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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마치 Jan 17. 2021

우리는 반드시 만나야 해

영화 <가을의 마티네> 리뷰







영화 <가을의 마티네>



 인생을 돌고 돌아서라도 꼭 만나게 되는 인연 이야기를 좋아한다.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지는 모르지만 운명적인 사랑 얘기가 주는 특유의 떨림이 좋다. 특히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와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진다' 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끝내 이뤄지는 기적' 쪽이 더 좋다. 완벽한 해피엔딩이니까.



 <가을의 마티네>도 그런 류의 영화다. 천재 기타리스트 마키노와 프랑스 통신사 기자 요코는 처음 만난 그 날부터 남다른 감정을 느낀다. 평생의 사랑을 알아본 순간 그 사람을 단번에 잡을 수 있다면 그는 엄청난 행운을 타고난 사람이다. 안타깝게도 마키노와 요코는 서로에게 (그러나 마키노가 조금 더) 반했음에도 현실에 끌려 다닐 뿐이었다. 요코는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었고, 파리와 일본이라는 물리적 거리도 꽤 멀었다.


하지만 사랑은 운명을, 운명은 우연과 인연을 만드는 .



   

 




<가을의 마티네>를 보게 된 것도 우연의 연속이었다.

영화 개봉이 뜸한 요즘,  SNS로 개봉 소식을 들었다. 주연 배우는 후쿠야마 마사하루.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너무 좋아해서 그의 영화를 몇 개 봤었는데, 신작 개봉이라니 반가웠다.

눈을 반짝이며 줄거리와 예고편을 보니 내 취향의 스토리였다. 보러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원작 소설은 얼마 전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책이기 까지. 그 땐 몇 번 들춰보다 그냥 내려놓고 왔었는데 아마도 보게 될 책이었나 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바로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을 했다.



사방팔방에서 가까이에서 멀리에서 온갖 것이 우리 운명을 관통하죠. 어떻게 해 볼 도리도 없이.

                                     - 책 <마티네의 끝에서> 中





 두 사람은 과거와 미래에 대해 얘기한다. 보통은 과거에 의해 미래가 바뀐다고 하지만,  실은 미래가 과거의 기억을 바꿔놓기도 한다는 말이 이 극을 관통하는 주제다.


 자꾸 꼬이는 둘의 인연이 애석하지만 다른 영화처럼 짜쯩을 수반할 정도의 꼬임은 아니다. 안타깝긴 해도 다소 삭막한 현실 속에서 상대의 존재와 음악에 치유받으며, 결국 서로를 향해 걷고 있는 이야기.


무엇보다 일본 영화임에도 배경이 파리, 마드리드, 뉴욕이라는 점과 마키노의 기타 연주곡이 작품의 분위기를 한층 깊고 아름답게 만든다. 오랜만에 잔잔하고 담백한 일본 로맨스 영화를 만나서 좋다. 소장해 놓고 가끔씩 꺼내보고 싶은 영화.

지금은 원작 소설 <마티네의 끝에서>를 읽으며 여운을 즐기고 있다. 두 사람이 그랬듯 지루하고 답답하던 나의 일상에 이 이야기가 기분 좋은 인연이 됐다.


マチネの終わり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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