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으로 시작된 사랑
그날,
아내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유방암이래….”
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가슴을 쳤습니다.
독일에 있는 막내는
그저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엄마… 왜 착한 우리 엄마가
왜,왜 하필 엄마야…“
말을 잊지 못하고
눈물만 쏟았습니다.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
엄마의 고통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나도 울었습니다.
딸들의 울음은
내 가슴을 찢었습니다.
잔정에 약하고
사랑에 민감한 두 딸
큰딸도 소식을 듣고
엉엉,참지 않고 울었습니다.
“엄마,아무 걱정마.
내가 다 챙길게.
절대 혼자 두지 않을 거야.“
그 울음 속에서
아내는 평온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왜 엄마야,그런 말 하지마.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고,
이 병이 나에게 또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잖아…“
나는 압니다.
그 말 뒤에 숨은 마음을
차라리 내가 걸렸다면 ,
나는 남자고,
버터낼 힘도 있는데…
막내가 독일에서 급히 돌아왔습니다.
다시 엄마 품에 안겨
소리 없이 울었습니다.
큰딸이 왔습니다.
셋이서 부둥켜안고
실컷 울었습니다.
그래,
그날은 그냥 울었습니다.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울음이 끝나고 난 후
딸들의 사랑은 시작되었습니다.
국내외의 논문과 서적을 뒤지고
카톡엔 매일 새로운 정보들.
항암 영양,운동,면역치료,웃음치료….
“엄마,웃어야 돼.
웃음이 암에서 제일 좋은 약이래!“
큰딸은 말하며
고도리을 꺼냅니다.
화투를 돌리며
소리내어 웃는 엄마를 봅니다.
막내는 매주 독일에서 화상통화를 걸어
엄마의 안부를 묻습니다.
그 작은 전화 속에서도
사랑은 멈추지 않습니다.