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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Feb 20. 2024

266. 뽀르또마린에서 밤을 맞다(8/11)

아담하고 깔끔한 마을

민뇨강(Mino Rio)의 다리를 건너면 바로 오늘의 목적지 뽀르또마린(Portomarin이다. 다리를 건너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하나는 조금 우회하는 더 먼 거리의 길이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다른 하나는 바로 코앞에 나타나 있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길이다. 가파른 돌계단 위에 성당 겸 성문의 역할을 하는 건물이 있는데  까뻴라 다스 네베스(Capela das Neves)이다. 밑에서 올려다보면 별로였는데 계단을 다 올라와서 계단을 내려다보니 아찔할 정도로 가파르고 위험했다. 강물도 시원스럽게 보이고 경치가 좋았다. 

어제 숙소 구하기가 힘들어 고생한 것을 피하기 위해 오늘은 조금 이른 시간에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언덕을 계속 올라가서 마을의 중심에서 숙소를 구할까 하다가 힘들어서 가장 가깝고 낮은 지역의 한적한 골목으로 찾아 들어갔다. 그랬더니 막다른 곳에 새로 지은 건물인지 아주 깨끗해 보이는 숙소가 있었다. <까소나 다 뽄떼(Casona da Ponte)인데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벌써 동키서비스로 보내져 온 배낭과 여행가방들이 즐비하게 줄지어 놓여있었다. 이곳도 역시 예약을 하지 않았으니 침대가 없겠구나 하고 일순간 생각이 휙 스쳤다. 그래도 확인을 해보자는 생각에 벨을 눌러서 주인장을 찾았더니, 젊은 청년이 나와서 다행히 침대가 가능하단다. 얼씨구나 좋아라 하며 빨리 입실 수속을 하고 지하 1층(엄밀히 말하면 반지하)에 침대를 정했다. 지하 2층에 화장실, 샤워실, 세탁실이 있었고, 지하 3층에 주방과 식당이 깨끗하게 잘 준비되어 있었다. 이 숙소는 레스토랑과 같이 운영하는데 점심 식사는 서비스를 하지 않고 저녁만 서비스한단다. 짐을 풀고 샤워를 한 후에 얼른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를 해야 했다. 마을의 슈퍼마켓을 찾아가서 오늘도 솜씨는 없지만 가장 만들기 간단한 파스타를 요리했다. 토마토 페이스트와 면을 사고 거기에 같이 넣을 각종 재료를 사 와서 얼른 뚱땅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와인도 한잔하고 마을을 산책하기로 했다. 레스토랑 옆으로 야외 식탁들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저녁에 스페인 젊은 순례객 서너 명과 같이 어울려 밤늦게 까지 와인과 맥주를 마시면서 스페인 이곳저곳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아무런 예약도 하지 않고 무작정 산티아고 길을 걸은 후에 스페인 전역을 여행하고자 한다고 했더니 용감하단다. 그래도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을 꼭 사전에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가란다. 아니면 입장을 못하고 허탕 치고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니 이곳에도 역시 일본의 시코구현과 뽀르또마린 사이의 우호 기념비가 서 있었다. 일본과 스페인 지방 도시 간의 우호 관계가 상당히 긴밀하게 형성된 것을 순례길을 걸으면서 알게 되니 씁쓸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도시들은 이곳의 수십 개의 마을을 지나왔지만 아직 한 곳도 발견할 수 없었다. 강이 내려다 보이는 마을의 중안 언덕의 공원에 이런 기념비이 있는 것이다.

마을에는 산 니꼴라스 요새 성당(Iglesia Fortaleza de San Nicolas)과 산 뻬드로 성당(Iglesia de San Pedro)이 있다. 산 니꼴라스 요새 성당은 예루살렘의 성 요한 기사단이 12세기말에 설립한 로마네스크 양식 성당으로 망루가 있는 벽과 건물의 높이가 요새로서 사용되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특히 장미창과 산티아고 데 꼼뽀스뗄라의 대성당과 매우 비슷한 외양의 정문 장식이 아름답다. 이 정문을 장식하고 있는 24명 인물상은 산티아고 대성당을 건축한 거장 마떼오 데우스땀벤(Mateo Deustamben)의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건물들은 모두 벨레사르(Belesar) 저수지의 건설로 물에 잠기게 되자 원래 있던 자리에서 해체를 하여 돌을 하나씩 옮겨 성당을 재건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옛날의 원형대로 재현을 못하고 약간 변형된 요즘의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새로 조성된 마을이지만 과거의 건축물들을 옮겨와서 제법 오래되고 유서 깊은 마을로 느껴지는 곳이다.

어젯밤에 베드버그에게 물린 병변(病變)이 서서히 나타나는 것 같았다. 온몸이 조금씩 스멀스멀 가렵기 시작하였다. 베드버그에 물려서 그런 줄도 모르고, 소화불량이나 식중독 증상으로 오해하여 마을의 약국에 들러서 소화제를 사서 복용하였다. 그래도 별로 차도가 없었고, 저녁에 스페인 친구들과 늦게 까지 와인을 마실 때는 몰랐는데 침대에 누어서 잠을 청하려고 하니까 온몸이 점차 더 가렵기 시작해서 밤잠을 완전히 설치고 말았다. 이 숙소에는 이제까지 숙소와 다르게 침실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었고 누군가가 밤새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었다. 그나마 실내 기온이 추울 정도로 내려가서 가려운 기운을 참을 수 있었다. 이제 까지 모든 숙소에 에어컨은커녕 선풍기 한 대도 못 보았는데, 여긴 현대식으로 에어컨까지 있으니 정말 좋은 숙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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