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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Sep 20. 2024

19. 바기오의 대중교통 지푸니(Jeepney)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지에서 대중교통수단으로 툭툭(Tuk-tuk)이 있다면 필리핀에는 지푸니(Jeepney)가 대세다. 필리핀도 툭툭이 비슷한 교통수단인 트라이시클(Tricycle)이 있지만 바기오의 지형상 트라이시클의 운행은 금지란다. 그러니 도로에 다니는 건 지푸니 아니면 택시가 대부분이다. 대부분 출고된 지 오래된 구형의 자동차들이라서 운행하는데 시커먼 매연을 마구 토해낸다. 하지만 이것이 이들에게는 최고의 저렴한 가격에 최고로 편리한 이동 수단이다. 일부 지프니는 스티커나 스프레이 페인트로 장식해 놓은 것도 있고, 배우, 만화, 애니메이션, 만화책, 게임 또는 영화 캐릭터, 추상적인 디자인과 선, 종교적 아이콘 등과 같은 대중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캐리커처, 일러스트 또는 그림으로 구성된 멋지고 예술적인 디자인의 지푸니도 있다.

지푸니는 미국 식민지 초기에 사륜마차의 스페인식 이름인 칼레사(Calesas)로 불렸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군이 남긴 지프 자동차를 개조하여 앞쪽에 운전자와 조수가 앉고, 뒤쪽은 승객을 많이 태울 수 있는 구조, 즉 길게 마주 보는 벤치를 양쪽에 설치한 형태의 자동차다. 승객은 운전자 포함 14~18명이 탑승할 수 있다. 요금은 레귤러(Regular)와 모던(Modern) 지푸니로 구분된다. 우리가 바기오에 체류 당시에 레귤러는 일반 13페소(학생, 노인, 장애인 10.5페소)이고, 모던은 일반 15페소(학생, 노인, 장애인 12페소)이다. 처음에 우리는 노인 할인제도를 모르고 일반 요금을 내고 타고 다녔다. 승객 탑승칸과 운전자 칸이 구분되어 있지만, 대화나 요금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구멍이 뚫어져 있다. 이용요금의 지불 방식이 독특하다. 승객이 혼자 탔을 때는 운전석 바로 뒤쪽에서 요금을 지불하면 되고, 자리는 어디든 앉을 수 있다. 먼저 탄 승객이 2열로 쭉 앉아 있는 경우에는 통상 마지막 자리가 주로 비어 있다. 이때 요금 지불 방식은 마지막에 탄 승객이 요금을 옆사람에게 넘겨주면 요금을 차례차례 전달하여 운전석 조수에게 요금을 지불하게 된다. 만일 거스름돈이 있는 경우에는 이와 반대로 전달해서 요금을 낸 마지막 승객에게 전달해 주는 방식이다. 우리가 탄 지푸니에 재미있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하느님은 누가 요금을 내지 않았는지 아신다.(God knows who does not pay!!!)"

필리핀의 어느 곳과 마찬가지로 바기오의 지프니도 특정한 경로와 정류장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푸니는 승객의 요구에 따라 경로 중의 어디서든 승차와 하차가 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주요 도로에서 지프니를 잡거나 관광 명소 근처에 있는 가장 가까운 지프니 정류장에서 탑승할 수도 있다. 다음은 바기오의 주요 관광지에 갈 수 있는 지프니 노선과 정류장을 정리한 것인데 몇 개만 보자.

Mines View Park Route - Mines View를 표시하는 표지판이 있는 지프니는 Mines View Park뿐만 아니라 The Mansion, Wright Park, Good Shepherd Baguio로도 이동한다. 이 지프니는 Burnham Park 근처 Perfecto Street의 Bakakeng Terminal, Session Road를 따라, 그리고 위에 언급된 모든 정류장에서 탈 수 있다. 이 지프니를 타고 한 관광지에서 다른 관광지로 이동할 수 있다.


Scout Barrio 경로 - Camp John Hay로 가려면 Perfecto Street를 따라 Burnham Park 동쪽에 있는 Bakakeng 터미널로 가면 된다. Burnham Park에서 이 터미널까지 걸어가는 데 3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Scout Barrio라고 적힌 표지판이 있는 지프니에 올라타 Camp John Hay 게이트에서 내려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Pacdal 경로 - Pacdal 표지판이 있는 지프니를 타면 바기오 식물원으로 갈 수 있다. Lakandula Street의 Pacdal-Liteng 터미널에서 Pacdal 지프니를 탈 수 있다. 이 터미널은 Session Road에서 불과 3-5분 거리에 있다.

<지푸니 천정에 머리가 닿는다>

롱롱-탐아완과 케존힐-탐아완 - 탐아완 빌리지로 가는 경우, 롱롱에서 탐아완까지 또는 케존힐에서 탐아완까지 운행하는 지프니를 탈 수 있다. 두 지프니 모두 Baguio Public Market 근처 Kayang Street의 Guisad Jeepney Terminal에서 이용할 수 있다. 터미널은 Burnham Park에서 도보로 7분, Session Road에서 3-5분 거리에 있다.


라 트리니다드 노선 - 지프니를 타고 라 트리니다드의 유명한 딸기 농장으로 갈 수 있는 터미널이 두 개 있다. 번햄 공원에서 도보로 8분 거리에 있는 바기오 시청 앞의 슌투그 로드를 따라 터미널로 갈 수 있다. Bokawkan을 경유하여 La Trinidad로 가는 지프니를 찾으면 된다. 또한 Burnham Park에서 도보로 11분 거리에 있는 Magsaysay Ave를 따라 La Trinidad 지프니 터미널로 가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아신 로드 노선 - 아신 로드를 나타내는 표지판이 있는 지프니는 벤캡 박물관으로 향한다. 이 지프니는 바기오 공공 시장 근처의 카양 스트리트에 있는 귀사드 지프니 터미널에서 탈 수 있다. 도보로 7분 거리에 있는 번햄 공원이 있다.

필리핀 지푸니의 가장 큰 단점이 검은 매연을 뿜어내는 노후된 차량이다. 그래서 필리핀 정부에서 지푸니의 현대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의 반발로 진척이 없어 보인다. 바기오 같이 산길이 많은 지형에서 노후차량이 내뿜는 매연은 가히 살인적이다. 그래서 차량의 내용연수를 15년으로 정했지만 잘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1~2세대 지푸니는 도태되고, 3세대 지푸니(옆문, 에어컨)가 점차 확산되는 중이고, 가장 업그레이드된 현대 지푸니(CCTV, WiFi, GPS, 요금징수기, 속도제한기 등 장착), 전자 지푸니도 있다고 하는데 바기오에서는 아직 요원해 보였다. 그렇지만 프란치스코 교황도 2015년 필리핀을 방문하는 동안 ECTK 솔루션이 제작 한 교황 전용 지프니를 타고 이동하기도 했다. 지푸니는 필리핀의 최고의 대중교통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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