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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Jun 14. 2024

100> 장신궁(長信宮)

漢詩工夫(240527)

장신궁(長信宮)

 - 李端(이단)


金壺漏盡禁門開

금호루진금문개

○○●●●○◎

물시계 흐르길 다하여 궁궐 문 열리고


飛燕昭陽侍寢回

비연소양시침회

○●○○●●◎

소양궁의 조비연은 잠자리 모시고 돌아온다.


隨分獨眠秋殿裏

수분독면추전리

○●●○○●●

분수 따라서 썰렁한 궁전에서 홀로 잠들며


遙聞笑語自天來

요문소어자천래

○○●●●○◎

웃고 떠드는 소리 아득히 하늘에서 들려온다.

* 금호(金壺) : 동호(銅壺)의 미칭인데, 옛날의 물시계이다. 구리로 병을 만들어 물을 채운 다음 아래 구멍을 열어 놓으면 양쪽 병으로 물이 떨어지는데, 오른쪽 병은 밤에 해당하고 왼쪽 병은 낮에 해당한다. 《初學記(초학기) 25 漏刻(루각)》

* 禁門(금문) : 일반인이 못 들어가는 대궐의 문.

* 飛燕(비연) : 조비연(? ~ BC1) 前漢(전한) 成帝(성제)의 비. 趙臨(조림)의 딸. 본명은 宜主(의주), 시호는 孝成皇后(효성황후)

* 秋殿(추전) : 가을 전각 또는 궁전. 여기서는 총애를 잃어 썰렁한 전각.

* 鷄人(계인) : 궁중에서 닭을 치지 못하므로 진홍빛 머리싸개인 강책(絳幘)를 쓰고 닭소리를 내면서 새벽을 알리는 벼슬아치. 당 나라 왕유(王維)의 시에 “絳幘鷄人報曉籌(닭 벼슬아치 새벽을 알리고)”라 하였음.

此亦宮怨也(차역궁원야)라. 此四句(차4구)는 言曉漏已盡(언효루이진)하고, 鷄人報籌(계인보주)하야. 九重之門(구중지문)이 洞開(통개)하니 於是(어시)에 飛燕(비연)이 侍寢於昭陽殿而歸(시침어소양전이귀)이라. 彼美人兮得恩寵而自得(피미인혜득은총이자득)이어늘 惟我失寵之人(유아실총지인)은 安其分(안기분)하고, 煢煢孤身(경경고신)이 獨宿於寂寞秋殿之際(독숙어적막추전지제)에 笑語之聲(소어지성)이 自天下來(자천하래)를 側耳遠聽而已(측이원청이이)라.

이 시 또한 궁중의 원망을 말한 것이다. 이 4구는 새벽이 되어 물시계가 이미 다 흐르고, 시간을 알리는 사람이 시각을 알리어 구중궁궐의 문이 통하여 열리니, 이에 조비연이 소양전에서 잠자리를 모시고 돌아온 것이다. 저 미인은 은총을 얻어 득의 했으나, 오직 나같이 총애를 잃은 사람은 그 분수를 편안히 여기고, 외롭고 고독한 몸이 적막한 가을 궁전에 홀로 잠잘 즈음에 웃는 말소리가 공중에서 들려오니 귀 기울여 들을 뿐이다.

* 李端(이단) : 약 743-782. 당나라 때 시인. 자(字)는 정기(正己), 조주(趙州) 지금의 허베이 자오현(趙縣)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여산에 살면서 시승(詩僧) 교연(皎然)에게 시를 배웠다. 대력 5년에 진사, 비서성 교서랑, 항주 사마를 지냈다. 말년에 벼슬을 그만두고 후난성 형산에 은거하여 스스로 형악유인(衡嶽幽人)이라 칭하였다. 현재 《이단 시집》 세 권이 있다. 그의 시는 대부분 소극적인 피세(避世) 사상을 나타내며, 개별 작품은 사회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며, 규애(閨愛)를 쓴 시들도 청아하고 완곡하여 낭송할 수 있으며, 그 풍격은 사공서와 유사하다. 이단은 대력의 10 재자 중 한 명으로 10 재자 중 나이가 젊지만 시재가 뛰어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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