綠暗紅稀(녹암홍희 : 녹음은 짙어지고 붉음은 옅어지고)는 바로 늦봄의 계절이다. 鳳城(봉성)은 장안성이다. 許琮(허종)이 여기서 송별한 것이다. 지금 객이 해 질 녘 멀리 구름 속의 궁궐을 바라보니 옛날에서 지금까지 온 인정으로 누군들 이에서 사모하지 않겠는가? 行人莫聽宮前水(행인막청궁전수)의 行人(행인)은 두루 길가는 사람들을 가리킨 것이요. 宮前水(궁전수)는 아마 궁궐 안에서 흘러나와 그 소리가 밤낮으로 쉬지 않는 것을 말한다.
流盡年光(류진연광)은 물이 흘러 쉬지 않고 세월이 달리는 것이니 세월이라는 말이니, 피차간에 물 흐르듯 모두 흘러가 버린 것과 같아서, 사람이 그런 소리 나는 가운데에서 이별하니 나이 젊은 사람은 흰머리가 얼마인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물소리가 비록 묘하나, 그것을 듣고 정을 옮길 수 없으므로 듣지 말라는 것이다. 한종의 이별이 누구와 이별하는지 모르겠지만 녹음이 우거지고 꽃이 드물다는 것은 이별하는 시기의 풍경이다. 저녁노을의 궁궐은 멀리 바라보는 정경이요. 물소리를 듣지 말라는 것은 세월이 물 흐르듯 하여 인생의 이별이 더욱 슬퍼할 만하다는 것이다.
* 한종(韓琮) : 자는 성봉(成封)이다. 初唐(초당)의 시인. 魏州(위주) 사람. 당(唐) 문종(文宗) 태화(太和) 말년을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인물로 고향과 생몰연도 모두 알려져 있지 않다. 장경(長慶) 4년(824) 진사에 급제한 뒤 호남관찰사(湖南觀察使) 등을 지냈고, 시집 1권이 전한다. 호남관찰사로 있을 때, 아랫사람인 석재순(石載順) 등에게 쫓겨났는데 선종(宣宗)이 한종에게 군대를 보내 반군을 진압하게 하지 않고, 오히려 우금오장군(右金吾將軍) 채습(蔡襲)을 한위 대신 호남관찰사로 보냄으로써 한종이 관직을 잃게 되었고, 그 뒤로 그에 대해 알려진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