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함께 견디는 가족의 이야기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계절.
첫눈도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
사람들은 겨울을 준비하며 보일러를 점검하고,
창문 틈새를 막고, 두꺼운 이불을 꺼내며
각자의 방식으로 추위를 맞는다.
하지만 나는
겨울이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바로 우리 집 마당을 지키는 반려견 아이들이다.
뭉게, 별이, 아롱이, 레이다.
이 네 아이들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표정과 눈빛, 꼬리의 떨림 하나로
우리와 마음을 나누는 가족이다.
겨울 준비는 사람보다 동물들이 먼저였다
11월 초,
고양이들이 지내는 집부터 난방을 챙겼다.
전기보온담요를 깔고
이중 바람막이를 만들어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지 않게 했다.
뭉게와 별이의 집은
작은 방처럼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다.
입구는 바람을 막기 위해 좁게 만들었고
안에는 따뜻한 이불과 스펀지를 가득 넣었다.
“이 정도면 따뜻하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겨울바람은
생각보다 더 날카롭게 찾아왔다.
눈이 오고 찬바람이 몰아치던 날,
뭉게를 보니
작은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10년을 함께 살며
말 한마디 없이도 마음을 알아온 뭉게.
그 떨림이
내 가슴을 먼저 시리게 했다.
아내가 직접 짜준 털옷도 입혔지만
뭉게는 워낙 체구가 작아
겨울이 되면 늘 추위를 탔다.
그날 밤,
나는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 뭉게랑 별이…
닭곰탕 좀 끓여주면 어떨까?”
아내는 나를 보며
조용히 웃었다.
“그래요.
사람도 따뜻한 거 먹으면 힘이 나는데
애들도 똑같죠.”
닭곰탕은 ‘밥’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마트에 가서
닭다리만 들어 있는 봉지를 들고 오는데
마치 우리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는 기분이었다.
“뭉게가 좋아하겠지?”
“별이는 국물부터 마시려나?”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집에 와서는
뼈까지 부드러워질 때까지
오래, 아주 오래
닭을 삶았다.
사람 밥을 이렇게까지 정성 들여 한 적이 있었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침 6시, 그 작은 울음 같은 눈빛
다음 날 아침.
아직 어둠이 달려가는 시골의 6시.
차가운 기운이 방 문턱까지 밀려오는 순간
나는 닭곰탕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얼마나 추웠을까…”
걸음을 옮기는 나는
이미 마음이 아려왔다.
먼저 아롱이와 레이가 뛰어나왔다.
잠에서 깨자마자 들리는
반가운 발 소리.
조금 있다가
뭉게와 별이도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눈빛으로
입구를 비집고 나왔다.
나는 그릇에 따뜻한 닭곰탕을 나눠 담아 주었다.
가만히 지켜보니
아이들이 먹는 모습이
꼭 “고맙다”는 말 같았다.
뭉게는 먹다 말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꼬리는 천천히 흔들리고
눈은 물기 없이 맑았다.
그 눈빛에
나는 한순간 알았다.
“아, 우리는 서로에게
이미 가족이구나.”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말이 없어도
별말 하지 않아도
함께 있는 존재만으로
겨울의 추위보다 더 따뜻한 것이 있다는 것을.
사람은 말로 사랑을 전하지만
아이들은
몸으로, 눈빛으로, 작은 온기로
사람 마음을 데운다.
닭곰탕 한 그릇이지만
그 속에는
우리 가족이 겨울을 함께 견디는
작은 기적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깨닫는다.
동물을 키우는 일은
동물을 돌봐주는 일이 아니라
나의 마음도 함께 돌보는 일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