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속 반짝이던 찰나들
캠핑이라고 하면 그런 것이 떠올랐다.
짙은 녹색의 군용 모포와 은박 돗자리 아래로 느껴지던 등 배기는 돌덩이라던지,
첫번째 아빠차였던 중고 엑셀의 뒷좌석에 삼 남매가 엉켜 앉아있던 모습들.
전정기관을 마비시키던 아빠의 차 냄새.
그 옛날 차량 방향제들은 본연의 효과보다는 멀미를 유발하는 능력이 있었다.
목적지도 모른 채 구불구불한 국도를 따라 한참 가다 보면 멀미가 치밀어 올랐고, 창문을 내리기 위해 문짝에 달려있던 수동 손잡이를 급하게 돌렸다.
앞 좌석 대시보드 위에 올려놓은 고개를 끄덕이는 불독 인형처럼 내 고개도 정신없이 끄덕일때 즈음이면
바다나 산에 있는 야영장에 도착했다.
트렁크에서 꺼낸 낡은 텐트와 코펠 세트, 그리고 군용 담요와 조금의 옷가지들.
그거면 며칠이든 다섯 가족이 캠핑할 준비가 된 거였다.
흐르는 계곡 한켠에서는 아이들이 맨몸으로 잠수를 했고, 개학할 때 즈음엔 일광화상으로 달아올랐던 얼굴이 새까매져 표피껍질이 벗겨지곤 했다.
“송사리다!”라는 누군가의 외침에 마음이 급해졌다.
미끄덩한 이끼를 밟고 넘어져 바위에 다리가 긁혀도 아픈 줄 모르고 한 나절을 놀았다.
생각해 보니 나는 90년대 여름이라는 계절을 한 껏 누렸다.
저녁이면 평소엔 주방 근처에 얼씬도 않던 아빠가 코펠을 달그락 거린다.
"꽁치찌개는 내가 엄마보다 더 잘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통조림 맛이 팔 할이었지만 말이다.
당신이 만든 꽁치찌개에 감탄하며 소주 한 잔 하던 아빠와 물놀이 중 긁힌 상처를 수시로 쓰다듬어 주던 엄마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었다.
산에서 만난 줄무늬 다람쥐를 보고서는 너무 좋아서 눈물이 핑 돌며 소리를 질렀던 언니와 나.
우리 여기 내년에 또 오자 했던 우리들. 이듬해 다시 찾아간 휴양림에는 더 이상 줄무늬 다람쥐가 보이지 않았다.
어릴 적 자연에서 잠시나마 누렸던 그 찰나들은 빛바랜 사진처럼 기억 속에 쌓여있다.
내일이 막막하고 가슴이 답답해서 사는 게 갑갑하면,
오래된 기억이 일상에 피톤치드처럼 느껴지곤 했다.
작년 봄부터 시작한 우리 가족의 캠핑을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기억할까?
더위에 버틸 수 없어 온 가족이 뛰어든 한 여름 수영장
주인 없는 텐트 안에 몰래 들어와 쉬고 있던 참개구리
새까만 밤하늘에 박힌 보석처럼 엉덩이가 반짝이던 반딧불이
밤마다 울어대던 고라니의 괴상한 울음소리
나는 여름이라는 계절 속에 우리 가족이 힘껏 안겼다가 나온 것만 같다.
너희들도 그렇게 기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