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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May 28. 2024

315. 포르투 렐루서점(Lello Livraria)

복권으로 개업한 입장료 받는 서점

조선 과객 금삿갓은 묵시아에서 산티아고로 이동하여, 다시 포르투갈의 북부 항구 도시 포르투로 왔다. 포르투는 사실 포르투갈의 근원이 되는 역사적인 도시이다. 구도심 포르투 역사 지구(The historic centre of Porto)가 1996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니까. 이 도시에 상업용 서점으로 최고로 성공한 서점이 있다. 바로 렐루서점(Lello Livraria) 또는 설립자의 이름을 딴 샤르드롱 서점(Livraria Chardron)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서점은 뉴욕에 있는 BARNES & NOBLE이고, 가장 아름다운 서점은 이곳이라고 생각한다.

<왼쪽 최초 설립자 샤르드롱, 오른쪽 인수 후 성공시킨 렐루의 모습>

이 서점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설립자 Ernesto Chardron은 원래 프랑스인으로 상파뉴 지방에서 태어나서 18세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그런데 그의 삼촌의 친구가 포르투에서 서점을 하고 있어서 그의 권유로 1858년 포르투로 이주하여 삼촌 친구 서점의 점원으로 일하면서 포르투갈어와 서점 경영, 출판에 관한 모든 업무에 두각을 나타냈다. 그래서 그 서점의 지배인 겸 출판 기획자로 일했다. 1869년에 샤르드롱에게 엄청난 행운이 찾아온다. 바로 복권 1등에 담첨이 된 것이다. 그래서 그 돈으로 그는 루아 도스 클레리고스(Rua dos Clérigos)에 본인의 이름을 건 에르네스토 샤르드롱 국제 서점(Livraria Internacional de Ernesto Chardron)을 세웠다.

그는 서점 외에도 출판 편집자가 되었는데, 당시 포르투갈에서는 보기 드문 대담하고 용기 있는 정책을 펼쳤다.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그는 당시 최고의 포르투갈과 프랑스 작가들의 많은 책을 출판했다. 오늘 리브라리아 렐루 컬렉션의 일부인 그의 카탈로그는 600페이지가 넘었다고 한다. 1885년 설립자인 에르네스트 샤르드롱이 45세로 죽은 뒤에 루가네 제네리우 (Lugan e Genelioux) 회사에 매각되었다가, 1894년 호세 핀토 드 수사 렐루(José Pinto de Sousa Lello)와 안토니우 렐루(António Lello) 형제에게 인수되었다. 이들은 원래 산타 마르타 데 페나귀앙(Santa Marta de Penaguiango)이라는 시골에 살다가 서점을 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1881년에 포르투로 와서 서점으로 어느 정도 성공한 후 1894년에 샤드론 서점과 모든 콘텐츠를 인수하여 지금의 성공 기틀을 이룬 것이다. 당시 서점은 출판, 영화, 극장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생산 유통하고 있었다.

렐루 형제는 카르멜리타스 거리(Rua das Carmelitas)에 새로운 서점 건물을 프란시스쿠 샤비에르 이스테베스(Francisco Xavier Esteves)의 설계를 맡겨, 1906년 1월 13일에 완공하여 개점을 한 것이다. 당시 이 렐루 서점의 개점식에 포르투갈의 유명한 작가, 영화감독, 영화계 인사 등 문화계의 유력인사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건물은 신고딕(Neo-Gothic) 양식으로 세워졌으며,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유행했던 아르 누보(Art Nouveau) 풍의 요소가 혼합되었다. 2층 건물의 정면 외벽은 다섯 개의 첨탑 모양의 장식으로 마무리되어 있으며, 내부는 풍부한 색감과 화려한 목공 장식으로 호화롭게 꾸며져 있다. 특히 1층과 2층을 잇는 중앙의 분기 계단은 천장의 대형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어울려 매우 신비하고 인상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이 서점은 1935년까지 최초의 설립자 샤르드롱의 이름이 포함된 <리브라리아 샤르드롱 드 렐루 & 이르망(Livraria Chardron de Lello & Irmo)>이라고 불리다가 이때부터 공식적으로 샤르드롱을 빼고 부른다. 1993년 이 서점 건물의 첫 번째 복원 당시에 원래 갈색이었던 층계를 페인트공의 오해로 붉은색으로 칠하고 말았다. 그런데 당시 조각가 호세 로드리게스(José Rodrigue)가 새로운 색깔을 보고 그 효과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현재의 색깔이 된 것이다.

<왼쪽 층계의 도색 전후 모습, 오른쪽 화려한 층계의 모습>

아무튼 이 서점은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가운데 하나로, 1994년 포르투갈의 공익기념물(Monument of Public Interest)로서 특별 보호 건축물로 등록되었다. 200만 유로 이상을 투자여 복원한 후 2013년에는 특별보전구역(Zona Especial de Protecção)으로 지정되었다. 렐루는 2019년에 문화에 공헌할 목적으로 서점 바로 옆에 위치한 루아 다스 카르멜리타스(RUA DAS CARMELITAS) 148번지에 사다 반데이라 극장 건물을 인수했다.

현재 이 서점은 포르투갈의 관광 명소로 이름이 높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스페인 작가 엔리케 빌라 마타스가 <엘 파이스>에 기고한 글에서 리브라리아 렐루를 “세계에서 가장 예쁜 서점”으로 처음 언급했다. 2008년, 가디언지는 이 서점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서점 중 하나로 꼽았다. 2011년, 론리 플래닛 여행 가이드의 편집자는 또한 세계 최고의 서점 중 하나인 “아르누보의 진주”로 선정되었다고 말했다. 작가인 조앤 롤링(Joanne Rowling)이 해리포터 시리즈를 창작하는 데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 서점은 최초로 2015년부터 방문객을 독자로 전환한다는 미명하에 입장료 바우처 시스템을 도입했다.

얼마나 유명하면 아침부터 입장권을 사려는 사람들의 오픈런(개점 질주) 줄 서기가 너무 과하다. 평소 게으르고 예매하기 귀찮은 금삿갓은 엄두가 안 날 지경이다. 여기서도 입장권 구하기는 역시나 이다. 표 사는데 한 시간, 입장하는데 두 시간을 허비하기가 싫었다. 입장객이 너무 낳아서 시간 단위로 입장을 시키기 때문이다. 뭐든지 세계 제일이 되고 보아야 돈도 되고 명예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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