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의 칼바람도 녹이는 40년의 온기
남녘에서는 벌써 매화가 꽃봉우리를 맺었다고 한다.
내가 선 이곳 괴산의 바람은 여전히 칼끝처럼 맵다.
하지만 나는 이 추위가 그리 시리지 않다.
내 곁에는 40년이라는 긴 겨울을 함께 건너온,
여전히 푸른 마음을 간직한 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스물세 살, 멋모르던 청춘에 손을 맞잡았다.
그렇게 시작한 삶이 어느덧 마흔 번의 사계절을 지났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삶은 늘 화창한 봄날만은 아니었다.
때로는 살을 에듯 차가운 고뇌의 찬바람이 불었고,
때로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걷기도 했다.
세상은 매화의 고결한 꽃잎만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안다.
그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매화나무가
얼마나 깊은 밤을 인내하며 제 몸을 깎아냈을지를.
나의 아내가 그랬다.
삶의 고비마다 아내는 매화의 인내로 나를 붙들었고,
겨울바람 속에서도 결코 시들지 않는 푸른 마음으로
내 곁을 묵묵히 지켰다.
요즘 사람들은 쉽게 '사랑'을 말하고,
또 쉽게 그 온기를 잊곤 한다.
하지만 68세의 겨울 끝자락에서 내가 배운 사랑은
화려하게 타오르는 불꽃이 아니다.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자리를 지키는 '뿌리 깊은 나무'의 마음이다.
오늘부터 2월이 시작된다.
달력상으로는 봄의 문턱이라지만,
여전히 세상은 춥고 우리는 또 다른 삶의 무게를
견뎌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아내의 마음속엔 여전히 푸른 숲이 있고,
내 마음속엔 그 향기를 담아낼 자리가 넉넉하기 때문이다.
나의 소중한 그대여.
올 한 해도 우리는 서로의 매화가 되어주자.
서두르지 말고, 그러나 쉬지도 말고.
우리만의 속도로 서로를 사랑하며
그렇게 또 한 해를 피워내자.
그대가 내 곁에 머물러주어,
나의 2월은 이미 봄이다.
“여러분의 2월을 봄으로 만드는 사람은 누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