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따라오던 고양이

남해에서, 우리는 잠시 멈춰 섰다

by 최국만


남해의 바다는 이상하게 조용했다.

파도는 있었지만, 소리는 낮았다.

마치 이곳에 온 사람들에게

“조금 천천히 살아도 괜찮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내와 나는

숙소 주변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환갑 여행의 마지막 밤이었다.


멀리 섬들이 떠 있었다.

손으로 집으면 닿을 것 같다가도

끝내 닿지 않는 거리였다.


“여보, 참 예쁘다.”


아내는 그렇게 말하고

한참을 바다를 바라봤다.

나는 그 옆에 서 있었다.



“아빠, 고양이.”


딸의 말에 뒤를 돌아보았다.


고양이 한 마리가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보통 고양이는 낯선 사람을 피한다.

그런데 이 녀석은 달랐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계속 나를 따라왔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고양이도 멈췄다.


다시 걸었다.

고양이도 다시 걸었다.



가까이 보니

목 주변에 상처가 있었다.

누군가 돌보지 않은 흔적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그 작은 생명이

왜 나를 따라오는지 생각해 보았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이해되지 않는 순간을 만난다.


설명할 수 없는 인연,

우연처럼 보이지만

어딘가에서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 같은 만남.


그날의 고양이가 그랬다.



아내가 말했다.


“여보, 이 아이 배고픈 것 같아.”


우리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고양이는 여전히 나를 보고 있었다.


무언가를 바라는 눈빛이라기보다

그저

함께 있고 싶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살면서

누군가를 이유 없이 따라가 본 적이 있었던가.


조건 없이, 계산 없이,

그저 마음이 가는 쪽으로

걸어간 적이 있었던가.



고양이는 한참을 따라오다가

어느 순간 멈췄다.


그리고

다시 돌아섰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우리는 다시 걸었다.


바다는 여전히 조용했고,

바람은 부드러웠다.


아내가 내 옆에 있었다.


그 사실이

그날은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젊었을 때 우리는

함께 걸을 시간이 많지 않았다.


살아내느라 바빴고,

버티느라 바빴다.


그 시간들이 지나고 나서야

이렇게 나란히 걷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그날, 남해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잠시 나를 따라왔다.


그리고

우리는 잠시 멈춰 섰다.



사람의 인생도

어쩌면 그런 것인지 모른다.


누군가와 함께 걷다가

어느 순간

각자의 길로 돌아가는 것.


그래도 괜찮은 것은,

그 짧은 동행이

서로의 삶에 남기 때문이다.



나는 그날 이후

가끔 생각한다.


그 고양이는 왜 나를 따라왔을까.


그리고

나는 왜 그 순간을

이렇게 오래 기억하고 있을까.



아마도,


그날의 우리는

단순한 여행자가 아니라

서로의 삶을 지나가는

하나의 장면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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