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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May 29. 2024

94> 歸雁(귀안) / 돌아온 기러기

漢詩工夫(240515)

歸雁(귀안) / 돌아온 기러기

 - 錢起(전기)


瀟湘何事等閑廻

소상하사등한회

○○○●●○◎

소상강에 무슨 일로 무관심하게 돌아오나


水碧沙明兩岸苔

수벽사명양안태

●●○○●●◎

푸른 물 맑은 모래에 양 언덕이 이끼인데.


二十五絃彈夜月

이십오현탄야월

●●●○○●●

이십오 줄 가야금을 달밤에 연주하니


不勝淸怨却飛來

불승청원각비래

●○○●●○◎

맑은 설움 못 견디어 문득 날아 왔다네.

* 瀟湘(소상) : 호남성(湖南省)의 남부를 흐르는 소수(瀟水)의 별칭이며, 상강(湘江) 중류와 소수(瀟水)의 합류 부분을 가리킴.

* 等閑(등한) : 무관심하게. 까닭 없이. 공연히. 무단히. 부질없이.

* 二十五絃(이십오현) : 25 줄을 가진 악기. ‘슬(瑟)’이라고도 한다. 상수의 여신이 고슬(鼓瑟)에 뛰어났다고 전해진다.

* 湘靈(상령) : 중국 상수(湘水)의 신(神). 요(堯) 임금의 두 딸로 순(舜) 임금의 비(妃)가 된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을 가리킨다. 이들은 순 임금이 죽자 소상강에 빠져 죽었다 하여 상군(湘君) 혹은 상령(湘靈)이라고 한다.

鴈至衡陽而回(응지형양이회)하야 至瀟湘二水之間(지소상이수지간)이라. 今設爲問鴈曰汝爲何事而輕回乎(금설위문안왈여위하사이경회호)아. 等閑者(등한자)는 輕忽之辭也(경홀지사야)라. 言瀟湘(언소상)이 風土甚美(풍토심미)하야. 不宜輕去之也(불의경거지야)라. 湘水至淸(상수지청)하야. 下見石子若樗蒲(하견석자약저포)하고, 白沙若霜雪(백사약상설)하고, 赤岸(적안)이 若朝霞(약조하)하니 出湘州記(출상주기)라.

기러기가 형양에 이르렀다가 돌아서 瀟(소)와 湘(상) 두 강 사이에 이른 것이다. 지금 기러기에게 가설하여 묻기를 “너는 무슨 일 때문에 경솔히 돌아왔느냐?” 라고 하였고, ‘等閑(등한)’이라는 것은 경솔하다는 말이다. 소상강의 풍토가 매우 아름다워 가벼이 떠남은 마땅하지 않다. 상수의 물이 매우 맑아 아래로 자갈이 저포같이 보이고, 흰 모래가 눈서리 같이 보이고, 붉은 언덕이 아침 노을 같으니, 상주기에 나온다.

彈夜月(탄야월)은 此爲鴈(차위안)하야. 原所以歸之(원소이귀지)하니 豈以湘靈(기이상령)이 彈二十五絃之瑟於月夜耶(탄이심오현지슬어월야야)아. 瑟聲(슬성)이 悲彈夜月則尤凄絶矣(비탄야월즉우처절의)라. 瑟聲(슬성)이 淸怨(청원)을 鴈(안)이 不勝其悲(불승기비)하야. 却便去瀟湘(각편거소상)이 飛來至此耶(비래지차야)아. 盖瑟中(개슬중)에 有歸鴈操而錢起有湘靈瑟詩(유귀안조이전기유상령슬시)하야. 爲時所稱故(위시소칭고)로 託意於鴈而歸美於瑟也(탁의어안이귀미어슬야)라. 上二句(상2구)는 言問於鴈也(언문어안야)오. 下二句(하2구)는 言鴈之答也(언안지답야)라.

‘彈夜月(탄야월)’은 기러기를 위하여 돌아온 것에 근원하니, 어찌 湘君(상군)이 달밤에 25현 슬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슬 소리가 구슬프게 달밤에 연주하니 곧 더욱 처절한 것이다. 슬의 소리가 맑고 한스러워 기러기가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도리어 문득 소상을 떠났으나 다시 날아와 여기에 이른 것이 아니겠는가? 대개 슬 소리 가운데 돌아온 기러기를 잡고 있으니 전기가 상군의 슬 소리를 듣고 시를 지어 당시 칭송되었기 때문에 기러기에 뜻을 붙여 슬 소리에 돌아옴을 아름답게 여긴 것이다. 위의 두 구절은 기러기 에게 물어본 말이고, 아래 두 구절은 기러기의 대답을 말하였다.

* 전기(錢起, 710년 ~ 782년) : 중국 당나라의 시인이다. 자(字)는 중문(仲文)이다. 현 저장성의 우싱(吳興)에서 태어났다. 유명한 시로는 〈상령고슬〉(湘靈鼓瑟), 〈효고추야장〉(效古秋夜長) 등이 있다. 전기가 진사 시험을 치를 때 시제(試詩)가 바로 ‘상령고슬’이었다. 전기는 이 시험에서 “연주가 끝나니 사람은 보이지 않고, 강가엔 산봉우리만 푸르네<曲終人不見(곡종인불견), 江上數峰青(강상수봉청)>”라는 명구를 남겼다. 중국인은 늦가을에 북방에서 날아온 기러기가 호남성 형양현(衡陽縣) 남쪽에 있는 회안봉(回雁峰 기러기 돌아가는 봉우리)에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 북쪽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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