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도 나도,어쩌면 한 번 스친 바람일 뿐,모든 만남은 짧은 춤”
“인연은 필연도,우연도 아닌 ‘한 시절의 동행’이다”
우리는 수많은 얼굴과 스친다.
머물 줄 알았던 사람은 떠나고,잊었다고 믿었던 사람은 문득 떠오른다.
삶은 정류장이 아니라 지나가는 길목이며,
우리는 그 길에서 서로의 눈빛 한 조각,미소 하나,말 한마디로 흔적을 남긴다.
붙잡을 수 없기에 더 빛나고 ,짧기에 더 오래 남는 것.
그것이 인연이고,그것이 삶이다.
어떤 인연은 짧고 ,어떤 인연은 깊다.
그러나 나는 이제 안다.
깊고 짧고의 문제가 아니라,
머물렀던 순간의 온도와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
자금 이 순간 내가 돌보고 있는 한 청년은 말을 하지 않는다.
눈으로 말하고,손끝으로 감정을 건넨다.
그와 함께 걷는 길은 짧지만 ,
그 길에서 내가 배운 감정의 결은 내 삶 전체를 흔들었다.
나는 그를 보살핀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그가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
내 삶에도 그런 인연들이 있다.
30년 넘게 방송 카메라 뒤에 서서 사회의 그늘진 곳을 비추던 시간들,
귀촌 후 땅과 풀과 짐승과 눈빛을 나누며 배운 자연의 언어들,
그리고 가장 오랜 인연,나의 아내.
그녀는 병마와 싸우면서도,내가 쓴 브런치 글을 읽으며 조용히 웃는다.
“당신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참 행복해요.”
그 말 한마디는 지금도 내 심장을 데운다.
그녀와의 인연은 지나가지 않았다.
여전히 내 삶을 밝히고 있다.
누구나 스쳐간다.
때로는 이름도,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 사람의 한마디,따뜻했던 눈빛,스쳐간 손길 하나가 우리 마음에 작은 흔적처럼 남아 우리의 삶을 바꾼다.
인연에도 생로병사와 사계절이 있다.
인연이 생겨나서 늙고,끊어진다는 것은 그사람과의 관계가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인연은 사계절이 있어,어떤 인연은 봄처럼 따스하고,어떤 인연은 여름처럼 열정적이며,
가을처럼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있는 인연도 있다.
겨울처럼 차갑고 냉랭한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인연은 각양각색의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연이란 그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다시 발견하게 하는 일이다.
하이데거는 말했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비로소 존재의 무게를 인식하게 된다”고
그리고 불교에서는 모든 관계를 ‘연기‘라고 했다.
어떤 것도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만남과 인연 속에서‘지금의 나’가 생겨난다는 가르침.
나는 그 가르침을 삶으로 ,감정으로,기록으로 배워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누군가의 하루가 위태롭고,또 누군가의 마음이 조용히 무너지는 순간
내 글이 그 마음에 잠시 머무는 바람이 되기를,
스쳐가는 온기가 되기를 바라며.
그리고 언제고,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내게 머물다 간 인연이 된다면
나는 말없이 이렇게 속삭일 것이다.
“고맙습니다.당신 덕분에 나는 오늘도 ,사람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