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상의 날, 아내는 새 옷을 입었다

영광의 자리에서 나는 비로소 한 사람의 시간을 보았다

by 최국만

대통령상의 날, 아내는 새 옷을 입었다


대통령상을 받기 전날 밤,

아내는 작은 쇼핑백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그냥… 하나 샀어요.”


그 말은 설명이 아니라 변명이었다.


결혼 이후 아내는 늘 먼저 계산기를 두드렸다.

아이들 학원비, 교복, 수련회비.

남편의 취재 출장비가 빠듯할 때는 생활비를 줄였고,

시사 프로그램이 예민한 시기를 통과할 때는

말없이 옆에서 숨을 죽였다.


그 긴 시간 동안 아내는

자기 옷을 고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남편과 아이들 옷을 고르는 사람이었다.


그날, 처음으로

아내는 ‘자기 옷’을 샀다.


남편이 대통령상을 받는 자리에

남편의 아내로 서기 위해서였다.




시상식 날.


노무현 대통령 표창장을 받았다.

내 가슴에 약장이 달렸다.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였다.


나는 박수 소리를 들었지만,

아내는 자세를 고쳐 섰다.

어깨를 조금 펴고,

구두를 가지런히 모았다.


그 옷은 화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단정했다.

그리고 그 단정함은

지난 세월을 통과한 사람의 품위였다.


나는 그 순간 알았다.


내가 받은 상의 무게보다

아내가 버틴 시간의 무게가 더 무겁다는 것을.




보도가 나간 뒤 전화가 이어졌다.


“대통령상이라며? 크게 한턱내야지!”


사람들은 상금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집으로 돌아와

옷을 조심히 벗어 걸어두었다.


그 옷은 한 번 입고

옷장 깊숙이 들어갔다.


아내는 다시 평소의 자리로 돌아갔다.

새벽 출근,

아이들 챙김,

그리고 남편의 방송을 말없이 지켜보는 자리로.




내게 남은 것은 대통령 시계 하나였다.


그러나 아내에게 남은 것은

사진 한 장뿐이었을지도 모른다.

‘남편의 영광’이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


나는 그 사진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대통령상은 내 이름으로 기록되었지만

그 상은 사실

아내가 절반 이상을 들어 올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트로피는 차가웠다.

그러나 그날 아내의 손은 따뜻했다.


나는 그 온기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날 새 옷을 입고

조용히 내 옆에 서 있던 사람에게

나는 과연 충분히 감사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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