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가 급제하지 못했을 때에 성도에서 노닐면서 꽃나무가 많은 마을에 들러 목이 말라 물을 구하니, 어떤 여인이 문을 열고 물 사발을 가지고 이르러 복숭아나무에 기대어 우두커니 서서 뜻을 붙임이 심히 달랐는데, 최호가 작별하고 가버렸다. 그 뒤에 그를 찾았으나 문과 정원은 전과 같았지만 문이 잠겨있었다. 이로 인해 감상을 시로 표현한 것이다. 이 문의 가운데는 아래 구절과 통하니, 금년 오늘로써 작년의 오늘을 생각하니 모두 다만 이 문안에서의 일인 것이다.
서로 붉게 비치는 것은 작년에 이 문안에서 미인의 얼굴을 보고, 인하여 복숭아꽃을 보니 붉은 것은 붉고 흰 것은 희게 서로 비치어 더욱 예쁘고 아름다운 것이 많았던 것이다. 어디로 간 곳은 최랑이 이곳에 온 것이 이 문안의 복숭아꽃을 위해서인가? 여인의 얼굴을 위해서이다. 이에 유독 그 사람의 얼굴이 있는 그곳을 알지 못하니 참으로 사람을 슬프게 한다. 봄바람에 웃는다는 것은 작년 봄바람에 웃던 것은 복숭아꽃에 비치던 예쁜 얼굴이더니, 금년도 예전 같이 봄바람에 웃는 것은 또한 정을 붙인 어리석은 사나이가 공연히 봄바람을 대하고 몇 번이나 슬퍼하는 것을 비웃은 것이다.
* 최호(崔護) : 당나라 박릉(博陵, 지금의 河北 定縣) 사람. 자는 은공(殷功)이다. 정원(貞元) 12년(796) 진사가 되었다. 영남절도사(嶺南節度使)를 지냈다. 전하는 말로 청명(淸明) 때 혼자 도성 남쪽을 거닐다가 어느 마을에서 마실 물을 구했는데, 한 여자가 문을 열고 나와 그릇에 물을 담아 주면서 마실 때까지 작은 복숭아나무에 기대어 기다리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정겨웠다. 다음 해 청명 때 다시 찾았더니 문 앞은 예전과 같았지만 문은 닫혀 있었다. 이에 시 한 수를 지어 문에 적어 두었다. 『전당시(全唐詩)』에 시 6수가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