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냇가에서 만난 괴산의 여름,그리고 작은 생명 하나가 품은 이야기
여름 한복판,괴산 냇가를 거닐다 보면 빠지지 않고 마주치는 진풍경이 있다.
바로 올갱이 잡는 사람들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냇가에 들어가 작은 수경그릇을 물속에 넣고 몸을 낮추고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올갱이를 더듬더듬 찾는 모습은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괴산에서만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다.
가족끼리,친구끼리,혹은 이웃들과 함께 소리 높여 웃고, 발장난을 치며 손으로 물을 헤치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손바닥 위에는 조그만 올갱이 몇 마리가 올라와 있다.
그 작은 생명이 어쩐지 여름 전체를 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올갱이를 안 잡는다.
이제 괴산에 정착한지 14년.
매해 여름이면 이 풍경이 익숙하지만 우리는 단 한번도 올갱일를 잡아본 적이 없다.
누군가는 “왜요?올갱이 해장국 기가막히잖아요.”
우리는 그져 웃는다.
그 맛을 몰라서가 아니다.
그저 우리에게는 그 광경을 바라보는 것이 더 즐겁고,더 의미 있기 때문이다.
그 굽은 허리,물에 바짝 엎드려 몰입한 사람들의 표정.
어쩌면 그것은 도시에서 지친 사람들의 해방,사람들의 오랜 풍습일지도 모른다.
아내는 한 번은 말했다.
“저 작은 것들이 여름엔 참 고생이 많아.”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덕분에 괴산의 여름이 이렇게 살아있지 않겠어”
올갱이,괴산의 살아있는 향토 음식
사실 괴산은 올갱이 요리에 관해서는 전국에서도 특화된 지역이다.
올갱이 해장국은 물론이고,올갱이 초무침,붙임,전골,심지어 올갱이 액기스까지 다양한 요리로 확장되며
이제는 대표 향토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작은 올갱이 하나가 지역의 음식 문화를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괴산군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다.
매년 올갱이 종패를 방류하고,산란기에는 포획금지 기간을 설정하는 등 올갱이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행정적 뒷받침이 꾸준히 이뤄져 왔다.
작은 생명 하나에도 애정을 담아 정책을 세우는 이 고장의 모습은 괴산이 왜 여전히 깨끗하고,따뜻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우리는 잡지 않아도 ,함께산다
우리는 올갱이를 잡지 않는다.
하지만 여름이면 냇가에 앉아 올갱이 잡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웃고,발을 담그고 참외 하나 나눠 먹으며 이 땅의 사계절과 사람살이를 마음 깊이 받아들인다.
괴산에 뿌리를 내린다는 건 모든 풍경에 직접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물러서서 바라보고,그 안의 숨결을 존중하는방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올갱이 잡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심마저 든다.
그건 한철 피서가 아니라 괴산이라는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올갱이는 못 잡아도 ,괴산의 여름은 산다
올갱이 하나에 담긴 괴산의 여름,그 여름을 살아가는 사람들,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
우리 부부는 올갱이를 잡지 않는다.
하지만 괴산의 여름을 누구보다 사랑한다.
조용히 흐르는 물소리,
바가지에 담긴 조그만 생명,
그 옆에 놓인 사람들의 웃음.
그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