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종이에게 보내는 2026년의 기도
제2편
2026년의 시작은 나에게 또 하나의 출발선이 되었다.
기종이를 만난 지도 올해로 4년째다.
어느 날 문득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내가 기종이를 만난 지 벌써 4년이 됐네.”
아내는 잠시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요. 어제 같은데요.
기종이 어머니 뵈러 간다고 집에서 전 부쳐서 들고 갔던 날이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4년이네요.”
그날 우리는 자연스럽게 지난 시간들을 꺼내놓았다.
기종이와 함께했던 장면들, 사소한 웃음들, 말없이 지나간 순간들.
그러다 내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새벽에 출근해서 오후 세 시면 돌아오지만…
기종이 어머니는 70 평생을 기종이 하나만 바라보며 사셨잖아.
그 마음이 어떨까.”
말을 하고 나서도 한동안 가슴이 묵직했다.
그날, 퇴근 시간이 조금 넘어서까지 기종이와 함께 있었다.
마침 연풍 수옥정 폭포에서 공공근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기종이 어머니를 마주쳤다.
“아이고, 선생님. 고맙습니다. 아직 안 가셨네요.”
“이제 가야죠.”
기종이는 엄마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엄마도 말했다.
“기종아, 선생님이랑 잘 있었어?”
기종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선생님 가신다. 인사해야지.”
그래도 대답은 없었다.
엄마의 말은 알아듣고 눈은 마주치지만
말은 끝내 나오지 않는다.
그 순간, 가슴이 아려왔다.
하지만 이 장면은
기종이 어머니에게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미 40년 동안 살아온 일상이었을 것이다.
폭행을 당하기 전까지는
어눌하게나마 말을 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엄마와 아들이
서로의 마음을 온전히 주고받는 대화는
아마도 오래전부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감히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누가 그 세월의 무게를 대신할 수 있을까.
“선생님, 정말 고마워요.
기종이가 웃고, 선생님이랑 장난친다고
동네 분들한테 들었어요.”
그 말이
감사로 들리기보다는
나를 더 부끄럽게 만들었다.
나는 이 두 사람을 위해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내 손은 어디까지 가야
기종이를 제대로 보살피는 걸까.
생각이 깊어질수록
마음은 더 먹먹해졌다.
아내는 오랜 시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일해온 사람이다.
내가 기종이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언제나 나를 바로 세워준다.
“여보,
나도 가끔 기종이 어머니 입장에서 생각하다가
혼자 조용히 울 때가 있어.
한두 번이 아니야.”
아내는 알고 있다.
내 마음을, 내가 말하지 못하는 마음까지.
“당신은 이미
그 이상으로 기종이를 돌보고 있어.
너무 그분들의 삶 속으로
혼자 빠져들어 가슴 아파하지는 마.”
한겨울이다.
눈이 오고 바람이 불면
어느 집의 거실에서는
부모와 아들이 마주 앉아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아무 말이나 나누고 있을 것이다.
그 평범한 장면이
오늘은 유독 멀게 느껴진다.
말하지 못하는 아들과
그 곁을 지키는 엄마의
긴 겨울은
언제쯤 끝이 날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내 욕심일까.
올해도
기종이를 향한 나의 기도는 계속된다.
“기종아,
한마디만 해다오.
딱 한마디면 된다.”
“네” 한마디.
2026년,
내가 품은 가장 간절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