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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맘 May 14. 2021

‘어, 양말이 왜 이래?’


우리 집 주변에는 초등학교를 비롯해  중. 고등학교 여러 개가 있다.

둘째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당연히 그 학교 중 한 곳에 배정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엄마, 나 **고등학교에 배정받았어요.”

“어디라고?”


순간 내가 잘못들은 줄 알았다.

고등학교 지원 서류에 1 지망부터 학교 이름을 적어내면서 그 학교를 몇 지망에 적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었다.


“너네 학교에서 그 고등학교로 몇 명이나 배정받았는데?”

“저 혼자예요.”


아이가 배정받은 고등학교는 우리 집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한 학교였다.

자동차로 이동해도 거의 1시간 정도가 걸리는 곳이라 그 학교에 아이가 다니게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둘째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갑자기 주변에 신규 아파트 입주가 증가하면서 학생수가 증가했고, 어쩔 수 없이 몇몇 학생이 집에서 먼 곳으로 고등학교를 배정받게 되었는데 둘째 아이가 그중 하나가 되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입학 전 아이와 학교를 둘러보러 갔다.


“와, 학교 운동장 넓다. 축구장도 있네”

집에서 먼 학교로 배정이 되어 심란해하던 아이는 학교 운동장을 보더니 금세 얼굴이 환해진다.


어려서부터 자신만의 세계가 확실했던 둘째 아이는 틀에 맞춰지는 것을 싫어했다.

외향적인 성격에 장난기가 많고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공부보다 다양한 운동을 하게 했다.


축구, 농구, 수영 같은 운동을 하며 아이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규칙과 사회생활을 알아갔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푸는 방법을 스스로 깨달아갔다.

특히 축구, 농구 같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운동은 아이의 학교 생활과 친구 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


집에서 먼 학교에 배정을 받아 심란해하던 아이는 운동장이 넓어서 축구를 할 수 있는 학교가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덕분에 아이는 학교에 쉽게 적응하게 되었다.





“어, 양말이 왜 이렇게 지저분하지? 도대체 낮에 뭘 하고 온 걸까?”

아이의 양말을 세탁하려다 보니 양말이 평소보다 너무 지저분했다.

그 후로도 아이는 매일 심하게 지저분해진 양말을 벗어내 놨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야, 요즘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왜요?”

“요즘 네 양말이 너무 지저분해서...”

“아, 사실은 학교에서 축구해서 그래요.”

“축구하는데 양말이 왜 이렇게 지저분해졌어?”

“학교에 축구화를 안 가져갔는데 갑자기 축구하게 되는 날이 많았거든요. 그런 날은 그냥 양말만 신고 축구해서 그래요.”

“아니, 맨 발로 학교 뛰어다녔다고? 발 아프지 않았어?”

“조금 불편하긴 했는데, 그래도 애들이랑 축구하고 뛰니까 좋았어요.”


아이의 말을 듣는데 안도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엄마표 영어를 하다 보니 다행히 아이들은 영어를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영어학원을 다닐 필요가 없었다.

자연히 다른 친구들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많았고 아이 성향에 맞는 운동을 부담 없이 할 수 있었다.


뛰어나게 잘하는 건 아니었지만 운동하는 걸 즐기다 보니 친구들은 둘째 아이와 운동하는 걸 좋아했고 덕분에 친구들과 어울리고 학교생활하는데 큰 어려움 없이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아는 친구들 하나 없는 고등학교에 배정받아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내 생각과 달리 아이는 그렇게 운동으로 친구들에게 다가갔고 학교 생활에 적응해나갔다.

내신 성적과 시험공부로 예민해진 친구들 사이에서 아이는 시간 날 때마다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힘들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등학교 생활을 만들어갔다.





작년에는 고3이 되면서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엄마, 나 운동 좀 하고 올게요.”

코로나로 친구들과 만나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아이는 집 앞 공원을 달리고 철봉을 하며 또 다른 운동으로 그 힘든 시기를 버텨냈다.


힘들 때마다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어내며 잘 이겨내 준 아이가 기특하고 고마웠다.


최근에는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친구들과 신나게 운동장을 뛰어다닐 수 없는 아이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요즘은 가끔 등산을 하거나 다른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아이가 마스크 없이 친구들과 신나게 축구장을 뛰어다닐 수 있는 그날이 어서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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