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p me, Save me
내 나이 마흔.
수영을 시작한 지 막 일 년이 지났으니, 고인 물이 드글드글한 수영장에서는 이제 갓 개구리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쯤 되겠다. 아직은 모든 영법이 어설프지만 접배평자 흉내라도 낼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다이빙(스타트 수업) 강습, 오리발을 끼고 수영하는 핀데이를 겸하다 보니 이런 착각에 빠지곤 한다.
'뒷다리가 쏘옥 -
앞다리가 쑤욱
팔딱팔딱 개구리 됐네'
나도 곧 개구리가 되어 접배평자 뺑뺑이를 무한정 돌며, 멋지게 접영 하는 연수반 행님들처럼 될 수 있다는 착각말이다.
지금으로부터 일 년 전, 접영이라는 것을 처음 배웠을 때는 자려고 누울 때마다 환각에 시달렸다.
눈을 감으면 자꾸 내가 물속에서 웨이브를 하는 것 같았다. 육신은 육지에 있는데 왜 영혼은 물속에 있는지.
수영장에서 물귀신이 붙어온 거 마냥 일상에서 좋은 의미로 허우적댔다.
매일 밤 잠이 든 아이를 옆에 뉘인 채 유튜브 선생이 시키는 대로 침대에서 몸을 반쯤 빼 팔과 다리를 휘저어댔다.
캐치 - 푸울~ 푸쉬이이이이!! .... 휙 - 리커버리
그 순간, 나는 한 마리의 날치였다.
그렇게 한동안 이불 위에서 웨이브도 하고 양팔도 돌려보다가 지금 당장 접영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에 취해(접영 가스라이팅) 잠들곤 했다.
호기롭던 지난밤의 모습과는 달리 막상 자유수영에서 접영을 시도하면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양팔은 물에 걸려 제대로 빼지 못한 채 온 힘을 써서 헤엄쳤지만.. 일어나서 돌아보니 겨우 서너 발자국 앞으로 전진했을 뿐이었다.
누누이 말하지만 나는 본투비 운동 무능력자다.(안타깝게도 열정만 가득한)
나의 접영은 멀리서 보면 물에 빠진 사람처럼 보이는 구조요청과 수영 어딘가 쯤 있는 몸부림이었다.
이른바 '살려줘- 접영' / 영어로 번역하자면 아마 'Help me, Save me! butterfly stroke'.
일 년이 지난 지금, 접영은 내가 제일 잘하고 싶은 영법이지만 아직도 제일 버거운 영법이다. 구조요청 접영에서는 벗어났지만 팔은 늘 물에 걸려 깔끔히 돌리지 못하고, 힘조절을 제대로 못해서인지 25m만 가도 진을 빼고 레인 끝자락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나도 접영을 간절히 잘하고 싶다. 플랫 접영을 하며 강력한 돌핀킥 사이로 양팔과 머리를 내던져 입수하는 옆 레인 회원님들이 부러워서 괜히 힐끗거린다.
자세 교정이 필요하지만 강사가 비입수하는 수영장에서 강습을 받다 보니 디테일한 피드백은 기대하기 힘들다. 실력 향상에 대한 답답함으로 언제부터인가 수영 유튜버들의 주말 특강 공지가 올라올 때마다 눈여겨보게 된다.
'오, 여기 집에서 가까운데.. ' '
생각보다 별로 안 비싸네?'
특강 공지에는 수강 대상자에 약간의 제한을 두고 있다. 예를 들면 '수력 일 년이상', '접영을 할 수 있는 사람'
모두 해당되지만 운동신경이 없는 편이라 괜히 저런 문구에 머뭇거리게 된다. 마스터즈 수영 동호회에 낀 수린이 같을 내 모습이 떠오르면 갑자기 김이 팍- 새어버린다.
수력 2년 차! 꼬물꼬물 올챙이에게 뒷다리가 쏘옥~ 앞다리가 쑤욱 나려면 뭔가 대승적인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튜브 강사 말고 오프라인 강사와 함께하는 강습이 필요하다.
나에게 용기를 -! Help me, save me.
* 사진 출처: unsplash,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