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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풍산개와 코끼리의 논란(論難)

금동수의 세상읽기(221110)

by 금삿갓

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반납(返納) 논란(論難)이 시간이 지나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양측이 서로 풍산개에 대하여 정치적(政治的)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 전 대통령 측은 “풍산개들은 대통령기록관에 반려(伴侶) 동물을 관리하는 인적·물적 시설과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정서적(情緖的) 교감(交感)이 필요한 반려동물의 특성까지 감안(勘案)하여, 대통령기록관 및 행안부와 문 전 대통령 사이에 그 관리를 자기에게 위탁(委託)하기로 협의가 이루어졌다”라고 주장하며, “대통령실에서는 풍산개의 관리를 문 전 대통령에게 위탁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듯하다. 이런 사소(些少)한 문제에 대해서까지 드러내는 현 정부의 악의(惡意)를 보면 어이없게 느껴진다.”면서 책임을 대통령실로 돌렸다.

<청와대 풍산개 : 연합뉴스 자료>

이에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公知)를 내고 “대통령실이 반대하여 시행령(施行令)이 개정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해당 시행령은 대통령기록관 소관(所管)으로서 행안부, 법제처 등 관련 부처가 협의 중에 있을 뿐 개정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관계부처가 협의는 당연한 절차로서 시행령 입안(立案)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풍산개를 반환한 것은 전적(全的)으로 문 전 대통령 측 판단일 뿐 현재의 대통령실과는 무관(無關)하다”라고 문 전 대통령 측을 탓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겉으로는 SNS에 반려동물 사진을 올리면서 관심 끌더니, 속으로는 사료(飼料) 값이 아까웠느냐. 참으로 좀스럽고 민망(憫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겉으로는 호탕(浩蕩)하게 데려가서 키우라고 해놓고 속으로는 평산마을에서 키우는 행위를 합법화하는 일에 태클을 거는 대통령실이다. 좀스럽고 민망한 일을 하는 것은 정부와 여당”이라고 주장했다. 진정 누가 좀스러운 걸까? 논란이 증폭(增幅)되자 문 전 대통령은 “이제 그만들 하자. 내게 입양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현 정부가 책임지고 반려 동물답게 잘 양육(養育) 관리하면 될 일”이라고 하면서 본인이 입양(入養)하면 자기 책임과 비용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이에, 홍준표 대구시장 “나라 꺼라면 그 돈 들여 키우기 싫지만, 내 꺼라면 그 돈 들여서라도 키울 수 있다. 불하(拂下)해 주지 못할 걸 번연(幡然)히 알면서도 그런 말로 이 졸렬(拙劣)한 사태를 피해 가려고 해선 안 된다. 정들면 강아지도 가족이다. 강아지 키우기 좋은 단독주택에 살면서 그러는 거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 나아가 “퇴임 후 받는 돈만 하더라도 현직 광역단체장 월급(月給) 보다 훨씬 많은데 고작 개 세 마리 키우는 비용이 그렇게 부담이 되던가?”라고 반문했다.


필자(筆者)는 풍산개가 반려동물인가 의문이 든다. 초등학교 때 배운 지식으로는 풍산개나 진돗개는 사냥개로 알고 있는데 말이다. 풍산(豐山)과 진도(珍島)이라는 특정 지역에서 사냥용이나 경비용(警備用)으로 주로 키우던 개가 아닌가? 풍산은 지금은 북한의 양강도(함경남도) 김형권군에 속하는 지역이다. 주변이 고원지대로 평균 고도(고度)가 800m가 넘은 지역이다. 일제 식민시대에 갑산군(甲山郡) 일부와 북청군(北靑郡) 일부를 통합하여, 풍년촌(豊年村)과 갑산(甲山)의 한 글자씩 취하여 풍산군으로 하였던 것이다. 고산 지대이다 보니 영하 30도의 추위에도 잘 견디고, 맹수(猛獸) 사냥에 특화(特化)된 풍산개의 순수 혈통(血統)이 잘 보존되어서 오늘에 이르렀을 것이다. 북한은 풍산개를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지정하고, 김형권군의 광덕리에 전문적인 사육장(飼育場)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사실로 보야 문 전 대통령의 반려견(伴侶犬)이라는 주장은 타당성(妥當性)이 없다. 종전(從前)에 김대중 전 대통령도 풍산개를 선물로 받았지만 퇴임하면서 이를 서울대공원으로 이관하여 관리하도록 했다. 이런 조치가 합당(合當)하리라 본다.


우리 역사(歷史)에도 국가 간의 공식 선물에 대한 여러 가지 기록이 있다. 대부분 물건이지만 살아있는 동물도 주고받은 예(例)가 많다. 특히 중국에서 사신(使臣)이 오면 살아있는 동물 중에서 사냥용 매와 사냥개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특히 명(明) 나라 영락제(永樂帝) 때의 환관(宦官) 황엄(黃儼)은 조선에 11번씩 사신으로 들락거리며, 집요하게 사냥개를 요구했다. 일본도 조선의 표류(漂流)하거나 잡아간 어부(漁夫)들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사냥개를 요구했다. 이러한 공물(貢物)에 충당(充當) 하기 위하여 풍산개를 사육했을 것이다. 더 기이한 것은 조선왕조실록 태종(太宗) 11년 신묘(辛卯 : 1411) 2월 22일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일본 국왕(日本國王) 원의지(源義持)가 사자(使者)를 보내어 코끼리를 바쳤으니, 코끼리는 우리나라에 일찍이 없었던 것이다. 명(命)하여 이것을 사복시(司僕寺)에서 기르게 하니, 날마다 콩 4~5두(斗)씩을 소비하였다.” 조선의 입장에서는 대략 난감(難堪)한 선물이었다. 말로만 듣고 보지 못한 거대한 동물인 코끼리를 선물로 받았으니 조정(朝廷)은 물론 한양 도성(都城)이 시끌벅적했을 게 분명하다. 사육의 책임을 맡은 사복시(司僕寺)는 임금이 타는 말과, 수레, 마구(馬具), 목장(牧場) 등을 관리하는 부서인데, 태종(太宗)이 동물이니까 그렇게 조치를 한 모양이었다.

아무리 길들인 코끼리(순상 : 馴象)가 초식동물이라지만 그 먹성이 지대하고, 처음 대하는 동물이라서, 그 사육 책임이 다시 3군부(三軍府)로 이관이 되었다. 그러다가 다음 해인 1412년 12월 10일에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도성 내에서 생전 본 적이 없는 기이한 동물인 코끼리를 구경하기 위하여 사람들이 늘 코끼리 사육장으로 모이게 된 것이다. 그때 전직(前職) 공조전서(工曹典書)인 이우(李瑀)가 코끼리에게 밟혀 죽은 것이다. 그는 코끼리의 꼴이 추하다고 비웃고 침을 뱉었는데, 코끼리가 노하여 밟아 죽였다는 것이다. 공조전서(工曹典書) 면 이조 초기 판서급(判書級)으로 정3품인데 이런 정도니, 그 당시 조선인들의 견문(見聞)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긴 속담(俗談)에 “장님 코끼리 만지기”란 말이 있기도 하니까. 그 뒤 또 구경꾼들이 한 사람 더 깔려 죽자 태종 13년 계사(癸巳 : 1413) 11월 5일 조정에서는 코끼리를 순천부(順天府)의 장도(獐島)에 방목(放牧)하도록 했다. 이듬해인 1414년 5월 3일에 “섬에서 먹일 것이 없어서 수초(水草)를 따다가 주니, 먹지 않아 날로 수척(瘦瘠)하여지고, 사람을 보면 눈물을 흘립니다.”라고 보고를 올리니, 육지(陸地)로 보내 충청도 공주(公州)에서 기르도록 했다. 세종(世宗) 3년 신축(辛丑 : 1421) 3월 14일에 이 코끼리를 사육하던 종이 차여 죽는 일이 발생하자, 사료(1년에 쌀 48섬, 콩 24섬)도 많이 들고, 이득도 없고 사람들만 해치니 무인도(無人島)로 보내자고 결정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나라 최초의 코끼리는 사라졌다. 중국과 일본에 줄 선물용 사냥개나 사냥매의 공출(供出)을 위해 밤낮으로 매를 잡고, 풍산개를 키우는 백성들의 고통이 심했음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또한 사람의 수 십 배를 먹어 치우는 코끼리를 사육하기 위해 없는 식량을 아껴 주린 배를 움켜잡고 견뎠을 사람들이 눈에 선하다.

위와 같이 역사적으로 살펴보아도 나라 간이나, 국가 원수 들끼리 주고받는 살아있는 동물(動物)의 선물이 큰 문제인 것이다. 동물을 선물로 주고받으면서 서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생각은 버려야 한다. 조선시대 그 어렵던 시기에 코끼리도 키웠는데, 국민의 혈세(血稅)로 지급되는 수 억 원대의 연금(年金)과 편의(便宜) 제공을 받으면서, 스스로 데리고 간 풍산개 사육을 포기(抛棄)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제 까지 보인 문재인 정부의 동물 지위(地位) 향상에 대한 각종 조치(措置)는 동물 그 자체보다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가식적(假飾的)인 행보(行步)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관련 기관에 맡기지도 않고, 반려동물이라며 사저(私邸)로 데려가 키우다가 돈이 아까웠는지 “이건 기록물이니 국가에서 도로 가져가라”는 이율배반적(二律背反的)인 모습은 정말 좀스럽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와 평산마을 사저(私邸)에서 풍산개와 같이 찍은 사진으로 전 국민을 상대로 감성(感性)팔이 정치쇼를 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 나몰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문 전 대통령이 아니라도 정치인들이 유기(遺棄)된 동물을 입양(入養)하고, 그 동물을 끌어안고 애정 넘치는 눈길로 쓰다듬는 사진과 영상(映像)으로 몇 번 홍보(弘報)하고는 국민들의 관심이 멀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동물들을 외면(外面)하기 일쑤였다. 필자(筆者)의 개인적인 생각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풍산개를 반납한 것은 개 보다 고양이를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개가 고양이 보다 훨씬 더 충성(忠誠)스럽고 배신(背信)을 안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개는 눈치 없이 우직(愚直)하게 따르기만 하고 본인의 감정(感情)을 대신 표현해 주지 못하지만, 고양이는 본인의 감정을 적극적(積極的)으로 잘 표현해 주기 때문에 고양이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과거 민주당 대선(大選) 경선(競選) 때 ‘혜경궁홍씨’ 사건이나 ‘문준용 특채사건’ 등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는 철천지원수지간(徹天之怨讐之間)이 되었을텐데, 고양이는 본인의 뜻을 잘 파악(把握)하여 이재명 대표에 대한 나쁜 트윗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지만 풍산개는 밥만 축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공직(公職)에서 퇴임할 때 ‘국가소유’니, ‘지자체 소유’니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헌신짝처럼 동물을 버리고 떠나는 사례(事例)들을 다시는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울러, 이미 서구 유럽은 국가 원수들끼리 살아있는 동물이나 죽은 동물의 가죽이나 뼈 등으로 만든 선물을 주고받는 관례(慣例)는 사라진 지 오래다. 다만, 독재국가(獨裁國家) 비슷한 러시아 등 일부 사회주의 국가와 중국, 북한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다만 멸종(滅種) 위기(危機) 동물에 대한 번식(繁殖)이나, 서로 없는 종(種의) 확산(擴散)을 위해서 주고받을 경우는 거기에 맞는 합당(合當)한 절차를 만들어서 조치(措置)를 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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