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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마치 Dec 07. 2020

반짝반짝 빛나는 우리, 가족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내 인생은 벼랑 끝이어도, 사랑하는 사람만큼은 그 꿈을 버리지 않았으면.

나는 실패했지만, 내 가족은 실패의 쓴 맛을 보지 않았으면.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야 이런 마음이 가능한  아닐까. 가족만큼 애증인 관계도 없다. <미스 리틀 선샤인> 콩가루 집안도 마찬가지다. 표현은 투박하고 거칠어도 속엔 서로를 향한 말랑말랑한 애정으로 가득하다.  영화가 재밌는 이유는 사포같이 거친 표현을 다듬고 다듬어 '가족'이라는 '따뜻한 이상향' 맞춰가는  아니라, 거칠고 막무가내인 원래 모습 그대로 끝까지 밀고 나간다는 점이다.  모습심란하게 이지만 나름의 방식대로 가족의 정을 느끼고, 살아갈 이유를 찾는 그들의 여정은 어느새 진정한 행복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종종 마약을 하는 할아버지, 인생은 성공과 실패 두 가지뿐이라는 아빠, 말을 않겠다고 선언한 오빠, 자살했다 살아 돌아온 삼촌, 며칠 째 닭튀김만 저녁으로 내놓는 엄마. 그리고 이 집안의 막내딸 올리브. 올리브는 집에서 한참 떨어진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미인대회 '미스 리틀 선샤인'에 참가를 앞두고 있다.


이 집안에 올리브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미인대회 출전권을 얻자 신나서  집안을 뛰어다니는 사랑스러운 막내딸을 미워하는 사람은 없다. 존재만으로도 집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는 올리브. 자기주장과 승질머리가 그렇게강한 사람들이 막내딸 미인대회 하나를 위해 묵묵히 캘리포니아로 향한다는  자체가  가족이 사랑스럽다는 증거다. 지금 당장  인생은  같아도, 올리브의 예쁜 꿈을 위해 고물 버스에 함께 올라탄다.



뭐 하나 잘 풀리지 않는 가족들은 캘리포니아로 가는 와중에도 실패한다. 사업이 날아가고, 자존심을 짓밟히고, 꿈을 잃고, 목숨을 잃는다. 타고 있는 버스까지 말썽을 부리는 험난한 길이 마치 인생 같기도 하다. 똑같은 도로에서 비싸고 좋은 차들이 쌩쌩 달려 나갈 때, 삐걱대는 버스는 어디 하나 고장 날까 봐 노심초사. 게다가 버스에 탄 사람들도 덜컹거리기는 마찬가지. 이 지긋지긋한 여정은 언제쯤 나아질 수 있을까.


그래서 더욱 올리브의 꿈을 지지해줬을지도 모른다. 꿈꾼 대로 꽃길만 걸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어디 가서 자존심 밟히는  없이,  사랑스러움을 끝까지 유지하기를 바라면서. 미인대회에서 패배하면 어떡하냐고 걱정하는 올리브에게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패배자가 뭔지 알아? 지는 게 두려워서 시도조차 안 하는 사람이야.

 넌 노력 중이잖니? 그럼 패배자가 아니야. 내일 신날 거야."


괴짜인 줄만 알았던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인생의 깊이가 있는 말을 남긴다. 무심해 보이던 오빠는 포옹을 할 줄 아는 사람이고, 삶의 의미를 잃었던 삼촌은 조카를 위해 누구보다 빨리 달린다. 그리고 성공만 말하던 아버지는 딸을 위해 무릎을 꿇는다.





"인생 자체가 저 빌어먹을 미인대회 같은 거니까요! 고등학교, 대학교, 직장 경쟁까지.

 남들이 뭐라고 하든 그냥 좋아하는 걸 하면 돼요."


어쩌면 나도 누가 출전시켰는지도 모를 미인대회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억지스러운 미소를 짓고, 과하게 화려한 옷과 한껏 부풀린 머리까지 하고 있다. 어떤 날은 화장을 진하게  것만으로도 피로감이 심해 집에 오자마자 세수를 박박 해버린다. 우리는 얼마나 두꺼운 가면을 쓰고 있는 걸까.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하는 가면을 쓰고, 진짜  모습이 아니라 누군가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사는  아닐까 하는 공허함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런 허무한 인생을 이겨낼  있는  하루하루 중심을 잡고 나를 사랑하는 . 매일 빛나는 무언가를 찾고 기뻐하는 . 가면을   쓰더라도 가면 뒤의 나의 특별함을 결코 잃지 않는 . 모두 똑같은 화장을 하고 드레스를 입은 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빛나는  올리브였다. 물론 올리브는 '그들' 눈에 들지는 못했지만 내면에서부터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또는  자신에게 계속 용기를 불어 넣어 주어야지. 그게 올리브가 맑은 눈의 아이로 성장할  있던 이유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이 좌충우돌 가족은 끝까지 우당탕탕, 숨 돌릴 여유가 없다. 하지만 이들은 그만의 방식으로 행복하고,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가족의 사랑을 통해 각자의 상처를 치유한다. 어쩌면 다른 영화나 이야기에서 모범답안처럼 보여주는 가족보다 훨씬 더 사랑이 넘치고 현실적인 가족이 아닐는지. 고물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역시 사건 사고의 연속이겠지만, 이런 가족이라면 '추억'이라는 말로 예쁘게 포장이 될 것 같다.  



미스 리틀 선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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