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섣달그믐에 나그네가 되어 지은 것이다. 홀로 타향에 있으면서, 이 제야를 맞아 객으로써의 품은 마음이 다른 때의 갑절이나 되어 깜빡깜빡하는 쓸쓸한 등불만 짝을 삼아 앉아서 홀로 잠을 이루지 못하니, 나의 마음이 어떤 일의 실마리로 인하여 서글퍼짐이 이와 같은가? 그 처연함의 이유를 궁구 하면 즉 이제 제야인 밤에 생각하니 고향이 천리밖에 있고, 내일 아침이 오면 서리 맞은 듯 세어버린 귀밑머리로 한 해가 지나가니, 글자마다 처량하고 구절구절 비정하다.
고적(高適 ; 702~765) : 중국 당나라의 시인. 자 달부(達夫). 허베이성(河北省) 출생. 젊었을 때 생업에 종사하지 않고, 산둥(山東)과 허베이 지방을 방랑하며 이백(李白)·두보(杜甫) 등과 사귀었다. 안록산(安祿山)의 난 때에 간의태부(諫議太夫)로 발탁되었으나, 그의 직언(直言) 탓으로 환관(宦官) 이보국(李輔國)에게 미움을 사서 펑저우(彭州) 자사(刺史)로 좌천되었으며, 청두(成都)에 유배되어 있던 두보와 가까이 지냈다. 그 후 영전되어 좌산기상시(左散騎常侍)가 되었고, 보하이현후(渤海縣侯)에 봉해졌다. 그의 시는 호쾌하면서도 침통한데, 특히 변경에서의 외로움과 전쟁·이별의 비참함을 읊은 변새시(邊塞詩)가 뛰어나다. 잠삼(岑參)의 시와 더불어 성당시(盛唐詩)의 일면을 대표한다. 그의 시집은 《고상시집(高常詩集)》이라 하여, 그가 찬(撰)한 《중간흥기집(中間興氣集)》과 함께 지금까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