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지원 후의 찜찜함에 대하여

찜찜함에는 이유가 있다

by 춘림

고인 물이었다가 흘러갈 수 있는 물길 하나를 뚫은 느낌.

입사지원을 하고 나면 그런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나를 압도하는 감정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찜찜함이다.
‘구직자가 입사지원서를 내는 건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인데, 왜 이리 찜찜하지?’

나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묻고, 동시에 답하게 된다.


첫 번째 이유는 개인정보다.
나에게 이력서란 단순한 이력의 나열이 아니라, 내가 쌓아온 삶의 도면이다.
내 이름, 나이, 학력, 경력, 거쳐 온 조직들, 연봉 수준,
심지어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까지.
나조차 잊고 지냈던 내가, 그 문서 안에는 다 들어 있다.
그것이 낯선 누군가의 메일함에 꽂히는 순간, 나는 노출된다.
내 이력서가 실제로 어떤 용도로 쓰일지, 나로선 알 길이 없다.

꽤 좋은 조건의 회사에 지원을 하고 난 다음엔

개인정보만 쏙 빼가기 위한 허위 구인공고에 낚인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일할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정보를 수집하는 데 목적이 있는 곳이라면?
생각할수록 꺼림칙하다.


두 번째는, 내가 불특정 다수에게 회람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내 이름이 어딘가에 떠돌고 있을 것 같은 기분.
누군가에게 불려 다니고, 열리고, 판단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감각.
생각해 보면 우리는 ‘합격’이라는 결과만을 놓고 생각하지,
그 과정에서 내 정보가 누구의 손을 거쳐, 어떤 경로로 흘러가는지는 거의 모르고 지나간다.
그 ‘모름’ 속에서 불안은 자란다.
혹시 지금, 내 이력서가 아무에게나 열려 있는 건 아닐까?

그 불안의 뿌리를 되짚자면, 나는 두 가지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예전에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할 때, 회사의 대표 이메일 계정을 사용한 적이 있다.
그 계정은 사측과 내가 함께 열람하던 공용 메일이었다.
어느 날 거기에 누군가의 입사지원서가 도착해 있었다.
인사담당자도 아닌 내가, 그 지원자의 이력서를 보게된 것이다.

제목만 보았지만, 그 한 줄에도 그가 누구인지, 어떤 포부를 품고 있는지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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