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和甲午歲除書盡徵江上逐客(원화갑오세제서진징강상축객) / 원화 갑오년에 제서로 강상의 축객을 모두 불러들이다.
- 李商隱(이상은)
雷雨湘江起臥龍
뇌우상강기와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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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과 비에 상강에 누웠던 용이 일어나고
武陵樵客躡仙踨
무릉초객섭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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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의 나무꾼이 신선의 자취를 밟는다.
十年楚水楓林下
십년초수풍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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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동안 초나라 물과 단풍 수풀 아래서 보내다가
今夜初聞長樂鍾
금야초문장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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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야 처음으로 장락궁의 종소리를 듣네.
* 除書(제서) : 벼슬을 제수(除授)할 때 전조(銓曹)에서 임명된 관리의 명단을 적은 문안(文案)이나 사령장(辭令狀).
* 盡徵(진징) : 모두 징발하는 것.
* 江上逐客(강상축객) : 강상축객(江湘逐客)이라고도 쓰인다. 벼슬에서 쫓겨나거나 귀양 가서 강호에 묻혀 있는 인사를 말한다.
* 湘江(상강) : 중국(中國) 호남성(湖南省)에 있는 강(江). 남령에서 발원(發源)하여 북으로 흘러 호남성(湖南省)에 들어가 동정호(洞庭湖)에 이름. 여기서는 강호를 이름.
* 臥龍(와룡) : 누워있는 용으로 강호에 묻혀 있는 인재.
* 武陵(무릉) : 무릉도원의 준말. 이상향을 말한다.
* 樵客(초객) : 나무하는 사람 즉, 나무꾼.
* 躡仙踨(섭선종) : 신선의 발뒤꿈치를 밟는다는 뜻으로 뒤따른다.
* 楚水(초수) : 시(詩)에서 초수오산(楚水吳山)으로 주로 쓰인다. 즉 초나라의 물과 오나라의 산이라는 말이다. 곧 호남·호북성(湖南湖北省) 일대의 강물과 강소성(江蘇省) 일대의 산들. 백거이(白居易) <강남송북객인빙기서주현제서(江南送北客因憑寄徐州兄弟書)>에 “故園望斷欲何如 楚水吳山萬里餘(고원망단욕여하 초수오산만리여) / 고향 땅 바라보니 끊기어 어찌할 수 없나니, 초수와 오산은 만 리도 넘는구나.)
이는 당 헌종 원화 갑오(814)였다. 그해 마지막 날에 조서로 강상의 축객을 모두 부른 것이다.
위 2구절은 상강에 누운 용이 뇌우에 일어나고, 무릉의 나무꾼이 구천궁의 섬돌에 다투어 나온다는 말을 하였고, 아래 2구는 초수의 단풍 숲 아래 십 년 세월을 보냈는데, 오늘 밤에서야 처음 장락궁 종소리를 듣게 되었다는 말을 하였다.
* 李商隱(이상은) : 813년 ~ 858년(추정), 자는 의산(義山)이고, 호는 옥계생(玉溪生), 번남생(樊南生)이다. 허난(河南) 싱양(滎陽) 출신이다. 조부 이보(李俌)는 후베이(湖北)성 징저우(邢州)의 녹사참군(彔事參軍)을 지냈으며, 부친 이사(李嗣)는 중시어사(中侍御史)를 맡았다. 이상은이 태어날 때 부친은 가현령(嘉縣令)으로 임명되었으나 이때부터 가세가 몰락했다. 이상은은 10세에 아버지 이사를 병으로 잃었고, 그와 어머니, 동생들은 허난의 고향으로 돌아왔고, 빈곤하게 생활하며 친척들의 도움에 의존해 살아갔다. 이상은은 장자로서 집안을 지탱하는 책임을 졌다. 25세에 令狐楚(영호초)에게 재능을 인정받아 進士(진사)가 되고 校書郎(교서랑), 東天節度書記(동천절도서기), 檢校工部郎中(검교공부낭중) 등 높지 않은 벼슬을 역임했다. 영호초의 반대파인 王茂元(왕무원)의 사위가 되어 두 정파 사이를 내왕하여 절조를 비난받기도 했다. 그의 시는 서정적인 작품이 많고 修辭(수사)를 중히 여기어 정밀하고 화려하다고 하며, 典故(전고)를 많이 인용했다. 시를 지을 때는 참고 서적이 자리를 꽉 차지해 물개가 물고기를 늘어놓은 것 같았다고 한다. 당 나라 말기와 五代(오대)를 통하여 그의 시는 크게 유행했다. 溫庭均(온정균)과 함께 ‘온이(溫李)’로 불렸으며, 이들의 시파를 西崑體詩派(서곤체 시파)라 했다. 그는 일생을 불우하게 지냈지만, 杜甫(두보)의 전통을 이은 만당의 대표적 시인으로 높이 평가받으며 저서에 ‘義山詩集(의산시집 6권)’과 ‘西崑唱酬集(서곤창수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