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 또한 궁중의 원망을 말한 것이다. 이 4구는 새벽이 되어 물시계가 이미 다 흐르고, 시간을 알리는 사람이 시각을 알리어 구중궁궐의 문이 통하여 열리니, 이에 조비연이 소양전에서 잠자리를 모시고 돌아온 것이다. 저 미인은 은총을 얻어 득의 했으나, 오직 나같이 총애를 잃은 사람은 그 분수를 편안히 여기고, 외롭고 고독한 몸이 적막한 가을 궁전에 홀로 잠잘 즈음에 웃는 말소리가 공중에서 들려오니 귀 기울여 들을 뿐이다.
* 李端(이단) : 약 743-782. 당나라 때 시인. 자(字)는 정기(正己), 조주(趙州) 지금의 허베이 자오현(趙縣)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여산에 살면서 시승(詩僧) 교연(皎然)에게 시를 배웠다. 대력 5년에 진사, 비서성 교서랑, 항주 사마를 지냈다. 말년에 벼슬을 그만두고 후난성 형산에 은거하여 스스로 형악유인(衡嶽幽人)이라 칭하였다. 현재 《이단 시집》 세 권이 있다. 그의 시는 대부분 소극적인 피세(避世) 사상을 나타내며, 개별 작품은 사회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며, 규애(閨愛)를 쓴 시들도 청아하고 완곡하여 낭송할 수 있으며, 그 풍격은 사공서와 유사하다. 이단은 대력의 10 재자 중 한 명으로 10 재자 중 나이가 젊지만 시재가 뛰어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