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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Apr 07. 2024

47> 西宮春怨(서궁춘원) / 서궁의 봄 슬픔

漢詩 工夫 (240403)

西宮春怨(서궁춘원) / 서궁의 봄 슬픔

 - 王昌齡(왕창령)


西宮夜靜百花香

서궁야정백화향

○○●●●○◎

서궁의 밤은 고요한데 온갖 꽃향기 풍겨오고


欲捲珠簾春恨長

욕권주렴춘한장

●●○○○●◎

주렴 걷으려니 봄의 서글픔이 길어진다.


斜抱雲和深見月

사포운화심견월

○●○○○●●

비파를 비껴 안고 지그시 달을 바라보니


朦朧樹色隱昭陽

몽롱수색은소양

●●○●●○◎

흐릿한 나무속에 소양궁이 숨어 있네.

* 西宮(서궁) : 한나라 成帝(성제)의 사랑을 잃은 班婕妤(반첩여)가 행여 있을지 모를 趙飛燕(조비연)의 모함을 피해 거처를 옮긴 태후의 궁인 長信宮(장신궁)을 가리킴.

* 斜抱(사포) : 비파를 비스듬히 안고 켜지 않는 모습.

* 雲和(운화) : 산 이름 인데, 당시 이 산에서 자라는 나무로 비파를 만들어서 붙은 말.

* 朦朧(몽롱) : 꿈꾸듯 아련하거나 어스름함.

* 昭陽(소양) : 성제의 총애를 받는 조비연이 사는 궁전 이름.

樂府題(악부제)니 爲班婕妤之詞也(위반첩녀지사야)라. 西宮(서궁)은 太后(태후)가 居之(거지)라. 時(시)에 班婕妤(반첩녀)가 失寵(실총)하고 供奉太后故(공봉태후고)로 亦居西宮(역거서궁)이라. 君王(군왕)이 不來故(불래고)로 夜靜(야정)하고, 惟靜故(유정고)로 聞簾外百花之香而優動人心也(문렴외백화지향이우동인심야)라. 欲捲珠簾者(욕권주렴자)는 爲花香月色所動故(위화향월색소동고)로 欲捲簾(욕권렴)이나 然(연)이나 欲捲者(욕권자)는 尙心動而未捲也(상심동이미권야)라.

악부의 글이니 반첩여를 위한 노래이다. 서궁은 태후가 거처하는 곳이다. 이때에 반첩여가 총애를 잃고 태후를 받들었기 때문에 역시 서궁에 살았다. 군왕이 오지 않음으로 밤이 고요하고, 고요하기 때문에 주렴 밖으로 온갖 꽃의 향기를 맡으니 더욱 사람의 마음을 동하게 한다. 주렴을 걷으려 한 것은 꽃향기와 달빛에 감동받기 위함인데, 주렴을 걷으려 한 것은 오히려 마음의 감동으로 걷지 못하였다.

春恨長者(춘한장자)는 以春恨方長故(이춘한방장고)로 無力去捲簾也(우력거권렴야)라. 簾不去捲(렴불거권)하고 乃去抱雲和之瑟(내거포운화지슬)하야 抱而不彈故(포이불탄고)로 斜抱而深見簾外之月(사포이심견렴외지월)하니 無非是愁境也(무비시수경야)라. 以月在簾外故(이월재렴외고)로 曰深見(왈심견)이라. 昭陽宮(소양군)은 趙昭儀得寵者(조소의득총자)에 所居也(소거지)라. 今從簾外望月(금종렴외망월)하니 似有朦朧樹色(사유몽롱수색)이 隱着昭陽(은착소양)하니, 只因心中(지인심중)에 想着昭陽而怨恨故(상착소양이원한고)로 所見(소견)이 無非昭陽也(무비소양야)라.

봄의 한이 긴 것은 춘한이 한창 길어지기 때문에 주렴을 걷으러 갈 힘이 없었다. 주렴을 걷으러 가지 않고 이에 가서 운화의 비파를 안고서, 안고 있기만 하고 연주하지 않았으므로 빗겨 안고 지그시 주렴 밖의 달을 보니, 이는 수심이 쌓인 정경이 아닐 수 없다. 달이 주렴 밖에 있으므로 지그시 바라봤다고 하였다. 소양궁은 조소의(趙飛燕)같이 총애를 얻은 자가 사는 곳이다. 지금 주렴을 따라 밖으로 달을 바라보니 마치 몽롱하게 나무 색이 은은히 소양궁에 드러나 있는 것 같으니, 다만 속마음으로 인하여 생각이 소양궁에 다다라 원망하고 한탄하므로 보이는 것이 모두 소양궁 아닌 것이 없는 것이다.

王昌齡(왕창령698-755) : 자 소백(少伯). 강령(江寧) 지금의 강소성(江蘇省) 남경(南京) 출신. 727년 진사에 급제하여 비서성 교서랑(秘書省校書郞)이 되었고, 734년 박학굉사(博學宏詞)의 시험에 합격하여 범수(氾水) 지금의 하남성(河南省) 성고현(成皐縣)의 위(尉)가 되었다. 그러나 소행이 좋지 못하다 하여 강령의 승(丞), 다시 용표(龍標) 지금의 호남성((湖南省) 검양(黔陽)의 위(尉)로 좌천되었다. 왕강령 ·왕용표로 불리기도 하는 것은 그 임지의 이름을 딴 것이다. 안녹산(安祿山)의 난으로 고향으로 돌아갔으나, 자사(刺史)인 여구효(閭丘曉)에게 죽음을 당하였다. 그의 시는 구성이 긴밀하고 착상이 청신하며, 특히 칠언절구에서 뛰어난 작품이 많다. 여인의 사랑의 비탄을 노래한 《장신추시(長信秋詩)》 《규원(閨怨)》, 변경의 풍물과 군인의 향수를 노래한 《출새(出塞)》 《종군기(從軍記)》가 유명하다. 시집 《왕창령 전집》(5권)과 그의 저술로 전하여지는 시론서 《시격(詩格)》 《시중밀지(詩中密旨)》 각 1권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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