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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수필

밤하늘에 별이 가르쳐 준 침묵

by 최국만

중국 연변 하동촌에 도착했을 때는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초겨울의 찬 공기가 뺨을 스쳤고, 바람에 실려 오는 가축의 배설물 냄새가 코끝을 스쳤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역겹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순간의 공기, 어둠, 그리고 주변 풍경이 하나로 어우러져 묘한 경이로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차에서 내려 희미하게 보이는 마을길을 바라보다가 , 무심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숨이 멎는 듯한 풍경이 제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도시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별들이, 마치 은하수가 쏟아지듯 뭉쳐 빛나고 있었습니다. 반짝임이 너무나 선명해 환상 같았고, 그 모습은 어린 시절 시골에서 보았던 별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함께하던 동행들도 모두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밝은 별은 처음 본다"라고 했습니다.

이곳에는 공장도, 굴뚝도, 도로의 소음도 없습니다. 연료도 여전히 산에서 베어 온 나무를 태워 쓰니, 오염원의 그림자가 닿지 않은 땅입니다. 그래서 별빛은 이토록 찬란하고, 하늘은 깊고도 맑았습니다.


우리는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침묵 속에서 느껴지는 묘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불교 경전에서는 묵언이란 말을 씁니다. 말없이 행하는 가르침, 소리 없이 전해지는 깨달음을 뜻합니다. 그날 밤 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이야말로 가장 큰 말이었습니다.


나는 문득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비람과 별과 시'를 떠올렸습니다. 암울했던 시대에 시인은 별을 보며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고백했습니다. 그 고백은 별을 바라보는 침묵 속에서 나왔을 것입니다. 하늘의 별빛은 그저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 나를 비추고, 내 삶의 길을 묻는 거울이 됩니다.


별을 보며 나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광활한 우주 속에서 우리 지구는 그저 작은 별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 위에서 인간은 서로 싸우고, 다투고, 끝없는 욕망을 쫓습니다. 불교의 '봅구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덧없다. 그대는 이를 알면 고통에서 벗어난다"

하늘의 유성이 순간 반쩍이다 사라지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찰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짧은 시간을 왜 그리도 시끄럽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시골에서 사는 나는 가끔 저녁 식사 후 밖으로 나와 하늘을 봅니다. 도시에서는 불빛에 가려 보이지 않는 별들이 이곳에서는

유리알처럼 선명합니다. 그 별 들은 나에게 고독과 평온, 그리고 사색의 시간을 쥽니다.

그리고 나는 깨닫습니다. 별이 가르쳐 주는 것은 그 빛이 아니라 , 그 짗 뒤에 있는 깊은 참묵이라는 것을.


삶은 어쩌면 별빛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멀리서 보면 영원히 빛나는 듯하지만, 가까이 보면 그 순간도 언젠가 사라집니다. 그러니 남은 시간, 우리는 별처럼 말없이 빛나고, 별처럼 고요히 살아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별이 가르쳐 준 침묵이 바로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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