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당신의 환갑을 진심으로 축하해
우리는 작은 모임을 가졌다.
우리 부부가 오래 알고 지내온 다섯 부부가 함께한 자리였다.
사실 오늘은 아내의 생일도 아니다.
아내의 환갑은 3월 16일, 내일이다.
그런데 친구들이 먼저 마음을 냈다.
“미리 환갑 축하를 하자”라고.
그래서 오늘 이 작은 축하 자리가 만들어졌다.
나는 그 자리에서 짧은 글 하나를 읽었다.
아내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사람의 인생에서 예순이라는 나이는 참 묘한 시간이다.
한 세월을 살아낸 시간 같기도 하고,
또 다른 삶의 문턱에 서 있는 시간 같기도 하다.
아내를 바라보며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사람과 내가 참 긴 시간을 함께 걸어왔구나.”
우리가 처음 부부가 된 것은 1988년 11월이었다.
그 뒤로 우리는 같은 길을 걸어왔다.
아이들을 키우며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도 있었고,
서로의 삶을 붙잡아 주며 버텨야 했던 순간도 있었다.
돌아보면 인생은 늘 순탄한 길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모든 시간이
결국 아내 덕분에 견딜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아내는 늘 묵묵히 자신의 몫을 살아온 사람이다.
27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새벽부터 일터로 나갔고,
집에서는 아이들의 어머니로,
또 내 삶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로 살아왔다.
나는 아내가 큰소리를 내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누군가를 미워하기보다 이해하려 했고,
사람과 동물을 향한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참 좋은 사람과 함께 인생을 살고 있구나.”
오늘 환갑을 맞이한 아내를 바라보며
나는 나이를 생각하지 않는다.
세월이 아내를 더 깊고 따뜻한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젊은 날처럼 바쁘게 달리는 시간이 아니라
서로를 더 천천히 바라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함께 산길을 걷고
차 한 잔을 나누고
말없이 같은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나는 그런 시간이 좋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를 만들어 준
리치클럽의 친구 부부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살다 보면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부부가 함께 마음을 나누는 인연은 그리 많지 않다.
서로의 삶을 축하해 주고
서로의 시간을 응원해 주는 관계라면
그것은 이미 가족과도 같은 인연일 것이다.
오늘 이 자리도 그런 시간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
예순 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내 인생에 와줘서 고맙습니다.”
이 말은
아마 앞으로도 오래
내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