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을 맞아 신록이 우거지자 우리 시모임인 옥류시사(玉流詩社)에서 이름이 같은 옥류정(玉流亭)으로 가서 시회(詩會)를 갖기로 했다. 옥류정은 성균관대 뒤쪽의 산기슭에 있는 조그만 정자이다. 필자인 금삿갓이 그 대학에 다닐 때, 학우들과 그곳에 가끔 놀러가곤 했던 추억이 있다. 당시에는 정자 밑으로 흐르는 작은 계곡물을 막아 웅덩이가 있고, 아주머니가 거기에 막걸리와 과일 등을 담가 놓고 판매를 했다. 여름에 공부하다가 지치면 이곳을 찾아 친구들과 막걸리를 마시면서 고담준론을 떠들던 때가 새삼 그립다. 지금은 도로가 나고 시내버스가 다니면서 지형이 바뀌어 그때의 정취가 없어져 버렸다. 그런데 정자의 현판은 1956년도에 만들어진 그대로 달려 있어서 옛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이 시(詩)는 기구(起句) 2번 자인 운(雲)이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절구(七言絶句)이다. 압운(押韻)은 ◎표시를 한 송(松), 공(筇), 용(容)으로 동운목(冬韻目)이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고, 승구(承句)의 5번 자 마(磨)와 결구(結句) 3번 자 의(依)의 평측(平仄)을 변화시켰고, 나머지는 전범(典範)을 잘 따랐다. 어려운 시어(詩語)는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