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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Mar 27. 2024

300. 산티아고에서 숙박 전쟁(8/14)

예약의 중요성

순례길을 걸어서 완주한 오늘의 마지막이고 가장 중요한 과업이 남았다. 두 사람이 밤을 편안히 누워서 밤을 보내야 할 숙소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성당까지 오는 동안 39Km를 걸어서 힘들고 지쳤다. 그런데, 우체국 찾으랴, 성당 찾으랴, 순례자 사무소 찾으랴 돌아다니느라 다리는 천근만근이다. 꾀를 내서 구글지도를 펼치고 대성당 주변의 숙소를 차례대로 전화를 걸었다. 돌아오는 답은 풀 부킹(Full Booking)이란다. 어떤 곳은 아예 전화조차 받지를 않는다. 어떤 곳은 한 명이라면 침대 한나가 비었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한침대에 두 명이 들어갈 수는 없고, 호텔을 따로따로 정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 대략 난감이다. 어쩔 수 없이 더 무거워진 큰 배낭과 작은 배낭을 두 개씩 짊어지고, 오던 길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오늘(14일)과 내일이 연휴라서 이곳으로 쏟아져 들어온 순례객과 관광객이 넘쳐서 시내의 모든 숙박시설은 모조리 만원이었다. 온 길도 힘들었는데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니 더 힘이 들고 맥이 빠진다. 시내를 벗어나면서 숙박시설은 모조리 들어가서 물어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시내를 정말 벗어나서 다른 마을과 인접한 곳으로 오면서 계속해서 구글 지도를 찾아 전화를 했더니 마침 하나가 잡혔다. 몬테레이 알베르게(Momterrey Albergue)였다. 그나마 하느님 감사하다고 외칠 지경이다. 산티아고 시내를 벗어난 조용한 주택지역에 있는 그나마 신축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숙소였다. 주인장을 만나서 입식 수속을 하고 샤워를 하고 나니 만사가 귀찮다. 시내를 둘로 볼 생각은 엄두도 안 나고 더구나 대성당의 저녁 미사 참석은 신자가 아니라서 생각도 못했다. 대성당의 저녁 미사에서 향로(Botafumeiro) 퍼포먼스가 최고라는데 생략했다. 두고두고 아쉬운 처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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