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 수양버들이 잔을 스친 것도 역시 봄바람이 그렇게 만든 것이니 봄빛도 사람의 뜻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이제 이에 한 붓을 펴서 반질법(반어법)으로 지었다. ‘若道(약도)’라는 것은 ‘만약 ~라고 말한다면’이란 말이니, 아래(이래 구의)의 뜻을 긴히 呼應(호응) 한 것이다.
‘何因(하인)’이란 것은 ‘무슨 까닭에’란 말이니, 떨어지는 꽃이 바람이 없으면 무슨 까닭에 불려 왔는가? 봄바람이 사람의 뜻을 알지 못하면 반석 위에서 술잔을 들 적에 무슨 까닭에 다시 떨어지는 꽃과 수양버들을 함께 일제히 불어 보내겠는가? 꽃이 불려 옴으로써 수양버들이 드러났고, 술잔을 스침으로써 물에 임함이 드러났으며, 봄바람이 뜻을 이해함으로써 사랑할 만한 반석이 나오길 바라서, 각각 묘한 경치를 다하였으니 모두 可憐(가련)이란 두 글자가 그 우두머리이다.
반석이 샘에 임해 있는 것과, 수양버들이 술잔을 스친 것과, 떨어지는 꽃이 불려 가는 것이 모두 빼어나고 기묘하다.
* 반질법(反跌法) : 반질(反跌)은 반교(反咬)와 같은 말인데, 문장 구성상의 한 방법이다. 예를 들면 "만약에 ~하다면, 무엇 때문에 ~이겠는가?"라는 것처럼 서로 반대되는 상황을 도치시켜 구성하는 것이다.
王維(왕유 699 ~ 761) : 중국 당나라의 화가이며 시인. 유마힐(維摩詰)에 연유해서 자를 마힐이라 했다. 일찍이 시문으로 유명했으나 음률에도 자세하고 비파도 잘하는 재주 있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여러 개의 관직을 역임했으나 안녹산의 난 때 체포되어 어려운 생활 후 숙종을 섬겨 상서우승에까지 이르렀다. 젊은 시절부터 장안에서 가까운 남전에서 망천장을 경영하여 도심지를 피해 불교에 경도하는 생활을 했다. 그래서 후세에 시중화(詩中畫), 화중시(畫中詩)의 시조로 알려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