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가 형양에 이르렀다가 돌아서 瀟(소)와 湘(상) 두 강 사이에 이른 것이다. 지금 기러기에게 가설하여 묻기를 “너는 무슨 일 때문에 경솔히 돌아왔느냐?” 라고 하였고, ‘等閑(등한)’이라는 것은 경솔하다는 말이다. 소상강의 풍토가 매우 아름다워 가벼이 떠남은 마땅하지 않다. 상수의 물이 매우 맑아 아래로 자갈이 저포같이 보이고, 흰 모래가 눈서리 같이 보이고, 붉은 언덕이 아침 노을 같으니, 상주기에 나온다.
‘彈夜月(탄야월)’은 기러기를 위하여 돌아온 것에 근원하니, 어찌 湘君(상군)이 달밤에 25현 슬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슬 소리가 구슬프게 달밤에 연주하니 곧 더욱 처절한 것이다. 슬의 소리가 맑고 한스러워 기러기가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도리어 문득 소상을 떠났으나 다시 날아와 여기에 이른 것이 아니겠는가? 대개 슬 소리 가운데 돌아온 기러기를 잡고 있으니 전기가 상군의 슬 소리를 듣고 시를 지어 당시 칭송되었기 때문에 기러기에 뜻을 붙여 슬 소리에 돌아옴을 아름답게 여긴 것이다. 위의 두 구절은 기러기 에게 물어본 말이고, 아래 두 구절은 기러기의 대답을 말하였다.
* 전기(錢起, 710년 ~ 782년) : 중국 당나라의 시인이다. 자(字)는 중문(仲文)이다. 현 저장성의 우싱(吳興)에서 태어났다. 유명한 시로는 〈상령고슬〉(湘靈鼓瑟), 〈효고추야장〉(效古秋夜長) 등이 있다. 전기가 진사 시험을 치를 때 시제(試詩)가 바로 ‘상령고슬’이었다. 전기는 이 시험에서 “연주가 끝나니 사람은 보이지 않고, 강가엔 산봉우리만 푸르네<曲終人不見(곡종인불견), 江上數峰青(강상수봉청)>”라는 명구를 남겼다. 중국인은 늦가을에 북방에서 날아온 기러기가 호남성 형양현(衡陽縣) 남쪽에 있는 회안봉(回雁峰 기러기 돌아가는 봉우리)에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 북쪽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