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신입직원이다. 신규직원이다 보니 무슨 일을 해도 아직 어설프다.
며칠 전 부서장님이 A를 불렀다.
"A 씨, 이거 거래처 확인했어요?"
"아니요, 그건 확인 안 하고 진행해도 될 것 같아 바로 결재 올렸는데요."
"아니 확인 안 해도 된다고 누가 그래요? 규정 찾아본 거 가져와봐요."
순간 A의 얼굴이 빨개졌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다.
"찾아보고 확인해서 결재 다시 올려요!"
얼굴이 빨개져 자리에 돌아온 A는, 허둥지둥 정신이 없어 보였다.
"A 씨, *** 규정 안 찾아봤어요?" A에게 살짝 메신저로 물어봤다.
"네.... 저는 그런 게 있는 줄 몰랐어요."
"잠깐만 기다려봐요."
얼마 전에 내가 처리했던 것과 비슷한 업무라 찾아놓은 규정이 있었다. 추가 검토할 체크리스트 몇 개와 규정을 정리해 A에게 보내주었다.
"이거 한번 검토해봐요. A 씨 처리 중인 업무에 도움이 될 거예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렇게 규정을 찾아주고 퇴근을 했는데, 아침에 출근하니 벌써 업무를 마무리해 팀장님께 보고하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잘하면서 어제는 왜 그랬어요?"
"어제 내가 심하게 말해서 미안해요. 그리고 다시 처리하느라 수고했어요."
어제 꾸중이 멋쩍으셨던지 부서장님께서 A에게 칭찬으로 마무리해주셨다.
A는 평소 말수가 없고 조용한 편이다. 업무를 하다 어려운 게 있어도 잘 표현을 안 한다. 그러다 보니 전날 같은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신입직원이니 힘들다고 말하고 도움을 청했다면 선배들이 모른 체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A는 성실한 편이라 선배들의 도움이 있었다면 훨씬 업무 능률이 올랐을 텐데, 아쉽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엄마표 영어를 하며 지켜본 부모님들 중에도 A와 비슷한 분들이 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엄마표 영어라는 길을 가는데 어찌 쉽고 평탄한 길만 있을까? 가시덤불도 있고 진흙탕 길도 있을 텐데 그럴 때면 가던 길을 포기하기보다 먼저 가본 사람에게 어떤 길로 가야 할지 물어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다.
'이런 걸 물어봐도 될까?'
'내가 영어를 못해서 그런 건데, 이런 질문을 하면 바보 같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 때문인지 많은 분들이 힘들어도 힘들다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상처들이 곪으면 결국 터져 엄마표 영어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나는 매일 블로그에 엄마표 영어에 관한 글을 쓴다. 엄마표 영어에 활용하기 좋은 책도 소개하고, 19년 동안의 영어교육 노하우와 경험을 이웃들과 나누고 있는데, 며칠 전 어느 분이 남긴 댓글 중 유독 눈길이 가는 글이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의 영어 교육이 고민이라는 어머님의 글이었는데, 엄마표 영어에 대한 고민과 엄마의 마음 한 구절이 마음에 남았다.
영어에 무지한 엄마를 만나서 이 방법 저 방법으로 아이만 고생시키는 것 같아서 미안하고, 이러다 저처럼 영어를 못하게 될까 봐 걱정입니다.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 환경에서 아이의 영어 교육을 걱정하는 많은 부모님의 마음을 보는 것 같았다.
아이의 영어학습을 제대로 끌어주지 못한 것을 본인 탓으로 여기고, 부모님 세대의 잘못된 영어 공부법을 아이도 답습하게 될까 봐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 글을 포함해 여러 개의 글에 댓글을 남겼는데 아마 밤을 새워가며 엄마표 영어에 대한 글을 읽으며 아이의 영어 학습법을 고민하신 것 같았다.
몇 줄의 답글을 쓰다 지웠다. 그리고 그 분과 아이의 엄마표 영어에 도움이 될만한 글을 블로그 포스팅으로 쓰기 시작했다.
나는 한 두 달 만에 아이의 영어가 엄청나게 좋아질 만한 비법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며 꼭 필요할 것 같은 내용으로 글을 쓰고 며칠 후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후배 A처럼, 댓글을 쓴 엄마가 '힘들다' '어렵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용기 내어 엄마표 영어를 시작할 수 있었을까?
아이들만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엄마도 때로는 용기가 필요하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야 한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면 가본 사람에게 물어가면 시행착오를 줄이고 훨씬 쉽게 갈 수 있다.
이제 어렵다고, 힘들다고, 도와 달라고 말해보자.
힘들다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나의 진심을 누군가는 봐줄 것이고, 분명히 손을 내밀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