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詩)는 여말선초(麗末鮮初)의 유학자이며 문신(文臣)인 양촌(陽村) 권근(權近) 선생의 학덕을 기리는 백일장에 제출하려고 지은 시이다. 선생은 젊어서 목은(牧隱) 이색(李穡)과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선생들로부터 학문을 배웠다. 학문과 문장에 뛰어나서, 명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응제시(應製詩)를 지어서 천자의 마음을 돌리고, 귀양살이를 할 때에도 성리학의 입학도설을 지어서 후학들을 가르쳤다. 저서로는 <양촌집>, <상대별곡>, <오경천견록>, <동국사략> 등 다양하다. 필자는 위와 같은 사례를 중심으로 작시(作詩)를 하였으나 비록 입상(入賞)은 못하여도 작품은 남긴다.
이 시는 제1구의 두 번째 자 능(能)이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 7언율시(七言律詩)이다. 율시는 절구(絶句)의 배(倍)가 되는 분량이다. 각구의 호칭도 달리하여 1~2구를 수련(首聯) 또는 기련(起聯), 파제(破題), 발단(發端), 3~4구를 함련(頷聯) 또는 승련(承聯), 5~6구를 경련(頸聯), 전련(轉聯), 7~8구를 미련(尾聯), 낙구(落句)라고 한다. 율시는 함련과 경련의 각 두 구절은 반드시 서로 대(對)를 맞추어야 한다. 즉 시어나 내용이 서로 대치 또는 상대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압운(押韻)은 ◎표시를 한 천(天), 선(先), 현(賢), 선(宣), 전(傳)이고, 선운목(先韻目)이다. 어려운 시어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응제시(應製詩)는 임금이 낸 시제(詩題)로 시를 짓는 것이다. 회천(回天)은 천자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다. 입학도(入學圖)는 권근 선생이 그린 성리학 입문의 그립이다. 경서천견(經書淺見)은 양촌이 오경을 읽고 자신의 견해를 붙인 저서이다. 구소(歐蘇)는 구양순과 소식을 줄인 말인데, 글과 글씨에 뛰어나다는 뜻이다. 염민(濂閩)은 염계(濂溪)의 주돈이(周敦頤)와 민중(閩中)의 주희(朱熹)를 줄여서 일컫는 말로 성리학의 대가를 지칭한다. 서주(緖冑)는 혈통 또는 계통을 말한다. 화유(華儒)는 중국 선비를 말한다. 피석(避席)은 자리를 비켜 준다는 뜻인데 존경하는 것이다. 죽백(竹帛)은 역사서(歷史書)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