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차 새벽 수영인의 조용한 고백
새벽수영을 시작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6시에 시작하는 수업을 듣기 위해 5시 30분 기상을 생활화하다 보니 '오늘은 하루 쉴까?' 하는 날도 어김없이 다섯 시 반 언저리에 눈이 절로 떠진다.
5시 30분 기상, 10시 취침.
이 얼마나 무해(無害)한 삶인가.
새벽에 늦은 시간까지 밀린 유튜브 콘텐츠들을 몰아보며 낄낄거리던 삶이여,
유행하는 모든 것과 최신 뉴스에 바로 응답하던 나날 들이여,
나는 세상사 모든 걸 다 잊었다.
눈꺼풀이 내려오면 떠난다.
근심 없는 꿈나라로.
신데렐라도 밤 12시까지는 버티는데.. 나는 밤 10시가 넘으면 정신을 못 차린다. 유일하게 보던 예능인 금요일 밤의 '나 혼자 산다'도 못 본 지 오래됐다. 아득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오늘따라 광고가 왜 이렇게 기냐?'라고 생각한 순간 눈을 뜨면 아침이다. 나의 Friday night은 항상 그렇게 지나간다.
불면증으로 고통받는 이가 있다면 나는 수영을 강력 추천한다.
매일 새벽 수영으로 뺑뺑이를 돌며 접배평자(접영-배영-평영-자유형)를 한다면 졸피뎀도, 멜라토닌도 필요 없다. 점심식사 후 식곤증으로 1차 위기가 오지만 이것도 몸이 적응하니 견딜만하다. 저녁 10시경 2차 위기공습이 쏟아지면 그냥 몸을 졸음에 맡긴다. 낮동안 여러 자극에 시달린 현대인의 뇌에게 일찍 자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힘들게 겨우 일어나 비몽사몽 잠이 덜 깬 이도 걱정 없다. 일단 수영가방을 챙겨 신발을 신기만 하면 된다.
새벽 첫 타임 수영장 물에 들어가면 다소 냉랭한 수온에 정신이 번쩍 뜨인다. 운동 후 아침샤워를 산뜻하게 하고 하루를 시작하면 개운한 아침 공기는 예전에 내가 마시던 그것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어떤 연예인은 아침 촬영이 있으면 얼굴 부기를 가라앉히려 새벽수영을 한다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실제로 수영을 하고 나면 안 한 날 보다 얼굴의 부기가 쑥 들어가 있다. (하지만 눈에 수경 자국도 쑤욱 들어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꾸준히 한 가지 운동을 한 다는 것은 몸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 너무나 특효약이다.
수영인들 사이에 이런 말이 있다.
스트레스는 수용성이다.
물에 들어간 순간 오직 수영에만 집중하다 보면 그 순간에는 다른 어떤 생각도 들지 않는다. 스트레스는 물에 녹아 스르륵- 흩어진다.
복직 후 나의 이런 달콤한 새벽수영 찬양론에 힘입어 두 명의 동료가 새벽 수영인이 되었다. 다들 처음엔 어떻게 일어나냐며 혀를 내둘렀지만 곧 새벽 공기에 취해, 수영장 물에 취해 그렇게 새벽 수영인이 되었다. 밤에 마시는 소주보다 새벽에 마시는 수영장 물이 좋아진다.
'갓생'은 피곤하고 '미라클 모닝'은 남의 이야기 같아서 나는 오늘도 성실히 수영가방을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