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는 맞단다. 문제는 시기일 뿐

사주는 대박인데, 인생은 일단 쪽박이다.

by 춘림

내 사주에 돈이 많다고 한다. 문제는 내 통장에는 없다는 거다.

오전에 공공근로를 다녀오신 엄마가 같이 일하는 할아버지 얘길 하신다.

오늘도 어김없이 딸 자랑을 늘어놓으셨다고.

딸에 사위까지 용돈을 많이 주고 가서 오늘 점심 사겠다고 하시는 걸 그냥 오셨노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작아졌다.

엄마가 “넌 뭐냐” 하고 뭐라 하신 것도 아닌데,

마치 스스로 쪼그라드는 병에라도 걸린 듯, 급기야 벌레처럼 느껴졌다.

남의 자식처럼 수십만 원씩 용돈을 드릴 수 없는 나는,

그 순간 존재감이 한 줌으로 줄었다.

그런데 거기에 대고 엄마가 한숨 섞어 한마디 하신다.

“답답하다. 너 보면 답답해.”


사실 나도 내가 답답하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물며 엄마가 보기엔 오죽할까.

나는 더 쪼그라든다. 쪼그라들다 못해 콩알만 해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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