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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작가의 꿈

“당신이 글을 쓰는 동안,나는 행복했어요>”

by 최국만

나는 평생 진실을 전하는 일을 해왔다.

카메라 뒤에서 밀렵꾼을 추적하고,사회의 그늘을 기록하고,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비춰왔다.

그 모든 이야기는 세상을 향해 외치는 목소리였지만 ,

정작 나 자신을 돌아볼 틈은 없었다.

그렇게 바쁘게 살아오던 내가,글을 쓰기 시작한 건 은퇴 이후였다.


귀촌한 지 14년,

괴산의 흙과 바람,그리고 침묵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 안의 이야기를 꺼냈다.

아내가 암을 진단 받고

투병하는 지난 1년 동안,

나는 매일 글을 썼다.


힘든 항암치료를 받고 지친 얼굴로 돌아와도,

그녀는 조용히 내 글을 읽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내는 내게 말했다.

“당신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참 행복했었요.“


그 한마디는 내 인생을 다시 쓰게 만든 문장이었다.

누군가의 생애가,상처가,돌봄이,사랑이….글이 되는 순간

그것이 더 이상 개인의 기록이 아니라 세상과 나누는 공감의 서사가 된다.


브런치는 내게 단지 글을 올리는 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나와 아내가 함께 숨쉬는 또 하나의 작은 거실이고,

삶의 무게를 감정과 사유로 환원해내는 내 인생의 두번째 방송이다.


나는 지금,‘귀촌과 자연‘, ‘취재와 진실‘, ‘사랑과 동행’ , ’장애와 돌봄’ 이라는 네 갈래 길을 걷고 있다.

그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말 없는 철학자들,시든 꽃처럼 누웠던 아내의 눈빛,

그 모든 것을 나는 다시 기록하고 ,다시 살아내고 있다.


브런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은 하나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다시 일어설 용기가 되는 것.

그리고 언젠가,내가 사랑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담아내는 한 권의 책으로 남는 것.


내 아내가 그랬듯,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이면 나는 충분하다.

지금 나는 다시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끝까지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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