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히 생각한다는 이 구절은 안에 완전한 머리를 포함하고, 정신이 완전히 獨上(독상) 두 글자 안에 있고, 아래의 同(동) 자와 호응한다. 물과 하늘은 홀로 강루에 올랐을 적에 물과 하늘이 같은 색임을 바라보고 유독 나 홀로 여기에 있으니 어찌 초연하지 않겠는가? 人何在(인하재 ; 사람이 어디에 있나)라는 말은, 오늘따라 홀로 오니, 내가 또한 일찍이 친구와 같이 여기에 와서 달구경을 했는데, 그 사람 어디에 있는가라는 생각이 홀연히 난 것이다. 似去年(사거년 ; 지난해와 비슷)은 사람이 헤어지고 만남이 있지만 풍경은 같으며, 이 물과 달이 같지만 사람의 심정은 같지 않다.
같이 왔으면 기쁘고, 홀로 오르면 쓸쓸하기 때문에 이 풍경을 봄에 작은 다름이 없지 않아 의희 두자를 보탠 까닭이다. 依俙似(의희사 : 어렴풋이)는 대체로 다르지 않다는 말과 같다. 거꾸로 去年(거년) 두 글자를 내어 끝맺었으니 가장 뜻이 있다. ○ 앞의 시는 지난해로 시작했고, 이 시는 지난해로 끝맺어 각각 그 정을 지극히 이루었다. 앞에서 지난해로부터 오늘에 이른 것은 순조롭게 미룬 방법을 이용한 것이요, 여기서는 오늘로부터 지난해로 되돌린 것으로 역으로써 닫아 잠그는 방법을 쓴 것이니, 아울러 묘한 경지에 이른 것이다.
* 趙嘏(조하) : 晩唐(만당)의 시인. 嘏(하)는 本音(본음)이 ‘가’여서 ‘조가’라 하기도 한다. 자는 承祐(승우). 별칭 趙倚樓(조의루). 시집 <渭南集(위남집)> 3권이 있는데, 杜牧(두목)이 이 <위남집>을 보다가 “長笛一聲人倚樓(장젓일성인의루 ; 긴 피리 소리 한 가락에 누대에 기댄 사람)”이란 구절을 보고 그의 별명을 ‘조의루’라 하여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