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운사 Mar 10. 2024

283. 순례길의 음수대

생명의 젖줄

물은 생명의 젖줄이다. 모든 생명은 물 없이 존재하지 못하니까. 조선 과객 금삿갓은 과거에 현역으로 회사에 다닐 때 마라톤동호회 회장은 한 15년 했다. 당시 마라톤 불모지였던 K공장에 마라톤을 보급하여 정회원이 70명이 되었고, 국내외의 각종 대회에 참가하곤 했다. 동호회에서 대회 활성화를 위해 서브 쓰리(Sub-Three : 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것)를 달성하면 순금 한 냥의 메달을 수여하기로 공약을 했다. 회원 중에서 소아마비가 걸려서 다리를 저는 회원이 있었다. 그런데 이외로 이 회원이 최초로 서브 쓰리를 달성한 것이다. 회장인 금삿갓 입장에서는 회원들의 기량을 올리고, 그래도 아마추어 동호인들이 설마 서브 쓰리를 달성할까 하는 마음에서 경품을 걸었는데, 6개월 만에 달성하여 회비 잔고를 탈탈 털리고 말았다. 당시 금 한 돈이 30여 만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얘기가 헛길로 나갔는데, 마라톤을 하고부터 물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평소에는 목이 마를 때만 물을 마셨는데, 마라톤을 할 때는 목이 마르지 안터라고 필수적으로 5Km마다 물을 마셔야 한다. 처음에는 기록 단축을 위해 물 마시는 시간도 절약하고자 마시지 않았는데, 과학적으로 그게 잘못이었다. 물을 적게 마시면 땀으로 배출된 수분이 보충되지 않으므로 몸속의 전해질 균형이 깨져서 쉽게 피로해서 결국에는 마라톤 기록을 더 망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목이 마르지 않다고 물을 마시지 않는 것은 체력을 위해서도 기록을 위해서도 마땅하지 않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도 수분을 보충하는 것은 최대의 관건이다. 특히 가장 더울 시기인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기간에 그 길을 걷는 금삿갓의 입자에서는 식수의 안전한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순례길에 대한 자세한 연구도 없이 얼렁뚱땅 나선 상태라서 순례길 어디 어디에 음료수 마실곳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매일 아침 그날 마실량의 물을 배낭에 넣어 짊어지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지 한여름이라 하루 3리터 이상의 물을 지녀야 했다. 배낭의 무게그 그만큼 더 나가니 고역이었다. 그런데 웬걸, 지나가는 마을마다 순례객을 위한 음수대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그 물이 마실 수 있는 물인지를 몰라서 그냥 지나쳤는데, 어느 정도 걷다 보니 그 물을 마시는 순례객들이 있어서 금삿갓도 그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고부터는 아침에 출발할 때 그날의 거리와 중간 마을의 위치를 살펴서 적당량의 물을 휴대하게 되었다. 그런데 가장 악조건 지역이 메세차(Meseta) 구간이다. 240Km 정도 되는 긴 고원지대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곳은 중간이 마을이 없어서 15Km를 황량한 들판을 통과해야 하는 곳도 있다. 이런 곳에서 물이 바닥나면 그야말로 죽음이다.

순례길에 설치되어 있는 음수대는 각 지역의 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서 자기네 형편에 맞게 순례자를 위해 설치한 것이다. 어떤 곳은 자연적인 샘도도 있고, 대부분 마을에는 수도 시설로 되어 있다. 그렇지 않은 곳은 지하수를 이용한 것인데, 거의 매일매일 자치단체의 담당 직원이 그곳에 나와서 수질을 검사하여 음용 가능 여부를 표시해 놓았다. 정말 순례객들을 위한 좋은 서비스인 것이다. 음수대의 재질이나 디자인도 자치단체마다 그 특성을 가지고 만들었다. 그곳의 상징적인 문장을 새겨 넣기도 한다. 철제로 된 것도 있고 시멘트, 벽돌 등의 단을 쌓아서 만든 곳도 있어서 다양한 모양이다. 멋진 조형물과 함께 설치된 곳도 있어서 지친 순례객들에게 일순간의 위로와 여유를 주는 것이다.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는 사람이 바로 천사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282. 보엔떼 마을을 지나(8/1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