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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Oct 18. 2024

4. 바기오의 명소 : 야시장 Night Market

금삿갓 운사(芸史)는 여행 때마다 시장 둘러보기를 좋아한다. 낮 시장만이 아니라 밤의 시장 즉 야시장(夜市場)은 더 운치가 있고, 사람 냄새가 물씬 나고, 더 정겨운 곳이다. 원래 야시장이라는 것이 동양의 역사적 유산이다. 기록상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중국 당나라 시대인 서기 836년에 엄격한 통제 하에 야시장을 운영했다고 되어 있다. 이때가 당(唐) 문종(文宗), 신라 흥덕왕(興德王) 시기이고, 장보고(張保皐)가 활약을 하던 시기이다.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長安)은 그야말로 국제도시라서 각국의 상인들의 집결지였으니 야시장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당의 말기에 규제가 완화되고, 송(宋) 나라에 들어와서는 전국적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이러한 중국의 야시장이 화교 경제권을 타고 전 세계로 전파되어 각지에서 중요한 시장기능과 관광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야시장이 가장 활발한 나라는 대만이다. 조그만 나라에 공식적인 야시장이 700개가 넘는다.

<21시 전에는 개장하지 않음>
<개방 전에 줄을 선 한국음식점 모습>

바기오도 이런 야시장(Night Market, Bazaar)이 번햄공원과 해리슨 로드 사이 공터에서 매일 열린다. 야시장의 운영 일정은 매일 오후 9시부터 오전 02시까지이다. 이 시간 동안 해리슨 로드의 일부 구간은 모든 대중 및 개인 차량이 통행할 수 없게 된다. 상인들이 모여 개점을 준비하고 고객을 위해 제품을 진열해 놓기 때문에 도로가 폐쇄된다. 모든 점포에서 거래는 현금만 가능하고 신용카드는 시용하지 못한다. 밤 9시가 되기 전에 도착하면 모든 점포들이 손님을 받지 않고 준비만 열심히 한다. 그러다가 9시가 되면 일제히 개점을 한다. 인기가 많은 한국 음식점은 사전에 젊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 많은 인파가 밀집해서 모이기 때문에 특히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 유동인구가 많고 관광객들 대부분이 야간의 휘황찬란한 불빛과 시끄러운 음악 등으로 약간 들뜬 기분이기 때문에 소매치기들이 이런 점을 노릴 수 있다. 우리 팀은 저녁 식사를 일찍 끝내고 8시쯤에 도착했다. 저녁에 비가 많이 내린 관계로 야시장 바닥에 물이 고여 있어서 이동하기가 불편하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번잡해 보였다. 개점하기 전에 대부분의 점포를 둘러보았더니, 한쪽 편은 2열 종대로 옷과 신발을 파는 점포들이고, 나머지 대부분 음식 점포였다. 전체 점포 중 음식이 70%, 기타가 30% 정도의 구성이다. 옷이나 신발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은 조악해서 별로 관심이 없고, 음식도 한국 식품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끔찍한 비주얼의 곤계란>
<줄을 서세요!!!!!>

김밥, 컵라면, 순대, 떡볶이, 비빔밥, 잡채, 어묵, 튀김, 전 종류, 군만두, 떡, 치킨, 꼬치구이 등 다양한 한식을 필리핀 현지 젊은이들이 현장에서 조리해서 판매를 했다. 한국 식품 가게가 가장 인기 있고, 필리핀 음식은 숫자가 적고, 과일 주스나 슬러시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탕후루도 인기를 끌었다. 타이베이 야시장에서 사람들이 맛있게 먹던 병아리가 부화되기 전 달걀인 곤계란이 여기도 있었다. 우리네의 야시장처럼 한 잔 하면서 즐기는 문화가 없는 것이 앙코 없는 찐빵 같아 보였다. 특히 음식을 사더라도 앉을 테이블이나 의자가 없어서 스탠딩 파티처럼 서서 먹거나 공원의 돌담에 사람들 틈을 비집고 앉아야 하는 불편함이다. 당연히 공중 화장실은 5페소 유료이다. 술을 파는 가게가 눈을 씻고 찾아도 없어서 술꾼인 소운(素雲)과 금삿갓 운사(芸史)는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리자고 했다.

<옷 가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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