방배 조국, 포항 정세균, 세종 이해찬, 목포 손혜원, 복층 박병석, 적금 윤미향, 맹모(孟母) 황희, 9% 박주민, 초상한(超上限) 김상조, 차익환수 변창흠, 맵핵 LH 등등 이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경우는 내로남불의 어록(語錄)이 차고 넘쳐서 내로남불 보다 한 수 위인 “조로남불”로 불렸고 아직도 그 버릇은 여전하다. 현 정권 들어 스스로 헛발질과 자살골 행위는 당정청(黨政靑)을 넘어 사법부까지 넓게 만연하고 있다. 그 중에서 자살골의 최고봉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그의 댓글 조작의혹 제기로 김경수가 낚이고, 윤석열 전 총장을 찍어내려다가 도리어 되치기 당하고, 특활비 의혹 제기로 측근 부하가 문제되는 등이다. 김학의 출국금지 관련 건으로 검찰 내부의 자살골이 이어지고, 아무런 실익도 없는 임성근 판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다가 김명수 대법원장을 거짓의 명수로 만들어 버렸다. 문정권 출범 후에 내로남불 사례는 너무나 많아서 책으로 출판해도 될 정도이다. 여북하면 여당인 더블어민주당의 송영길 대표까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하여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내로남불의 극치(極致)라고 주장했을까?


내로남불이란 말은 1996년 6월 13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전날 국회에서 신한국당 박희태 의원이 여소야대 정국 하에서 정당간의 국회의원 빼내기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반박하기 위한 발언으로 했다고 한다. 그는 “야당의 주장은 내가 바람을 피우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부동산을 사면 투자, 남이 구입하면 투기라는 식”이라고 했다. 이 발언으로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유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골프장 성추행 사건으로 세인(世人)의 입방아에 올랐다.


인간은 공자, 석가, 예수 등 성인(聖人)을 제외하고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본인도 모르게 내로남불에 빠지기 쉽다. 가장 비근(卑近)한 예(例)가 운전대를 잡으면 자기도 모르게 나타나는 경우일 것이다. 인간은 왜 이런 경향이 있을까? 그 이유를 심리학의 기본적 귀인오류(歸因誤謬 : Fundamental attribution error)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의 행동을 평가 또는 설명할 때 상황적 요인(외부귀인)과 당사자의 개인적 요인(내부귀인)으로 살펴 볼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은 태생적으로 행동의 원인을 찬찬히 살펴보지 않고 섣불리 귀인오류를 발생시킨다. 기본적인 오류 형태는 나의 착한 행동과 타인의 나쁜 행동에 대해서는 내부귀인(內部歸因)으로 판단하고, 나의 나쁜 행동과 타인의 착한 행동은 외부귀인(外部歸因)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오류는 나와 남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우리와 남들 사이 즉 집단 간에서도 일어난다. 이것이 궁극적 귀인오류(Ultimate attribution error)이며, 정치적 사회적으로 심심치 않게 불거지는데 인종차별, 성차별, 노인폄하, 여성폄하 등이다. 이러한 오류의 발생 이유는 두 가지로 인간의 인식구조와 자아우선(自我優先)의 본성 때문일 것이다. 본인의 행동이라면 상황을 잘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잘한 일이면 내 덕, 못한 일이면 남(상황) 탓으로 돌린다. 잘 되면 제 탓이고 못 되면 조상 탓이란 속담과 같다. 타인의 행동은 당사자가 아니라서 상황을 잘 인식하지 못하므로 잘한 일이면 상황이 좋아서, 못한 일이면 행위자의 인성 탓으로 돌린다.


인간은 누구나 조금씩 내로남불을 저지르는데 더 큰 내로남불을 저지른 사람들을 더 비난한다. 속담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꼴이다. 하지만 평등·정의·공정을 밥 먹듯이 외치던 정치인의 위선적인 내로남불에는 누구나 분노하고 혐오하기 마련이다. 그 이유를 예일대학의 질리안 조던(Jillian Jordan), 로제나 소머스(Roseanna Sommers), 데이비드 랜드(David G Rand) 연구팀은 허위신호이론(虛僞信號理論)으로 설명했다. 인간이 타인의 부도덕성을 비난하는 것은 자신의 도덕적 선함의 신호로 작용한다. 즉, 사람들에게 타인의 비도덕성을 비난하는 것은 ‘나는 그러한 나쁜 짓을 하지 않는 도덕적인 사람이다’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위선자는 나쁜 짓을 이미 저질렀거나 지금 저지르고 있음에도 타인을 마구 비난하며, ‘나는 그 사람과 다른 윤리적인 사람’이라는 허위신호를 보내고, 우리는 그 위선자(僞善者)를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오해(誤解)하게 된다. 이후 그 위선자의 정체를 알게 되면 사람들은 더 큰 분노를 한다는 이론인 것이다.


그럼 인간이 일상에서 이런 내로남불을 저지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옛 성현들의 고전과 경전에 그 답이 충분히 있다. 공자는 <논어> 위령공편(衛靈公篇)에서 기소불욕(己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이라 했다. 즉 자기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궁자후이박책어인(躬自厚而薄責於人) 즉원원의(則遠怨矣)라 했다. 자신을 낮추어 굽히는 걸 후(厚)하게 하고 남을 꾸짖는 걸 박(薄)하게 하면 원망으로부터 멀어질 것이라 했다. <맹자(孟子)> 양혜왕편(梁惠王篇)에 내로남불의 일화가 나온다. 맹자와 제(齊)나라 선왕(宣王)과의 대화이다. 맹자가 선왕에게 신하 중에 자기 아내와 자식을 친구에게 맡기고 외유를 하다가 돌아오니 그의 처자(妻子)가 헐벗고 굶주려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으니, 왕이 친구를 버리겠다고 답했다. 또 송사를 담당하는 관리가 제대로 못하고 있다면 어떻게 할지 물으니 그를 파면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제나라가 제대로 다스려지지 않으면 어쩔 거냐고 묻자 선왕이 답을 못하고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면서 얼렁뚱땅 얼버무렸다는 일화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도 의양만물이불위주(衣養萬物而不爲主) 만물을 입히고 먹여 키우지만 주인 노릇을 하지 않고, 만물귀언이불위주(萬物歸焉而不爲主) 만물이 귀의해도 주인 노릇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추적(秋適)의 <명심보감(明心寶鑑)> 존심편(存心篇)에 충선공(忠宣公) 범순인(范純仁)이 자식을 훈계한 말이 있다. 인수지우책인즉명(人雖至愚責人則明) 사람이 비록 지극히 어리석어도 다른 사람을 탓할 때는 명백하고, 수유총명서기즉혼(雖有聰明恕己則昏) 설사 총명하지라도 자신을 용서할 때는 흐릿하게 한다고 했다. 그러니 책인지심책기(責人之心責己) 다른 사람을 탓하듯이 자기를 꾸짖고, 서기지심서인(恕己之心恕人) 자기를 용서하는 너그러움으로 남을 용서하라고 했다. 성경에도 황금률(黃金律)이라 불리는 말씀이 누가복음 6장 31절에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남에게 대접하라.”고 있다. 또한 마태복음 7장 1절에 “비판 받지 않으려거든 비판하지 마라.”를 비롯하여 5절까지의 모든 말씀이 내로남불을 경계하라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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