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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Sep 25. 2024

111. 仲秋對月(중추대월) / 중추에 달을 보며

仲秋對月(중추대월) / 중추에 달을 보며

 - 금삿갓 芸史(운사) 금동수(琴東秀) 拙句(졸구)


月中勤幾時耕

월중근토기시경

●○○●●○◎

달 가운데 부지런한 토끼 언제 논밭 갈아서


每望舂揄孰爲誠

매망용유숙위성

●●○○●●◎

보름마다 절구질, 누굴 위한 정성인가?


桂影伺窓眠不得

계영사창면부득

●●○○○●●

달빛이 창을 엿보니 잠들 수 없네.


凉天獨夜問姮貞

양천독야문항정

○○●●●○◎

서늘한 하늘의 외로운 밤, 항아의 정절을 묻노라.

이 시는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날씨지만 절기상으로 추분이 바로이고, 한가위까지 맞은 시기에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면서 느끼는 감흥을 읊어보았다. 고래(古來)로 달에 얽힌 신화와 전설이 많고, 내로라하는 문인들이 달에 대한 작품을 무수히 창작해 왔다. 그래서 요즘 달에 대한 단상을 읊는다는 것이 해운대 백사장에 모래 한 알 더하는 격이지만 한시(漢詩)를 하는 입장에서 그냥 지나치기도 그렇다. 그래서 보름에 달을 바라보면서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듣던 달에 얽힌 전설을 떠올리며 시를 구성한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항아(姮娥)는 신의 제왕인 제곡(帝嚳) 고신씨(高辛氏)의 딸로 미모가 최고였으며 달인 월궁(月宮)을 관장했다. 그 당시 궁신(弓神)인 예(羿)와 결혼하였다. 예는 활을 잘 쏘는데, 하늘에 태양이 10개나 있어서 인간 세상이 불타서 멸망할 정도였는데, 예가 활로 9개의 태양을 쏘아 떨어뜨리자 인간들이 살기 좋게 되었단다. 그런데 이 태양은 천제의 아들 10형제가 화(化)하여 된 것이라서 천제가 노하여 예와 항아를 인간 세상으로 추방했다. 신에서 인간이 되면 목숨이 다하면 죽게 되는 것이다. 그때 예가 곤륜산의 서왕모(西王母)에게 잘 보여 불사의 약을 얻어서 집에 왔다. 이 약의 효능은 혼자서 다 마시면 신선이 되어 하늘로 돌아갈 수 있고, 두 사람이 나누어 마시면 인간으로서 불로장수를 하는 것이다. 두 부부는 어떻게 할지를 망설이다가 결정을 못 내리고, 약을 집에 보관하고 다음에 결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항아가 남편 몰래 혼자 마시고 신선이 되어 승천했다.

귀양 보낸 항아가 다시 돌아오자 천제가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불사약을 훔쳐 먹고 남편은 두고 혼자 도망치듯 승천한 항아가 괘씸했다. 그래서 징벌로 그녀를 두꺼비로 변하게 하여 달의 추운 궁전인 광한궁(廣寒宮)에 유배를 했다. 뒤늦게 자초지종을 안 예(羿)는 사랑하는 항아를 위해 매년 8월 보름에 달에 있는 부인을 위해 제사를 올렸단다. 원래 이름이 항아로 불리다가 전한(前漢) 문제(文帝)의 이름이 항(恒)으로 글자는 달라도 발음이 같았다. 왕의 이름 글자는 누구도 쓸 수 없는 것이 법이므로 항아(姮娥)는 상아(嫦娥)로 불리게 된 것이다. 현대 중국의 달나라 탐사호 이름도 중국어 발음으로는 창어지만 글자는 상아(嫦娥)이다. 혼자 몰래 약을 훔쳐 먹고 달아난 항아가 남편과 떨어져서 달 가운데 쓸쓸한 밤에 정절을 잘 지키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 시는 기구(起句)의 2번 자인 중(中) 자가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절구이다. 압운(押韻)은 ◎표시가 된 경(耕), 성(誠), 정(貞)이고, 경운목(庚韻目)이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다. 각구(各句)의 평측(平仄)은 기구(起句) 1번  월(月) 자만 평측을 바꾸었다. 어려운 시어(詩語)는 다음과 같다. 幾時(기시)는 어느 때이다. 매망(每望)은 매월 보름을 말한다. 망(望)은 바라본다는 뜻으로 쓰일 때는 평성으로, 보름을 나타낼 때는 측성이 된다. 舂揄(용유)는 절구질하고 내용물을 키로 켜는 걸 말한다. 즉 곡식을 빻거나 찧는 것이다. 桂影(계영)은 계수나무의 그림자를 뜻하는데, 문학적으로는 계수나무가 달 가운데 있으므로 달이나 달빛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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