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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맘 Feb 23. 2021

어느 엄마에게서 편지를 받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밤새 모르는 이름의 메일이 와 있었다.

'미라클맘님께'라는 제목의 메일은 아이들의 영어를 걱정하는 어느 엄마로부터 온 것이었다. 장문의 메일은 영어 교육에 대한 고민과 아이들을 향한 미안함이 가득했다. 글을 읽어가는 내내 안타까운 마음과 고민이 그대로 느껴졌다.


초 3, 6 두 아이를 둔 어머님의 메일이었다.

영어를 너무 일찍 시작하면 아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 알파벳 조차 가르치지 않았다는 그분은, 요즘 아이들 영어 걱정에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다고 하셨다.


저는 그동안 둘 다 학원을 보내보지 않았습니다. 그냥 초등학교 때만큼이라도 놀아보자라며... 그런데 이제 와서 발등에 불 떨어진 느낌입니다. 그젯밤에는 혼자 이불속에서 숨죽여 울었습니다 저의 그런 교육관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는 것 같아서요





블로그에 엄마표 영어 관련 글을 쓰다 보니 많은 분들께 영어 교육 관련 질문을 받게 된다.

질문의 내용도 다양하다. 유아기에 시작해 조기 교육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분도 있고, 고학년에 시작해 너무 늦지 않았을까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다. 영어 진행에 대해 각자 다양한 고민으로 질문을 하신다.


글을 읽으며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면 마음이 아프고 함께 고민을 하게 된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고 기존의 잘못된 영어 교육 방법이 그다지 바뀌지 않은 교육 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주변 지인분들 중에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다. 지인분들 외에도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시는 분들은 많은데, 꾸준히 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다.


처음 시작은 신기하고 재미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눈에 보이는 아웃풋이 없고 이게 맞는지 확신도 없으니 흐지부지 돼버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런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다.


'엄마표 영어는 영어를 잘하는 아이와 엄마가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매일 5분이라도 꾸준히 하는 엄마와 아이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내게 엄마표 영어에 대해 질문을 주신 어머님의 큰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 했다.

그동안 꾸준히 한글책 읽기만 했을 뿐 영어 노출이 거의 없어 또래 아이들에 비해 영어가 부족한 아이가 괜히 움츠려 들고 영어를 힘들어할까 봐 걱정하는 마음으로 글을 주셨다.


아이의 영어 교육 방법을 찾기 위해 서핑에 서핑을 해보지만 답답하고, 그렇다고 학원을 보낼 수도 없다고 했다.


아이들과 유아기부터 엄마표 영어를 해오며 내가 느낀 최적의 영어 습득 시기는 유아기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 해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그동안 꾸준히 한글책을 읽었고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게다가 엄마가 아이와 함께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


대부분의 고학년 어머님들은 엄마표 영어를 하고 싶지만 선뜻 용기 내기 힘들어한다.

그 마음과 상황도 이해가 된다. 많은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 엄마 뜻대로 가만히 앉아 영어책을 읽기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사춘기의 엄마표 영어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원하고 엄마가 아이를 믿고 기다려줄 수 있다면, 13살이라는 나이가 뭔가를 하기에 늦은 나이는 결코 아니다.





매일 블로그에 엄마표 영어에 관한 글을 쓰고 시간을 쪼개 유튜브 영상을 만든다.

지난 3주 동안 '엄마표 영어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을 위한 유튜브 영상을 만들었다.

직장에 다니며 글을 쓰고 남는 시간을 활용하다 보니 영상 하나 만드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3주 동안 만들었지만 쉽게 영상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영상이 길어졌다.

'이렇게 긴 영상을 사람들이 볼까?'

'다시 편집을 해야 하나?


만들어 놓고도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적어도 새벽까지 고민하며 글을 주신 어머님께는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대로 영상을 올리기로 결심했다.


엄마표 영어의 장점과 단점은 칼의 양 날과 같다.

언제든 아이에 맞는 맞춤식 교육이 가능하지만 동시에 언제든 쉽게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도 없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도 봄이 오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꾸준한 인풋은 아웃풋을 가져온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이에 대한 사랑과 진심을 담은 엄마의 편지가 내게 닿았다. 내가 아니어도 엄마의 간절함은 누군가에게 닿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편집은 서툴지만 진심을 담아 영상을 만들었다.

그 영상과 글들이 긴 항해를 시작하는 엄마와 아이에게 적절한 나침반이 되어 주길 바라본다.

그리고 먼 훗날 영어의 바다에서 자신 있게 항해하는 아이의 모습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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