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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맘 Feb 09. 2021

꿈이 있다면 머리를 쓰지 말고 몸을 굴리자


요즘 엄마표 영어에 관한 글을 쓰며, 많은 부모님들께 받게 되는 질문 중 하나가 '횟수'에 관한 것이다.


'영어 동화책은 하루에 몇 권이나 읽어줘야 하나요?'

'DVD는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여줘야 될까요?'

'리더스는 몇 번이나 읽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야 되나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확히 하루에 몇 권을 읽고, 몇 번을 반복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아이들과 내 컨디션이 허락하는 만큼 읽어 주었고, 아이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만큼 반복해서 보고 읽게 했다.




이렇게 답을 하고 생각해보니 내 영어공부를 뒤돌아 보게 된다.

나의 영어공부는 어땠을까?

나도 아이들처럼 컨디션이 허락하고 재미있어서 무한 반복을 하며 영어 공부를 했을까?


중학교에 들어가 처음 배운 영어는 신기하고 흥미로웠지만 무서운 영어 선생님의 체벌 때문에 재미가 없었다. 단어와 본문을 못 외우면 혼나고 체벌을 받아야 하는 두렵고 무서운 과목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잠깐 다녔던 영어학원 수업에서 영어의 재미를 알았지만 그 역시 문법 위주의 문제 풀이식 공부였다.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학창 시절 내내 영어는 잘하고 싶었지만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고,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는 말은 간단한 인사말이 전부였다.




아이를 낳고 엄마표 영어를 결심하면서 영어는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었다. 아이와 함께 소통해야 할 언어가 되었다. 또한 아이에게 나처럼 학습 과목으로써 영어 공부를 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마음먹으니 학창 시절 공부했던 '** 종합 영어'나 '타임지' 대신 '기초 생활영어 교재'가 필요했다. 가장 쉽고 기본적인 문장들이 필요했다. 아이와 문법 문제를 풀거나 세계 정치를 논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점에 가서 가장 쉽고 생활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회화 교재를 구입했다. 직장생활과 육아 틈틈이 공부를 해야 했기에 출퇴근 시간에도 활용할 수 있는 오디오 테이프도 함께 구입했다. 학창 시절 영어는 보고 쓰고 외우는 영어였는데, 아이와 함께 할 영어는 말하고 듣는 영어가 필요했다.



여행의 쾌감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자고 싶은 곳에서 잔다는데 있습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하고 싶은 곳에서, 공부하고 싶은 순간에, 공부하고 싶은 만큼 공부할 수 있습니다. 어른이 된 다음의 영어 공부, 힘들어도 일단 갈 수 있는 곳까지 한번 가보자고요.
- 김민식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중에서-


아이와 대화를 위해 기본 생활 영어 문장을 외웠다. 학창 시절에 외우는 문법과 단어는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고 스트레스였는데, 아이와 함께 하기 위해 외우는 영어 문장들은 재미있고 즐거웠다. 게다가 아이의 눈을 마주 보며 한 마디씩 던지는 영어 문장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


언어라는 영어의 특성 때문에 아무리 많이 외우고 시간을 투자해도 며칠을 건너뛰면 후유증이 컸다. 몇 번 후유증을 겪고 나니 조금씩이라도 매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없는 날은 아이와 영어 동화책을 읽으며 영어 인풋량을 늘려나갔다.


생활 영어책에 나오는 문장을 외우고 매일 아이와 영어로 대화하면서 영어로 말하는 게 즐겁고 재미있어졌다. 하지만 어른이 돼서 시작한 공부는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외워도 자꾸 잊어버리는 문장이 더 많았다.


그래서 커닝 페이퍼를 만들어 집안 곳곳에 붙이기 시작했다. 주방에서 사용할 문장, 욕실에서 사용할 문장, 집안 곳곳에 아이와 활용할 문장을 커닝 페이퍼처럼 붙여놓고 슬쩍슬쩍 쳐다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출퇴근 시간 자동차 안은 영어를 듣고 말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다른 사람들 신경을 쓸 필요도 없었고 운전 중이라 문자를 볼 수 없으니 온전히 소리에만 집중하고 따라 할 수 있었다.


무식할 정도로 책을 외우고 커닝 페이퍼를 붙이며 문장을 외우고 또 외웠다.



저는 머리를 믿지 않아요. 오히려 습관이 깃든 몸을 믿습니다. 무엇을 잘하려면, 매일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꿈이 있다면, 머리를 쓰지 말고 몸을 굴리자.'
이것이야말로 제가 영어 공부를 통해 몸에 익힌 절대무공입니다.
- 김민식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중에서-


뉴 논스톱 3, 내조의 여왕 등을 연출한 MBC 김민식 피디는 그의 저서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에서 무언가를 잘하고 싶다면 매일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10년의 학창 시절 동안 인사말 외에 제대로 된 영어 대화 한 번을 해보지 못했던 내가 엄마표 영어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었던 비결은 비싼 원어민 회화나 고급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집안 곳곳 붙여 놓고 외운 커닝 페이퍼와 매일 출퇴근길에 내뱉은 영어 문장의 힘이었다.


요즘 온. 오프라인에 영어회화 강좌가 넘쳐난다. 엄마표 영어로 아이와 영어로 대화하고 싶은 보모님들을 위한 강의도 많다. 하지만 아이와 제대로 영어 대화를 하고 싶다면, 영어 강좌보다 집안 곳곳에 커닝 페이퍼를 붙여보는 건 어떨까?


완벽하지 않더라도 매일 아이와 실전에서 대화하며 영어 말하기 근육을 키워보자.


꿈이 있다면, 머리를 쓰지 말고 몸을 굴리라는 김민식 PD의 말처럼 영어로 대화하고 싶다면 값비싼 영어 강의 대신 매일 한 문장이라도 입으로 내뱉으며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이와 함께 하는 영어 공부의 기쁨은 단순히 영어 습득을 넘어 아이와 부모의 유대관계 또한 돈독히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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