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립턴과 콧물 테러

플립턴 한 바퀴에 쏟아지는 나의 하루

by 신슈슈

수영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질문이 있다.

'비염인데 수영해도 되나요?'

'수영하고 비염이 더 심해졌어요' 등등 비염동지들의 고민 글에는 앞 서 고통을 겪어본 선배 비염인들의 경험에 근거한 관리법이 댓글로 달린다.


- 알레르기 비염약을 많이 처방받아 놓고 수영시작 30분 전쯤 먹어요.

- 코 세척을 바로 해요.

- 락스 소독(염소) 하는 곳 말고 해수풀로 다니세요.

- 수영하고 더 심해졌어요. 수영의 유일한 단점이에요.


나는 40년 만성 비염인으로 환절기에는 비염과 알레르기 결막염으로 매번 고생하고 있고 여행 상비약으로 항상 항히스타민제를 챙기는 사람이다. 다행히도 수영을 시작하며 걱정했던 비염과 알레르기 결막염이 크게 악화되지 않아 수영이 나의 평생 운동이로구나라는 마음으로 일여 년간 ‘행수’를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어떤 날은 정말 손쓸 틈도 없이 마치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무방비로 콸콸콸 콧물이 흐르는 것이다. 나름 보건교사로 근무하며, 학교의 질병예방과 보건교육에 앞장서야 하는 사회적 위치가 있는데 말이다. 나는 핀셋으로 거즈를 집어 드레싱 하던 중에도 학생들과 건강상담을 하다가도 갑작스러운 콧물테러에 종종 민망해졌다.


콧물이 콸콸콸


콧물 테러가 있는 날에 대해 고심해 보니 범인을 잡았다.

그것은 바로! 플. 립. 턴 (Flip turn) 때문 이로다!

매일 비슷해 보이는 수영장 강습에도 나름의 강습 커리큘럼이 있다.

월요일인 뺑뺑이 데이, 화요일은 턴데이(Turn day), 목요일은 스타트데이(Start day), 금요일은 오리발데이(Fin day)라는 큰 틀 안에서 세부적인 네 개 영법을 나누어 배우게 된다.

어느 화요일, 사이드 턴만 주구장창하던 나에게 강사님은 플립턴을 알려주셨다. 앞으로 전진하다 물속에서 공중제비 돌듯이 휘익~ 돌며 벽을 차고 나아가는 플립턴!

평소 상급 레인의 회원들이 플립턴을 할 때면 늘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나였다. 마치 한 마리의 돌고래처럼 한 바퀴 턴 한 후 슝- 날아가는 그 모습이 나에게는 너무나 멋져 보였던 것이다.

나도 하고 싶다. 플립턴!!

<이것이 플립턴>


강사님은 자유형 스트로크를 세 번 후 배꼽을 보듯 몸을 접어 구르고 유선형으로 몸을 펴보라고 하셨다.

25m 레인 끝에 다다르기까지 다섯 번 정도의 플립턴 흉내를 냈고 반고리관(전정기관)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출산하고 나서부터는 놀이터의 뺑뺑이만 한 바퀴타도 중심을 못 잡고 넘어지는 나였기에, 플립턴을 처음 배운 날은 나의 과한 열정으로 코끼리 코를 스무 바퀴는 돌고 멈춘 듯 하늘이 빙빙 돌고 있는 상황이었다. 플립턴을 배워보겠다는 일념으로 어지러운 것도 참아가며 시키는 대로 강습을 따라갔다.

문제는 이렇게 열심히 앞으로 구르는 사이 내 비강에수영장 물이 차곡차곡 축적되고 있었던 것이다. 출근 후 한참이나 지난 시각, 학생 처치를 하거나 의도치 않은 상태에서 그야말로 왈칵!! 후루룩룩~!!!! 하며 콧물이 무방비로 다량 쏟아졌다. 감기 걸린 아이 앞에서 콧물 테러를 몸소 실현하니 보건교사로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플립턴 후 콧물 테러의 원인은 비염+코의 해부학적 구조와 관련 있다. 후비공과 코의 공기주머니인 부비동에 물이 일시적으로 고였다가 머리의 위치 변화로 왈칵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수영 후에 별도로 코를 풀거나 세척하지 않으면 몇 시간 비강 안에 고여있던 수영장 물과 점액들이 고개를 숙임과 동시에 배출되는 것이었다. (식사시간이라면 죄송합니다.)

원인을 알았으므로 이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했다. 수영 후 식염수로 코를 세척하거나 충분히 코를 풀어주는 것이다. 또한 나조렉스 스프레이(전문의약품/병원처방 필요)를 매일 1-2회 장기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만성 비염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모메타손푸로에이트라는 스테로이드의 국소 부위 흡수로 부작용이 적다.) 3-4일만 반복 사용해도 오히려 혈관이 충혈되어 부작용이 발생하는 다른 비강 스프레이(오트리빈의 부작용 a.k.a. 반동충혈)와 달리 사용 기간도 제한되어있지 않다. 급성 증상이 없더라도 환절기에는 미리 정해진 시간에 나조렉스를 사용하면 코막힘을 예방적으로 관리 할 수 있다.


아직 나의 플립턴은 완성되지 못했다.

강사님은 수영장 바닥의 T자가 보이면 세 번 스트로크를 하고 돌핀킥! 배꼽을 보며 몸을 접어 구른 후 팔을 뻗어 몸을 유선형으로 만들고 벽을 차고 나가면 된다..라고 하셨다. 하지만 오늘도 벽에 박치기를 할까봐 지레 겁을 먹고 일찌감치 턴을 했고, 내 발에는 벽이 닿지 않았다.

수중에서 허우적 대다 벌떡 일어나 민망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자유형으로 빠르게 레인 끝을 벗어나는 나.

성공률 약 50%의 아직은 속도도, 호흡도 제 몫을 못하게 하는 비효율적인 턴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왜냐면 플립턴은 나의 수영 추구미 그 자체니까!

아무래도 내 비염증상과 플립턴 실력은 비례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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